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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좋은 책이란 다른 좋은 책을 읽게 하는 책

등록 2012-10-29 11:33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ㅣ<8> 지나칠 수 없는 몇 개의 분야 ④책읽기
<책 읽는 책>박민영, 지식의숲
<호모 부커스>이권우, 그린비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정제원, 베이직북스

연재를 시작하고 지난주까지 서른여덟 개의 꼭지로 매주 세 권씩 책을 소개했다. 다음주 글쓰기 분야까지 120권을 소개하며 연재를 마칠 예정이다. ‘북 내비게이션’의 목표는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 길잡이 역할이다. 40주 동안 이 소박한 목표가 이루어졌는지는 독자에게 판단을 미룰 수밖에 없다.

사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궁금해질 때가 있다. 왜 내가 책을 읽고 있는지, 내가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아니면 도대체 이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등등의 의문이 생긴다. 이럴 때는 고수의 조언이 필요하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책읽기에도 남다른 눈을 가진 고수들이 많다. 좋은 책을 골라내고 특정 분야에 얽매이지 않으며 고전과 신간을 넘나드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사람들이 고수다.

그들은 서평가, 북칼럼니스트, 출판평론가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책읽기 삼매경에 빠져 있는 재야의 고수들도 곳곳에 숨어있다. 이 사람들이 바로 책을 읽기 위한 책 혹은 책을 읽어주는 책을 쓴 사람들이다. 장정일이나 장석주 등 고수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그들에게 책 읽는 방법을 배우고 그들의 서평을 읽으며, 책 속에서 또 다른 책을 만나는 즐거움을 얻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이미 고수의 길로 접어든 독서가이며 활자중독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다.

아직 고수를 만나지 못한 사람, 어떤 책을 소개해도 관심이 없고 도대체 왜 책을 권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 이제 막 손에 책을 들고 어떻게 지속 가능한 독서 행위를 이어가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오늘 소개하는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수많은 고수들의 책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고 난이도와 분량 등을 고려해서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선정했다. 부디 이 책들을 통해 끝없이 이어진 책의 숲에서 또 다른 책을 만나고 그렇게 이어진 길을 걸어가면서 진정한 책읽기의 즐거움과 새로운 삶의 길을 스스로 찾아보길 바랄 뿐이다. 어쩌면 책읽기는 고급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수단도 아니고 교양을 쌓기 위한 도구도 아니다. 책은 그 자체로 가장 큰 지적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며 타인과 세상을 접속하기 위한 필수적인 네트워크이다. 책을 읽는 행위는 능동적인 자기 변화의 시작이며 주체적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박민영의 <책 읽는 책>은 적당한 분량과 판형 그리고 짧은 글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곁에 두고 틈날 때마다 조금씩 읽기 편한 책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초보 독자들이 책을 좀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론적인 접근이나 체계적인 방법론이 아니라 저자의 실제 경험을 통해 얻은 살아있는 체험 수기에 가깝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고수의 독서법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박민영은 “나는 본래부터 책을 좋아했던 사람이 아니다”라는 자기 고백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비효율적인 독서를 하다가 책 읽는 방법을 터득한 이후에는 거의 독서 빅뱅에 가까울 정도로 그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그 비법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절반쯤 성공한 사람이다. 나머지 절반은 이 책을 읽으며 책 읽는 즐거움, 책 읽는 생활, 책 고르는 지혜, 책 읽는 지혜 등 50여 가지의 비법을 전수받아 보자.

너머학교의 ‘열린교실’ 시리즈나 도서출판 우리학교의 ‘토론학교’ 시리즈, 책세상의 ‘개념사’ 시리즈 등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기획시리즈가 많다. 그중에서 이권우의 <호모 부커스>를 소개한다. 이 책은 그린비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책을 처음 읽는 사람들에게 책의 유용성과 책을 읽는 방법을 쉽고 편안하게 들려준다. 이권우는 “책읽기는 기본적으로 혁명이다. 지금 이곳의 삶에 만족한다면 새로운 것을 꿈꿀 리 없다. 꿈꿀 권리를 외치지 않는 자가 책을 읽을 리 없다. 나를 바꾸려 책을 읽는다”는 말로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변화를 꿈꾸고 나를 바꾸려는 생각이 없다면 책읽기도 결국 탁상공론에 불과한 무용지물이다. 신나고 즐거운 책읽기는 끝없는 호기심을 갖게 하며, 한곳에 머물지 않고 움직이고 변화하려는 사람들에게 늘 새로운 길을 밝혀준다.

깊이 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알고 싶다면 정제원의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를 읽어보라. 30권의 책을 ‘나는 누구인가’, ‘지식을 어떻게 확장하는가’, ‘작가는 누구인가’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책 읽는 방법을 소개한다.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에서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까지 다양한 교양서적을 통해 책읽기의 즐거움이란 무엇인지 그 정수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 책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책을 읽는다는 사소하고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서점 직원에게 책을 추천받는 방법까지 작가의 실제 경험을 통해 얻은 방법을 진지한 서평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교양인이 되기 위한 책읽기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훌륭한 독서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책을 두루 읽는 사람이다”라는 저자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실전에 필요한 독서법 중 으뜸으로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고 충고한다. 다른 어떤 취미생활과 비교하더라도 책값은 가장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그 안에 담겨 있는 인간과 자연과 사회와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 모든 비밀을 스스로 알아내려는 적극적인 노력과 시간과 열정만 준비한다면 우리는 행복한 책읽기를 즐길 수 있다.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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