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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직업진로, 선택과 집중만이 답인가?

등록 2012-10-22 14:03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많은 청소년들이 김연아 선수처럼 되고 싶어 하지만 꿈만 가진다고 모두가 세계 1위를 할 수는 없다. 피나는 노력 외에 타고난 능력과 주변 환경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많은 청소년들이 김연아 선수처럼 되고 싶어 하지만 꿈만 가진다고 모두가 세계 1위를 할 수는 없다. 피나는 노력 외에 타고난 능력과 주변 환경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진로 톡’
‘한 가지 집중’은 다른 걸 포기한다는 뜻…만병통치약 아냐
여러 선택을 대립적으로 보지 말고 병행하는 것도 한 방법

자녀의 진로 및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에 대한 고민은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증가시키고, 진로에 있어서 적성 찾기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된다. 요즘 어린이 도서 가운데 직업 관련 책자들이 과거에 비해 많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좀더 빨리 아이의 희망직업을 찾도록 하여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을 쓰겠다는 학부모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렇다면 진로문제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이 최상의 방안일까? 세상사 모든 것이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이다. 즉, 무엇인가를 선택한다는 말은 무엇인가를 배제(포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 전략이 만병통치약처럼 적용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진로와 관련하여 선택과 집중전략이 가지는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진로에 있어서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진로선택을 해야 하므로 잘못된 선택에 따른 비용지불의 위험에 놓여 있다. 학과선택, 대학선택, 직업선택에 있어서 사람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일찍 진로를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은 선택에 따른 위험을 수반한다. 잘못 선택한 길을 열심히 걸어간다면 체력은 점점 더 빨리 고갈되고 돌아갈 길만 멀어질 뿐이다. ‘선택과 집중’ 가운데 집중만을 강조한 나머지 선택의 전제조건을 소홀히 한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음악적 소질이 부족한 외동아들이 뮤지컬 배우를 꿈꾼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은 내적·외적 갈등만을 증가시킬 수 있다. 변변히 노력도 하지 않고 경영자의 길을 걷는다면 걷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이 남을 것이며, 그렇다고 뮤지컬 배우의 길에 집중한다면 자신의 재능부족에 대한 불안감과 부모님의 뜻에 반한 여러 가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할 수 없는 경우다. 직업진로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원하는 대학과 전공이 명확히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선택할 수 있는가? 선택하려면 그 조건에 맞는 능력 또는 성적이라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심지어 성적과 능력이 되어도 주위의 반대(예: 부모님의 반대 등)로 인하여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앞서 제시한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아들이 연극영화과를 진학하는 것을 부모님은 반대할 것이며 찬성한다고 할지라도 소질이 부족하여 뮤지컬 관련 대학입학에 실패할 수 있다. 즉 선택이란 문제는 결정주체의 명료한 의사가 전제되지 않으면 집중의 성과가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명료한 선택이 이뤄졌다고 할지라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 선택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여건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흔히 선택과 집중이라는 문제는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컨대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여 교육대학 진학에 성공했다고 할지라도 졸업 무렵 교사임용시험 정원이 대폭 축소되어, 가정 형편상 임용시험을 위한 수험생활을 포기해야 될 수도 있다. 이런 환경변화가 진로 문제에서 흔히 발생한다. 또다른 예를 들면, 앞서 제시한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사람이 경영수업과 뮤지컬이라는 두 가지를 병행하지 않고 뮤지컬에만 집중할 경우 오히려 집중에 따른 갈등과 위험비용이 증가될 수 있다. 선택에 따른 환경변화가 어떤 선택에 유리하게 변화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후계자를 거부한 대가로 뮤지컬 배우의 길조차 아버지가 막고 나설지, 경영수업 도중에 그 회사가 도산할지 우리는 그 환경변화를 사전에 알 수 없다.

이처럼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에는 많은 불확실성의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노력과 집중이 많이 요구되는 선택일수록 더욱 크게 작용한다. 쉽게 말해, 대기업 시이오(CEO)나, 유엔 사무총장과 같은 직업 선택보다 요리사나, 평범한 공무원 등의 직업 선택이 상대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불확실성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게 작용한다.

그렇다면 진로선택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 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양자물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상보성의 원리를 진로선택 문제에 적용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상보성의 원리는 빛이 가지는 이중적 특성에서 시작한다. 빛이 입자적 성질과 파동적 성질을 동시에 가짐으로써 발생하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설명하기에 위해 양자역학의 기초를 완성한 닐스 보어(192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가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상보성의 원리를 물질 현상이 아닌 생명체를 가진 인간에게 적용한다면, 진로와 관련한 철학적 함의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함의는 사물을 상호보완적 관계로 해석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선택이 잘못되어 하고 싶지 않은 문제에 집중하게 될지라도 거기서 의미 있는 뭔가를 발견하고 가치가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앞서 제시한 선택과 집중의 세 가지 문제점을 상보성의 원리를 적용하여 진로탐색에 적용해 보자.

먼저 첫 번째 문제와 같이 뭘 선택해야 할지 불확실할 경우 상보성의 원리를 적용하여 보면, 꼭 하나만을 선택하여 집중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길을 모른다면 정답이 아닐지라도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것을 택하거나, 아니면 중도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즉, 뮤지컬 배우와 경영자의 길을 서로 대립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뮤지컬은 취미로 하거나 보조적으로 하고, 경영수업을 주되게 한다면 양쪽 모두를 얻을 수 있다. 필자의 말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하나에만 집중하지 말라는 것이다.

두 번째 경우는 내가 무엇을 선택할지 명확히 알면서도 그것을 선택할 수 없는 경우였다. 즉,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경우 상보성의 원리를 적용한다면 선택했다고 해서 그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미련이 있는 것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대안이 된다. 앞서 제시한 것처럼 두 가지를 병행하면 된다.

세 번째의 경우도 선택한 것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면,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것을 병행하려는 시도가 답이 될 수 있다. 뮤지컬과 경영이라는 문제를 서로 대립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을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뮤지컬 관련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상품화하는 등의 노력을 통하여 두 가지를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지금은 융합의 시대다. 많은 것들이 융합되어 새로운 것들이 창조되어 나온다. 성경의 말처럼 하늘 아래에 새로운 것은 없다. 정보통신과 세계화 속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가 어려운 시대다. 우리가 서로 대립적으로 보는 것들을 상보성의 관점으로 본다면 많은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서로 전혀 다르다는 것을 상호보완적으로 본다면 직업진로에 있어서도 멋진 답안이 나올 수 있다. 상대성이론과 함께 20세기 현대물리학의 양대 기둥인 양자역학이 상보성의 원리로 해결책을 찾았듯이 한 인간의 꿈의 문제에서도 상호보완적 관점을 취한다면, 진로문제와 관련한 많은 고민의 답을 쉽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진로문제에 있어서 ‘직업 찾기’가 아닌 ‘꿈 찾기’를 하고 있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름길을 찾는 전략 외에, 상보성의 원리를 통한 돌아가는 우회 전략도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은 단거리 경주에 필요한 전략일지 모르나, 불확실함이 많은 장거리 마라톤에 적용할 전략은 아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

김상호 <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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