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 있는 임청각.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ㅣ <39> 경북 안동 임청각
황금빛 가을 들녘은 아름답고 굽이굽이 물돌이동(물이 굽이돌아 흐르는 마을)은 환상적이다. 안동은 전통과 문화를 짚어 보기에 좋은 곳이고 간고등어와 헛제삿밥은 맛나다. 더불어 잠자리 또한 모텔이나 펜션이 아닌 고택 스테이가 어울린다.
경북 안동시 법흥동 영남산 기슭에는 기품 넘치는 고택 임청각(臨淸閣, 보물 제182호)이 자리잡고 있다. 낙동강 가에 길게 자리 잡았으니 강릉의 선교장처럼 배를 타고 들어가던 운치 있는 집으로 99칸의 대저택이었다. 임청각의 나이는 500여살, 조선 세종 때 정승을 지낸 이원(李原)의 손자 이명(李
)이 완성했으며 현판은 이황(李滉)의 친필이다.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李相龍, 1858~1932) 선생이 이곳 우물방에서 태어났다. 경술국치 후 조국을 지키지 못함에 마음 아파하던 석주 선생은 고구려의 옛 영토인 만주 땅에서 재기할 것을 결심하고,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가산을 모두 처분해 독립운동자금을 준비했다. 삭풍이 몰아치던 1911년 1월, 52살의 나이에 50여명의 식솔을 이끌고 2500리의 험난한 망명길에 올랐다.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교육계몽, 독립운동에 힘 쏟았으니 석주의 아들과 손자뿐 아니라 10여명의 독립운동가가 이 집에서 배출되었다.
일제는 독립운동의 맥이 살아있는 임청각을 그냥 두지 않았다. 중앙선 철로를 끌어들이며 50여 칸의 행랑채와 마당 일부를 중앙선 선로와 도로로 만들었고 철둑을 따라 높이 친 방음벽으로 낙동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가렸다. 배를 타고 도착하던 입구 자리의 흉물스러운 철로에서는 요란한 소음과 먼지만을 전해왔다. 철가루 때문에 임청각의 기왓장은 빛이 바랬다. 나라를 되찾은 지 70년이 되어 가지만 일본에 의해 훼손당한 임청각은 아직도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앙선을 지나는 열차의 요란함이 고요한 집을 밤낮없이 뒤흔드는 임청각에서, 독립운동가의 집에서 역사를 인식하며 하룻밤 잔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편안한 잠자리만이 좋은 숙소는 아닐 것이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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