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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비난·평가하는 폭력언어 쓰지 마세요”

등록 2012-07-09 11:40

비폭력대화 수강생들이 강의를 듣고 워크북에 자신의 느낌, 욕구 등을 체크하고 있다.  이윤정씨 제공
비폭력대화 수강생들이 강의를 듣고 워크북에 자신의 느낌, 욕구 등을 체크하고 있다. 이윤정씨 제공
비폭력대화 수업 들여다보니
‘일어나’ ‘빨리해’ 지시·강요 많아
내가 왜 이런 말 하나 살펴보자
“‘일어나라’ ‘씻어라’ ‘제대로 챙겨라’. 제가 평소에 강요하는 말, 지시하는 말을 참 많이 하더군요. 전에는 잘 몰랐습니다. 근데 어느 날부터인가 말이 변했어요. ‘늦었구나. 조금 서두를 수 없을까?’ 처음에는 아이도 낯설어서 저를 쳐다보더군요.(웃음) 빈도가 늘수록 큰애는 정말 제 요구대로 빨리 움직여줍니다.”

지난 6월27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립 대치도서관.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아버지 김아무개(39)씨가 2회차까지 강의를 들은 소감을 이렇게 발표했다. 이 강의는 ‘인간관계와 의사소통을 위한 비폭력대화 NVC 1’로 총 6주 과정 가운데 세번째 시간이었다.

우리는 스스로 전혀 폭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말할 때 종종 본의 아니게 자신이나 다른 사람한테 상처를 입히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을 한다. 비폭력대화(NVC·Nonviolent communication)란, 우리가 날 때부터 지닌 연민이 우러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대화방법(말하기와 듣기)을 말한다.

비폭력대화는 자녀와 부모만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는 아니지만 자녀와 부모 사이 갈등이 늘다 보니 학부모들이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은 혁신학교 등에서도 이런 강의를 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날 강의를 맡은 한국비폭력대화(NVC)센터 강사이자 <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 저자인 이윤정씨는 “아이들과 부모의 대화 갈등은 성적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많다”고 했다.

이날 수업은 ‘욕구’에 대한 내용으로 꾸려졌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가장 많이 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비난과 평가의 말이다. “다른 집 아이는 이렇게 잘하는데 너는 왜 그러니? 머리가 있냐?”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이런 식의 비난과 평가의 말을 한다. 이럴 때 자신이 왜 상대를 비난하고 평가하는지 욕구를 잘 읽어볼 필요가 있다.

“‘욕구’는 반드시 필요한 것,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이죠. 돈, 나이 등에 따라서 변화하는 건 욕구가 아닙니다. 욕구를 표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구요. 그렇다면 ‘공부’는 욕구일까요, 방법일까요? 방법이죠. 근데 왜 그렇게 강요하나요?(웃음) 뭔지 모르지만 저 사람이 어떤 표현을 할 때 지금 저 사람만의 욕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줘야 합니다.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편이 아이한테 모진 말을 하면 아내는 화가 납니다. 내가 막말하는 건 괜찮고, 남편이 하면 왜 화가 날까요? ‘존중’의 욕구가 올라오는 겁니다. 내 아이를 향한 존중은 나에 대한 존중이거든요. 거기다 내 마음속에 이미 ‘인간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 욕구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욕구를 읽어보려는 태도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휴식’, ‘편안함’에 대한 욕구는 누구나 갖고 있다. 하지만 방법론은 다르다. 엄마는 영화감상, 음악감상, 독서 등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이런 시간을 통해 편안하고 개운한 느낌을 갖고 에너지를 충전하려는 욕구를 채우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욕구를 채우려는 아이의 다른 방법론에 대해서는 무조건 제어한다. “너는 쉰다면서 무슨 하드록을 듣고 있니?”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린데….” 엄마는 일방적인 사랑으로 스스로 찾아야 할 자존감을 아이의 성공을 통해 얻으려는 욕구가 강하다. 많은 엄마들이 하는 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임아무개씨도 그런 엄마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욕구를 들여다보는 훈련을 오랜 시간 해오면서 아이만 바라보며 돌보지 않았던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게 됐다. 임씨는 “욕구와 관련한 단어 항목을 체크할 때 ‘인정’에 대한 욕구가 많이 나왔지만 이제는 욕구 목록이 참 다양해졌다”고 했다.

공동육아를 하는 미르씨(별명)는 “아이도 아이지만 내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다”며 “내가 이런 욕구가 있어서 아이나 남편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거구나 싶다”고 했다.

이윤정씨는 “부모님들한테 아이를 존중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엄마가 욕구를 소유한 인격체인 것처럼 아이도 자기만의 욕구가 있는 인격체라는 걸 생각하고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세대가 공부를 잘해서 큰 혜택을 받았거나 반대로 공부를 못해서 억울한 일이 많았던 경험 때문에 아이한테 공부만을 얘기하고, 비난과 평가를 하는 말을 내뱉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비교도 잘 하구요. 우리가 누군가 해준 한마디 말로 평생 힘을 얻고 갈 수 있는 것처럼 누군가가 했던 상처의 말로 평생 괴로워하며 살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그걸 잘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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