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9일 동대문도서관에서 파견한 이영자 강사가 면중초 아이들과 그림책을 이용해 엔아이이(NIE) 수업을 하고 있다.
학교로 찾아가는 독서교육 프로그램
동대문도서관, 관할지역, 무료로 독서 강사 파견
2010년 시작, 책읽기의 진짜 즐거움 알려주고파
동대문도서관, 관할지역, 무료로 독서 강사 파견
2010년 시작, 책읽기의 진짜 즐거움 알려주고파
“지금까지 선생님이랑 존 버닝햄의 <대포알 심프>를 함께 읽어봤어요. 여러분이 말한 것처럼 심프는 작고 뚱뚱하고, 꼬리까지 뭉툭한 개입니다. 그래서 심프를 데려가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주인은 할 수 없이 심프를 내다버리기로 했구요. 선생님이 이 이야기를 통해서 끌어내려고 했던 주제가 뭘까요? 이 주제는 다음 시간에 읽을 기사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영자 강사의 질문에 많은 아이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버려진 강아지요!”
“유기견!”
지난 6월19일 서울 면중초 5학년 4반 교실에서는 그림책을 이용한 신문활용교육(NIE) 수업이 한창이었다. 아이들은 이 강사가 구연동화 하듯 한 장 한 장 읽은 그림책 내용에 관심을 보이며 이 강사의 질문에 손을 들고 대답하기 바빴다.
이 강사가 4반 아이들과 만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수업에 참여한 이청학군은 지난 시간 과제였던 신문 스크랩을 꼼꼼하게 해와 칭찬을 받았다. ‘주5일제 수업’과 관련한 신문을 오려붙인 이군의 스크랩 노트에는 신문 기사의 중심문장, 모르는 단어, 내 생각 등이 꼼꼼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군은 “지난 시간에 신문 스크랩하는 방법을 배웠는데 신문을 놓고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돼 좋았다”고 했다.
수업을 진행한 이 강사는 동대문도서관에서 파견한 독서논술지도사였다. 이 강사는 동대문도서관(관장 이권영)의 ‘학교방문 독서교육’ 사업의 일환으로 정규 수업시간인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에 이렇게 수업을 한다.
도서관에서는 관할 구역인 동대문구, 중랑구, 성동구, 광진구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교에 독서 전문 활동가, 도서관 직원 등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 2학기 그리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시작할 때 공문을 보내 선착순으로 학교를 선정해서 학교와 상의해 적절한 수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강사를 파견해주는 방식이다. 강사들은 보통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 등을 이용해 주1회 수업을 한다. 2010년 시작한 이 사업에는 지금까지(2012년 6월 기준) 116개교, 817학급, 3만2624명이 참여했다. 올해 1학기에는 23곳의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학교 쪽은 강사 파견 비용 등 별도의 비용을 전혀 내지 않는다. 동대문도서관이 뽑은 강사 13명은 이 사업을 시작한 첫해에는 재능기부 방식으로, 작년부터는 도서관 쪽이 주는 교통비 정도만 받고 수업을 해주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학교 현장에서 구현해보면서 아이들에게는 책읽기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고, 교사한테는 독서교육 수업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자’는 뜻에서 마련한 사업이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학교도서관지원과 임경순(사진) 과장이다. 임 과장은 “요즘 같은 정보사회에서 독서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실제 아이들이 책을 통해 지적, 정서적 안정을 찾는 게 어려운 현실”이라며 “최근 터진 ‘사령카페’(죽은 사람의 영혼을 뜻하는 ‘사령’을 불러와 곁에 두고 생활하면 악령이 접근하지 못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모임) 관련 사건이 말해주듯이 아이들이 사이버 공간을 이용해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과 왜곡된 공감대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는 게 안타까워서 생각해본 일”이라고 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제인 에어>와 같은 명작을 읽고 감동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근데 요즘 아이들은 학교 끝나면 학원에 가거나 집에 와서 혼자 인터넷 하고 게임을 합니다. 정서가 메말라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도서관은 아이들 정서를 회복하고 치유를 도와줄 만한 공간입니다. 독서를 단순히 권장하는 차원을 넘어서 책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책과 친해지는 독서활동, 독서논술, 마음 보듬기, 생각 키우기, 역사논술, 독서와 아이클레이…. 현재 동대문도서관 관할 지역 초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이런 강좌들은 모두 도서관 쪽에서 강사들과 함께 직접 만들었다. 프로그램 관리와 더불어 강사 관리까지 직접 하기 때문에 도서관 쪽에서는 여러모로 품이 많이 든다. 강사가 수업을 처음 하는 날에는 임 과장이 직접 학교에 방문해 학교 쪽과 강사 쪽의 만남을 도와주는 일까지 한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사업을 시작한 첫해에는 걱정도 많았지만 사업 3년째 접어드는 요즘엔 보람도 크다.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서 학부모님들이 먼저 학교에 “이 프로그램 신청하자”는 제안도 한다. 공공도서관 문화 프로그램을 찾아 듣는 아이들은 독서, 엔아이이 등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어서 직접 찾아와 수업을 듣지만 학교 현장에는 이런 수업 자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많다. 이런 아이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을 볼 때 강사들은 뿌듯하다.
임 과장은 “3년째 사업을 진행하면서 한계도 느낀다”고 했다. 사업을 희망하는 학교들은 늘어나는데 요청을 다 들어줄 수 없을 때는 미안하고 안타깝다. 거기다 거의 봉사 수준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강사들에 대한 처우도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임 과장은 “입시 준비 일환으로 ‘반짝독서’를 하기보다는 성장단계에 맞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학교 쪽과 공공도서관이 손을 잡고 아이들 스스로 우러나서, 좋아서 하는 독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발전적인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전문 강사진들과 좋은 일 해보자고 뭉쳐본 겁니다. 처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 보람이 큽니다. 이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미지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는 계기를 선사하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동대문도서관 학교도서관지원과 임경순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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