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무령왕릉 내부.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24. 공주 무령왕릉
24. 공주 무령왕릉
비가 오거나 장마철이 시작되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다. 40년 전인 1971년 여름, 장마가 다가오자 공주 사람들은 고민에 빠졌다. 금성동 송산리 고분군에 또다시 물이 찰 것이기 때문이다. 해서 7월5일 잘생긴 돼지를 잡아 푹 삶고 막걸리 한 사발을 올리며 정성껏 고한 뒤 배수로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턱’ 하고 삽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1500년간 잠들어 있던 ‘영동대장군 백제 사마왕(斯麻王·무령왕)’의 부활이다. 출토된 유물은 108종 4600여점, 이 중 국보로 지정된 것만 12점이다. 공주 박물관장의 꿈속에 나타났다던 진묘수(鎭墓獸)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고, 연화무늬 벽돌로 쌓은 왕릉의 벽과 천장은 온통 연꽃이라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다. 등감에 놓인 등잔은 마지막 가는 무령왕의 걸음을 비췄을 뿐만 아니라 무덤 속 산소를 태워 진공상태로 만들어 부장품의 부식을 막는 과학적 임무까지 수행했으니 끝없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토지신에게 땅을 샀다는 매지권(買地券)으로 당시의 풍습을 알 수 있었으며 한나라 동전인 오수전과 도자기는 중국 남조와의 문화교류를 보여주었고, 목관 재료인 금송은 일본에서 수입했다. 환두대도(環頭大刀)는 거꾸로 백제에서 일본으로 전했다. 또 색색의 유리구슬은 타이(태국)나 아라비아에서 들여왔으며, 관모와 금동신발 등은 백제 금속공예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고구려에 밀려 웅진으로 천도한 뒤 멸망의 문턱으로 몰렸던 백제는 고구려를 과감히 되받아치고, 한강을 잃은 대신 금강·영산강 등 하천을 통한 내륙 물길과 바닷길을 연결해 거대한 해상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시스템을 갖추었으니 그 영광이 무령왕과 백제 사람들의 것이었다. 사람은 연상의 동물이다. 그저 머리에 넣기보다 공주 무령왕릉을 돌아보며 장맛비-배수로-무령왕릉-1500년 전 백제-오뚜기-해상왕국 등으로 이야기를 연결해보자.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감흥과 연상 기억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이 풍성해질 것이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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