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학습을 병행하는 청소년 미혼모들이 수업이 끝나고 탁아방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다. 이들은 저녁 내내 아이를 돌보고 새벽에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한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청소년 미혼모, 사회복지센터 도움에도 교육의 한계 느껴
탈북학생, 기초 부족해 일반학교 과정 따라가기 힘들어
탈북학생, 기초 부족해 일반학교 과정 따라가기 힘들어
“그때가 개학 즈음이었는데 갑자기 교복 치마가 안 들어가더라.” 고3인 ㄱ양(18)은 지난해 몸무게는 얼마 안 늘었는데 자꾸 배만 나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허겁지겁 약국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구입했다. 결과는 양성.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기를 지우라는 말뿐이었다. 결국 병원을 향했지만 의사는 “아이고 어린 학생이…빨리 지워. 다른 병원 가면 지워주지도 않아. 200만 줘”라며 흥정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ㄱ양도 아기를 지울 생각이었지만 초음파 사진을 보자 마음이 흔들렸다. 어린 생명을 죽일 수는 없었다.
부모님 몰래 미혼모 시설로 향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하루 만에 아빠가 찾아왔다. 이제 겨우 6개월 된 아기 엄마이자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ㄱ양은 현재 서울시에 있는 한 위탁형 대안학교에 다니는 중이다. 미혼모 시설과 함께 운영해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아이를 맡기고 맘 편히 공부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ㄱ양은 원래 다니던 전문계고의 교육과정을 배울 수는 없다. 강사가 부족해서 실업계와 인문계를 구분지어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문·이과나 학년 구분도 없이 모두 같은 내용을 배운다. 이 시설에 1년 이상 지내는 학생들의 경우 지난해에 배운 내용을 또 배우기도 한다.
그럼에도 ㄱ양은 디자인과에 진학하려는 목표가 있기에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열악하다. 방학인 요즘, 종일 학원에 있다 돌아오면 애를 업고 집안일을 해야 한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정부 양육수당 조금이랑 자립촉진금 10만원으로 학원에서 쓰이는 재료값, 교통비, 아기 병원비까지 다 내야 되니까 솔직히 턱없이 부족하다. 애 옷 하나도 못 사주고 요즘은 돈 아까워서 점심도 안 먹는다.”
7개월 된 아기 엄마인 ㄴ양(18)은 교감 선생님의 소개를 받고 지금 지내고 있는 시설에 왔다. 그는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그냥 영상만 틀어 놓고 애들은 떠들고 노는 게 성교육의 전부니까.” 현재 공교육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은 제대로 된 강사도 없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문화에 대해 폐쇄적인 우리 부모들은 자녀에게 올바른 피임법을 교육하는 것조차 부끄럽게 생각하고 피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체계적이지 못한 교육 시스템이 낙태와 미혼모 문제를 양산한다.
그래도 이들의 경우 입양을 보내기보다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며 대학입시를 준비중이다. 저녁 내내 아기를 돌보고 새벽에는 수능공부를 한다. 이들은 “평범한 일상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아이가 정말 예쁘다. 밖에서 방황하다 아기 버리지 말고 끝까지 책임졌으면 한다”며 “여기 오면 다 같은 아기엄마들끼리 지내며 공부도 할 수 있으니 용기를 내라”고 전했다.
그런데 학교들은 문제가 생기면 그저 덮으려고만 한다. 학교 명예가 실추될까봐 미혼모 학생들의 교육권은 안중에도 없고 자퇴를 강요한다. 지금처럼 미혼모 학생들을 위한 위탁형 대안학교 시스템을 지원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그들이 원적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과 차별받지 않고 수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ㄴ양은 “설령 학교를 그냥 다닐 수 있더라도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 다들 수군댈 게 뻔하니까”라고 답한다. 결국 사회의 편견을 없애는 것이 선행되지 않는 한 미혼모 학생들의 교육권은 변함없이 위기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경기도에 위치한 탈북청소년학교에 재학중인 ㄷ양(19)은 오늘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북한에서는 공부를 하지 못했지만 여기 와서 공부를 하다 보니 재밌어서 나중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ㄷ양의 꿈은 과학 선생님이다.
그는 한국에 온 지 2년이 넘었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북한에서 살다가 시골로 추방을 당했다. 그곳에서 부모님과 중국으로 도망친 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왔다. 어려웠던 탈북 과정에도 불구하고 ㄷ양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어 준 것은 바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학교에서도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등 일반 학생들이 받는 교육과정과 똑같은 교육과정으로 학습이 이루어진다. 다만 선생님이 힌트를 주기 때문에 시험이 약간 쉬울 뿐이다. 그에게 이 학교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많은 걸 알게 해준 곳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다만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선생님이 바뀌어서 교장 선생님께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는 교장 선생님이 마음대로 선생님을 바꾸는 걸로 알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학교에 대한 불만이 있기도 하지만 ㄷ양은 없다고 했다. “일반 학교에 다닌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부하기 힘들다고 한다. 한국의 다른 학교는 수준이 높아서 따라가기 벅찬 것 같다”며 “나도 일반 학교를 다녔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이곳은 북한 아이들만 다니고,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은 따로 공부를 시켜줘서 좋다”고 털어놨다.
많은 이들이 탈북 학생이나 새터민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사실이다. 그는 다행히 같은 처지의 학생들만 모여서 생활해 아직 편견으로 인한 차별 등은 겪어 본 적이 없다. 그는 현재 학교에 자부심을 가지며 공부하는 것에 만족하기에 일반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학교에는 학교폭력도, 브랜드를 따지는 학생들도 없기 때문이다.
김희진(부천북고) 이상민(천안신당고) 학생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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