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카이 학생기자들이 지난 7월14일 여름호를 학교별로 배포하기에 앞서 봉투에 신문을 넣고 주소를 적은 뒤 분류하고 있다.
용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제공
시간 채우기 활동은 의미 없어
참여하며 느끼는 보람 배가돼
참여하며 느끼는 보람 배가돼
“둘째 문단 마지막 줄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래요?”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이 우월주의를 불러올 수 있다는 내용이요.” “실제 독일의 경쟁교육이 독재체제와 1차 세계대전을 유발했다는 해석이 많아요.”
지난 7월28일 용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옛 용인시청소년지원센터)에서는 용인청소년감성신문 <블루스카이> 가을호 편집회의가 한창이었다. 블루스카이는 경기도 용인시의 중·고등학교에 4000부 이상 배포되며 한해에 4번, 8면(타블로이드판)으로 발행된다. 1998년 복지센터가 개설되면서 어디 있을지 모르는, 상담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센터를 알리고,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활동을 위해 만들어졌다.
청소년 기자들은 각자 3개 이상의 기사 아이템을 준비해야 한다. 편집회의에서 아이템이 배분되면 기사를 작성해 서로의 기사를 돌려 읽고 조언하는 편집회의를 반복한다. 보통 기사 하나를 작성하기 위해 7번 이상의 수정을 거친다. 완성된 기사를 배치하고 배포하는 일도 청소년들 스스로 해야 해서 결코 쉽지 않다. 신지수(용인 백암고2)양은 “남들에겐 4개월에 기사 하나를 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자기 것 외에 19명의 기사 또한 신경 써야 하니 만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블루스카이 청소년 기자들은 신문 제작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지역사회에 기부한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방송부와 신문부 활동을 하며 언론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고,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아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만들거나 토론 대회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며 키운 재능을 신문 제작에 쏟아붓고 있었다. 꾸준한 글쓰기로 입상 경력을 보유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블루스카이 신문은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며 남을 돕는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블루스카이 기자들은 오프라인에서 진행한 회의 시간만큼 봉사시간을 받는 탓에 곱지 않은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봉사시간도 챙긴다는 이유다. 송종현(용인 동백고1)군은 “아이템 선정에서 제작과 배포까지 신문을 만드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봉사시간만을 노리고 활동하기에는 일의 강도가 세다는 뜻이다. 현지수(용인 동백중1)양은 “우리가 다른 청소년을 위해 고민해서 만든 신문을 통해 용인 청소년들이 뭔가를 느낄 수 있다면 충분히 봉사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 활동을 지원하는 블루스카이 담당 최경찬 상담원은 “자신의 재능을 적절한 일에 사용하는 것 자체가 봉사”라며 “‘남을 돕기 위해 자신을 도와야 한다’는 말처럼 내 재능을 살려 내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남에게도 도움이 되며 또 그 편이 훨씬 즐겁고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봉사활동 점수가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단순하게 시간 부풀리기나 시간 채우기 등으로 봉사활동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의 차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재능기부 활동도 같은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재능기부와 일반적인 봉사활동엔 큰 차이가 있다. 충남학생교육문화원 윤준구 청소년봉사단 총괄 책임자는 “일반적인 봉사활동은 청소년들이 주로 수동적으로 시간 채우기를 위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재능기부는 자기보람을 찾는 능동적 행위라는 점에서 다르다”며 “그래서 재능기부자는 일반 봉사활동 지원자와는 다르게 해당 활동에 맞는 재능을 갖춘 자를 뽑는다”고 밝혔다. 실제 충남학생교육문화원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재능기부활동인 ‘어르신 자서전 써 드리기’에 참여하는 재능기부자는 공문을 학교로 보내 해당 재능이 있는 학생을 추천받거나 개별적으로 추천이 들어오는 학생을 선발한다. 전문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관련 활동에 적합한 재능을 지닌 청소년들을 선발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선발된 아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활동에서 보람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교내 독서토론동아리 활동을 하며 평소 키운 글쓰기 재능을 살려 ‘어르신 자서전 써 드리기’ 재능기부활동을 하고 있는 하승연(충남 천안 신당중)양은 “인터뷰 준비, 어르신과 인터뷰 일정·장소 잡기, 자서전 쓰기 등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면서도 “과거를 좋은 추억으로 남겨드릴 수 있고, 자서전을 쓰기 위해 얘기하면서 말벗이 되어드릴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울산 염포 양정도서관에서도 지난 겨울방학부터 청소년들이 중심이 돼 5~10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청소년 재능 기부 활동’을 진행중이다. ‘fun & fun 과학실험’, ‘재미있고 신나는 만들기’, ‘유아미술그리기’ 과정이 개설돼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모두 울산 북구 관내 고등학생들이 주말마다 직접 강의 준비를 해와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청소년 재능 기부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양정도서관 박미경 사서는 “학생들이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니까 학생들 스스로도 보람차고,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좋다”며 “다음 프로그램은 또 언제 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고 말했다. ‘유아미술그리기’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이지원(울산 화봉고2)양은 “처음에 애들 이름 외우고, 떠드는 애들 지도하기가 어려웠지만 애들이랑 얘기하며 내 재능을 기부활동으로 연결하니까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양은 겨울방학에도 재능기부를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혜빈(화성 삼괴고), 최성민(김천 성의고) 학생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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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14기 블루스카이 학생기자단이 지난 7월28일 편집회의를 마친 뒤 봄·여름호를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공혜빈 학생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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