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호스트는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설득한다. 사진은 지난 7월 방송된 교육방송 <직업의 세계-일인자> 쇼핑호스트 편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강창진 아나운서의 스피치
설득은 말로써 상대방 마음을 얻는 것
구체적인 데이터 제시해야 신뢰감 높여
설득은 말로써 상대방 마음을 얻는 것
구체적인 데이터 제시해야 신뢰감 높여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설득에 노출돼 있습니다. 특히 텔레비전 홈쇼핑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설득하죠. 쇼핑호스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제품은 한 달에 단 9만9000원만 내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구성은 최초이자 마지막입니다. 매진 임박했네요. 한정된 수량인 것 죄송합니다. 한 달에 자기에게 단 10만원도 안 되는 돈조차 투자 못한다면 그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아니에요.”
이 방송을 보다 보면 무이자 10개월의 100만 원짜리 상품이 마치 10만원처럼 느껴지고, 오늘이 아니면 마지막이라고 하니 정말 사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구매하지 않으면 마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죠.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상품은 분명히 100만원이고, 프로그램은 매번 최초와 마지막을 외치고 있고, 나를 사랑하는 것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사실 연관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이유는 비교심리와 감정에 의한 호소 등 다양한 설득의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설득이라는 단어는 말씀 설(設), 얻을 득(得)이라는 한자어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전에는 ‘상대편이 이쪽 편의 뜻을 따르도록 깨우쳐 말함’이라고 나와 있죠. 즉, 설득은 말로써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우리 속담은 최고의 설득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홈쇼핑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쇼핑호스트는 바로 제품을 설명하지 않고 시청자와 공감대 형성을 하기 위해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열고 들을 준비가 되면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거죠.
예를 들면 보험 상품을 소개하기 전에 얼마 전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이야기를 합니다. 병원에 갔더니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고생했다는 내용인데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먼저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중요한 비즈니스 협상 자리에서 만나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가볍게 차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본론으로 들어가면 사람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경계를 낮추고 우호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상대방을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본인이 먼저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말한다는 겁니다. 자신의 주장을 먼저 말하고 거기에 따른 당위성을 말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추진력과 리더십이 있는 듯하지만 사실 자신의 정보를 상대방에게 아무 대가 없이 먼저 공개하고 있는 겁니다.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합니다. 말하기와 듣기의 비중을 7:3 정도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의 정보를 파악하려고 할 때는 열린 질문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열린 질문은 상대방의 의견과 생각을 이끌어내는 질문입니다. “어떤 운동을 좋아하세요?” “매출 향상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러한 열린 질문을 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생각과 의견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닫힌 질문은 상대방이 ‘예, 아니오’로 대답하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예를 들면 “골프를 좋아하나요?” “매출 향상에 직무교육이 도움이 될까요?”입니다.
쇼핑호스트는 일목요연한 그래프와 표가 담긴 보드를 들고 제품을 설명합니다. 구체적인 수치와 통계를 가지고 설명하기 때문에 제품을 만져보거나 사용하지 않아도 우리는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데이터와 수치는 상대방을 설득할 때 신뢰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데이터는 사전 조사를 통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파트너 등 협상의 대상을 만나기 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쇼핑호스트 중 가장 인기 있는 정윤정씨는 방송 중에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두 개 사지 마세요. 하지만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지난번 소개한 제품 가진 분들은 오늘 안 사셔도 돼요.” 하지만 이 말은 더 정윤정씨를 믿고 구매하게 만듭니다.
설득을 할 때 너무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만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설득은 공짜가 아닙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익도 고려해야 합니다. 상생하고 공존하는 바탕 위에서 설득을 해야 지속적인 관계가 형성됩니다. 예를 들어 시중에서 1만원에 납품되는 상품을 설득을 잘해 100만원에 팔았다면, 추후에 업체는 당했다고 생각하며 계약을 파기할 겁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판매금액의 가이드라인을 파악한 뒤에는 서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제안을 해야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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