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선 기자의 기사 쉽게 쓰기
29. 기사 작성 각론- 기획기사 쓰기1
29. 기사 작성 각론- 기획기사 쓰기1
비슷한 사회적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학생 기자들이 체감하는 사건들 중에는 학생 자살이 그렇고,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가 그렇다. “왜 자꾸 똑같은 일이 생기지?” 기사를 접하면서 누구나 품게 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쓰는 기사가 바로 기획기사다.
성적을 비관해 목숨을 끊은 학생의 경우, 사회면의 스트레이트 기사에서는 건조하게 육하원칙에 따른 최소한의 사실만을 전달할 뿐이다. 하지만 이 학생의 사례가 기획기사에서 다뤄진다면 친구나 부모님, 선생님 등 주변인물의 증언을 통해 그 학생이 죽음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
기획기사는 신문에서 찾아보기가 쉽다. 대개는 별도의 고정제목을 갖고 있으며, 중요한 지면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면 한 귀퉁이에 다른 여러 기사들과 같이 배치되지 않고, 한두 개 지면을 통째로 털어서 쓰기 때문에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 한두 차례로 끝나지 않고 최소 3~4회, 길게는 10여회까지 연재되는 일이 많다. <한겨레>의 아동인권 기획은 10회 연재가 예정돼 있으며, <경향신문>의 ‘10대가 아프다’는 모두 8회 연재됐다. <중앙일보>의 ‘멈춰! 학교폭력’ 기획은 부정기적으로 반년가량 사례나 사건이 있을 때마다 실렸다. <조선일보>가 지금 연재하고 있는 ‘부모의 눈물로 올리는 웨딩마치’라는 결혼식 기획처럼 1년씩 진행되는 기획기사도 있다.
기획기사를 시작할 때 언론사는 기사를 시작하기 앞서 ‘편집자 주’라는 형식을 빌려 기사의 기획의도를 밝힌다. <한겨레>의 아동인권 기획은, 최근 빈발하는 아동 성범죄와 10대 자살 사건의 원인은 아이들이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어른들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라며, 그런 아이들의 삶을 내밀하게 취재해 보여준다. <경향신문>의 ‘10대가 아프다’ 기획 역시, 한국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동력인 10대의 고통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며, 아이들이 처해 있는 삶의 위기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기획기사를 쓸 때는 먼저 기획의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기획의도에는 △원인 진단 △실태 △대안 제시라는 세 가지 조건이 포함돼야 한다.
진명선 <한겨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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