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작가의 동화 <칭찬 먹으러 가요>. 아이들에게 칭찬은 자신감을 갖게 하는 주요한 ‘영양소’다.
<한겨레> 자료사진
강창진 아나운서의 스피치
말 더듬는다고 바로 말 끊고 다그치면 안 돼
영화 한편 봐도 자녀와 대화하며 틀 잡아줘야
말 더듬는다고 바로 말 끊고 다그치면 안 돼
영화 한편 봐도 자녀와 대화하며 틀 잡아줘야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말하는 능력 때문에 고민합니다. 자녀들이 청중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고 말을 더듬거나 땅만 보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될 겁니다. 사실 자녀들의 말하기 능력은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자녀들이 말을 잘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자녀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 유독 긴장하거나 부끄러워한다면 먼저 자신감부터 심어줘야 합니다. 자신감은 ‘내가 말을 하면 상대방은 호감을 갖고 잘 들어준다’는 확신을 갖는 건데요. 이런 확신은 반복된 성취감을 통해서 스스로 느끼게 됩니다.
부모들은 자녀가 말을 할 때 기다림과 칭찬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세요. 자녀가 말을 할 때 더듬거리고 긴장한다고 해서 바로 많을 끊고 제대로 말을 하라고 가르치거나 다그치면 자녀들은 오히려 더 위축이 됩니다. 차근차근 긴장과 떨림 속에서도 문장을 완성하도록, 주제에 대한 스피치를 완성하도록 기다려주세요. 말을 끊지 마시고 핵심 단어 정도만 말씀해 주면서 자녀가 말문이 막혔을 때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충분한 기다림은 자녀가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맛보게 할 수 있습니다.
자녀들이 기가 죽는 이유는 사실 의욕적인 부모의 적극성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더듬거리면서 말했지만 끝까지 완주한 것에 대한 칭찬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야~ 정말 잘했어. 그래 점점 더 좋아지네. 아까는 지난번보다 훨씬 잘하더라.” 이런 적극적인 칭찬은 자녀들에게 말하는 것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만들고 더 잘하고 싶은 의욕으로 연결됩니다.
말을 하는 것에 자신감이 생기면 부모님들은 대화를 통해 말하기의 틀을 잡아주셔야 합니다.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매 순간 느낌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부터 말해야 하는지 말할 순서를 지켜서 말한다는 겁니다. 이런 말하기의 틀을 탄탄하게 세우면 어떤 내용이 나오더라도 틀에 맞춰서 말하기 때문에 조리 있게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자녀들과 영화를 보고 난 뒤,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자녀들의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때 부모님들의 똑똑한 질문이 자녀들의 말하기 틀을 만들어 줍니다. “아까 본 영화는 두 문장으로 요약하면 어떤 내용일까?”,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뭐야?”, “영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어?” 같은 질문을 받으면 자녀들은 질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말을 하면 ‘핵심내용-세부내용-코멘트’ 순서로 말을 하게 되죠. 이렇게 다양한 주제와 사례에 대해 부모가 순서대로 질문하면 자녀는 답변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말하기의 틀을 갖추게 됩니다. 조리 있게 말하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함께하는 교육> 8월27일치 ‘조리 있게 말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청중은 호감 가는 이미지를 가진 사람의 말을 경청합니다. 그래서 말하기 능력 중에는 호감 가는 이미지와 정확하고 건강한 음성도 매우 중요합니다. 제 아내는 아동학을 전공한 뒤 계속 유아들을 교육해왔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을 말해주더군요. 표정이 밝고 다양한 어머니들의 자녀는 표정이 밝고 다양하고, 무뚝뚝하거나 표정이 단조로운 어머니들의 자녀는 표정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은 성장기에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무의식중에 동화됩니다. 그래서 자녀들을 호감 가는 이미지로 만들고자 한다면 평소에 부모님들 스스로 밝고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유아가 아닌 청소년 자녀 앞에서 평소 안 하던 활짝 웃는 표정을 짓는다면 사춘기 자녀들은 오히려 ‘어디 아프냐’는 반응을 보이겠죠. 이럴 때는 자녀들과 함께 대학로 코믹 연극을 보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박장대소를 하는 관객들 속에서 함께 연극을 보면 많은 사람들의 웃는 소리와 적극적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됩니다. 야구 경기장에서 관중들과 함께 응원하며 발산하는 것도 표정과 태도를 적극적이고 호감 가게 만드는 좋은 방법입니다.
정확한 발음과 힘 있는 음성을 갖춰야 전달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은 대부분 작게 말하는 습관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에 힘 있는 음성을 내도록 교육해 주시고 크게 소리 내서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함께하는 교육> 9월3일치 ‘발음이 정확한 사람이 신뢰감을 준다’를 참고하시면 발음교정에 도움이 될 겁니다.
자신감을 갖고 말하기의 틀을 만들고 호감 가는 이미지까지 갖췄다면 실전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삶 속에서는 말할 기회가 정말 많이 주어집니다. 자녀들에게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고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에서는 반장 선거나 각종 스피치 대회가 진행될 때 관심을 가져주고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자녀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시야가 좁습니다. 부모님께서 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말하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올해 상반기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청소년 강연 콘테스트’라든지, 각종 청소년 대상 말하기 대회를 알려주고 함께 준비하는 겁니다. 수상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대회를 준비하면서 하게 되는 연습과 무대 경험은 자녀들을 더욱 성장시키는 큰 계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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