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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민간서 ‘박정희과학관’ 짓는데
국책연구기관이 땅 무상 제공

등록 2012-10-12 08:17수정 2012-10-12 08:46

지난 2011년 5월1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원분원에서 열린 박정희과학기술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 발족 기념 토론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동문회 누리집 화면 갈무리
지난 2011년 5월1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원분원에서 열린 박정희과학기술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 발족 기념 토론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동문회 누리집 화면 갈무리
‘국가중요시설물’ 연구원 터 2128㎡
건립나선 동문모임 ‘연우회’에 내놔
KIST연구원 계좌로 100억 모금 추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키스트)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민간 기념관 건립에 연구원 터 일부를 무상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11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연구원은 ‘국가중요시설물’로 최첨단 기초과학기지인 연구원 단지에 민간에서 건설하는 박정희과학기술기념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기념관 건립의 주체는 연구원 출신 동문모임인 ‘연우회’로, 이들은 연구원 누리집과 연결돼 있는 연우회 누리집에서 박정희과학기술기념관 건립 추진계획을 소개하며, 위치를 “KIST단지 내(서울시 성북구 화랑로 14길5)”라고 밝히고 있다.

연우회 회장과 박정희과학기술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원훈 전 연구원장은 누리집에서 “1962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를 1980년 1645달러로 경제성장을 이룩시켜 조국 근대화의 초석을 놓은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과학입국 기술자립’의 투철한 정책의지”라며 “우리는 이제 박정희 대통령의 과학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코자 합니다”라고 기념관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기념관 건립에는 연구원 내부 2128㎡(644평) 넓이의 대지를 쓰기로 해, 이미 기념관이 들어설 터가 구체적으로 정해졌음을 암시하고 있다. 기념관은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에 연면적 3030㎡(1000여평) 크기로 지어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과 함께 모두 6개의 전시관이 들어서는데, 각 전시관은 △박정희의 삶의 궤적 △과학대통령 박정희의 업적 △박정희의 싱크탱크 역할 키스트의 주요 업적 △박정희 대통령 시절 키스트의 성공적 연구사례 △박정희 대통령 시절 키스트에서 분화된 연구소 △영상관을 주제로 삼고 있다. 박정희 국제회의장과 외국의 저명한 과학기술인 방문 때 쓸 영빈관도 함께 들어선다.

연우회 쪽은 기념관 건립을 위해 100억원을 목표로 모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명목은 설계와 자료수집비 30억원과 건축비 70억원이다. 연구원이 터를 무상제공하기로 한 덕에 부지 매입 비용은 따로 잡혀 있지 않다. 더구나 모금 계좌 6개의 명의는 모두 ‘한국과학기술연구원’으로 돼 있어, 누가 봐도 연구원이 나서서 기념관을 지으려 한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

연구원의 임환 문화홍보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우리 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과학기술 발전의 공로가 있기 때문에 동문들이 나서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일 뿐 연구원이 박 전 대통령을 찬양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연구원 명의의 계좌로 모금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77년 12월22일 열린 100억달러 수출의 날 기념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오른쪽)이 수출 유공자에게 시상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
1977년 12월22일 열린 100억달러 수출의 날 기념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오른쪽)이 수출 유공자에게 시상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
박홍근 의원은 “한해 1500억원의 정부출연금과 1000억원 이상의 정부수탁과제를 수행하며 예산의 93%를 국민의 혈세로 쓰고 있는 국책연구기관이 ‘박정희 우상화’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재산까지 헌납하는 모양새”라며 사업계획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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