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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여름방학, 열심히 놀고 효과는 백배!

등록 2012-07-16 10:25수정 2012-07-16 14:25

환기미술관에 모인 가족들이 미술놀이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환기미술관에 모인 가족들이 미술놀이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밴드하며 감정표현하고 친구와의 관계맺음도 배워
미술놀이하며 가족과 소통하고 더 가까워지게 돼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온갖 캠프와 체험학습, 빼곡한 학원 스케줄에 방학이 반갑지가 않다. 부모들도 나름 고충이 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다. 게다가 만만치 않은 가격 또한 큰 부담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무조건 학습효과를 따져서 공부에 도움 되는 것을 찾고, 뭔가 배우기를 원하지만 아이들은 뛰놀고만 싶다. 여기, 열심히 놀면서도 백배의 효과를 내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게다가 공공기관 등에서 운영을 하고 있어서 전액 무료거나 소정의 재료비 정도만 받는다.

지난 7일 오전 홍대 근처의 지하 녹음실. 에어컨도 없이 푹푹 찌는 비좁은 공간에서 3팀의 밴드가 자신들의 자작곡을 녹음하고 있다. 이들은 마포문화재단의 ‘인디가 좋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음악시간’, ‘멘폭(멘탈폭발)’, ‘다미로(다 밀어버리겠다)’라는 인디밴드다. 지난 3월 31일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숭문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로 1기를 꾸려 활동해 오고 있다.

‘인디가 좋아!’ 1기 아이들이 자작곡을 녹음하고 있다.
‘인디가 좋아!’ 1기 아이들이 자작곡을 녹음하고 있다.

각 팀의 전담 강사들은 음악칼럼니스트, 인디밴드 경력자, 직장인밴드, 라디오 작가 등 다양하다. 이들은 정해진 시간 외에도 나와서 아이들을 봐주고 인생의 멘토 역할을 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도 상담을 해준다. YB출신 기타리스트 유병렬씨와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도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교육문화사업팀의 김지영씨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서로 얘기도 안하고 가수 보는 게 좋아서 왔다. 하지만 점점 음악 실력과 함께 표현력도 늘고 이제는 스스로가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밴드 ‘음악시간’의 리더이자 베이스기타를 맡고 있는 윤현섭(18)군은 “학생이라 입시 스트레스가 많은데 음악을 할 때만큼은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부담이 덜하다”며 “밴드의 이름도 이런 각박한 환경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음악시간이 우리 삶에도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주일에 3일 만나서 합주를 하고 매일 개인연습을 했다. 그렇게 불과 3개월 만에 아이들은 자작곡을 만들고 협주를 하며 음원을 녹음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물론 여러 명이 모이다 보니 다툼도 있었다. ‘멘폭’의 드러머 양현성(18)군은 “다른 팀은 작곡가가 한명씩 있었는데 우리는 각자 파트를 나눠서 작곡하면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갈등이 생겼다”며 “4번 정도 곡을 뒤엎다가 불만이 뭔지 툭 터놓고 얘기하며 문제점을 알고 서로 고치려 노력하며 다시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밴드활동이 음악을 알고 악기를 배우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들은 음악적 기술은 물론 친구들과 어울려 협주하면서 갈등을 풀어나가고 관계맺음을 배웠다. 또한 작사나 작곡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다미로’의 보컬 장수민(18)군은 “작사를 하며 내 감정을 쓰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또한 노래에 내 생각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뀌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들의 데뷔무대이자 음원발표회는 7월 28일 마포아트센터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인디가 좋아!’는 방학 중에도 계속되며 이달 말까지 2기를 모집 중이다.

‘인디가 좋아!‘ 1기 아이들이 강사로 나선 음악평론가 임진모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인디가 좋아!‘ 1기 아이들이 강사로 나선 음악평론가 임진모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환기미술관에서는 ‘우리 가족 아뜰리에- 환기미술관에서 만나는 추상미술’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은 온가족이 참여하는 미술놀이치료 형태로 이 날은 총 10차시 중 2차시 수업이었다. 먼저, 참가자들은 각자 눈을 감고 감정을 가다듬고 지난 한주간 자신이 쌓였던 걸 떠올린 뒤 신문을 이용해 찢고 던지고 밟으며 쏟아냈다.

한 엄마는 “평소 이런 걸 안 해봐서 몰랐는데, 아이들을 보니 쌓인 게 많았다는 걸 느꼈다. 신경써주지 못했던 게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이후 팀별로 게임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그리는 수업이 이어졌다.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 두 딸을 둔 장한규(48)씨는 “아빠들이 많지 않아서 쑥스러웠지만 아이들이랑 하는 건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직업상 출장을 많이 다니다보니 딸들이랑 표현하는 게 서로 어색하고 서투르다. 그래도 방학에 맞춰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자 아내가 신청해서 다 같이 왔다”고 밝혔다.

김희수 강사는 “부모나 아이 모두 자극이 필요한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10주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집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경험과 소통을 나누며 가족이 변화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환기미술관 김예진 학예사는 “아들이 사춘기라 자주 다투고 서먹했던 어머니와 아들이 왔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이해하면서 가까워지고 사이가 좋아졌다”며 “미술관이 지루하고 딱딱한 곳이 아니라 재밌는 요소를 가지고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고 얘기했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참가자들이 직접 전시회를 꾸리고 진행하게 된다. 기획부터 전시 운영까지 서로 의논해서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 소개한 두 프로그램 모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3면 참조)’의 하나로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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