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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진보교육감들 “인권침해 소지 있다”

등록 2012-08-15 08:27

‘학교폭력 기재’ 조사거부 왜

형사범죄 사항도 적지 않는데…
“학생부에 주홍글씨 적는 꼴”
교과부서 인권위 권고도 거슬러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해당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해야 한다는 교육과학기술부 방침이 일부 진보 교육감의 반대에 부닥치면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교과부가 13일 일선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건을 논의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논의 결과와 학생부 기록 여부를 파악해서 알려달라는 공문을 내려보낸 것은, 교과부의 ‘가해 사실 학생부 기록’ 지시를 강원·전북·경기·광주 교육청이 거부하거나 유보하면서 혼선이 빚어진 데 따른 후속 조처다.

하지만 이들 교육청의 반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월 교과부가 학생부 기록 등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내놓을 때부터 일부 교육감과 교육단체들은 “학생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가 학생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학생부에 주홍글씨처럼 적는 것이 과연 교육적이냐”는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학생이 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도 학생부에 적지 않도록 돼 있는데 학교폭력을 기재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학생부 기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최근 갈등은 결국 교과부의 업보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3일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적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이를 개선하라고 교과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이를 근거로 강원·경기·광주·전북 교육청은 학생부 기록에 대한 반대 뜻을 공식화했다.

교과부는 학교폭력 가해 사실 기재 거부는 명백한 법령 위반이라고 거듭 밝히면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번 실태조사 요구는 그 방침이 빈말이 아님을 확인하는 절차에 해당하는 셈이다. 윤소영 교과부 학교폭력근절과장은 “제도 도입 초기이다 보니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 안내할 필요도 있고 어느 학교는 기록하고 어느 학교는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강원·전북·광주 교육청은 학생부 기재를 하지 말라는 기존 방침의 연장선에서 이번 조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학교폭력과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해서 보고하는 게 학생에 대한 또다른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서울과 경기 교육청은 이날 “내부 논의를 거쳐 조만간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과부와 교육청의 갈등으로 교육 현장에 분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16일부터 대입 수시 전형이 시작되는데, 교육청별로 학교폭력 가해 사실 기록 여부가 달라 일부 대학의 입학사정에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학생부 기록 자체가 학교폭력을 제어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내놓은 교과부의 책임이 크다”며 “지금 상황이라면, 학교폭력 가해와 관련한 기록을 대입 전형에 반영하겠다는 교과부의 정책은 이미 실효성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박수진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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