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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싼 게 비지떡? 교육기부는 공짜지만 최고의 콘텐츠

등록 2012-07-02 10:05

지난해 9월 대한항공 교육기부 봉사자들이 ‘라이트 형제 따라잡기’라는 제목으로 덕두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비행 원리를 설명하는 수업에서 아이들이 초소형 전기모터와 프로펠러가 장착되어 있는 모형비행기를 직접 만들어보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지난해 9월 대한항공 교육기부 봉사자들이 ‘라이트 형제 따라잡기’라는 제목으로 덕두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비행 원리를 설명하는 수업에서 아이들이 초소형 전기모터와 프로펠러가 장착되어 있는 모형비행기를 직접 만들어보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교육기부가 뜬다
“햇살·바람·공기·물처럼 교육도 무료로 누려야”
전문지식 갖춘 지역주민과 학부모 참여 늘어
대한항공 교육훈련그룹 소속 직원으로 부산에 살고 있는 김기수(53) 차장은 토요일에 바쁘다. 그는 한달에 한두번꼴로 초등학생(5~6학년)에게 비행기의 역사, 비행기가 날아가는 원리 등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비행기의 모든 것을 가르치고 모형비행기를 제작해 함께 날리기도 한다. 아이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다. 무거운 비행기가 어떻게 뜰지 궁금했다는 조영찬(부산 덕두초등학교5)군은 “비행기를 만드는 재료가 가볍고 튼튼한 알루미늄합금이란 사실을 알고 궁금증이 해결됐다”고 밝혔다. 또 비행기가 날아가는 원리가 궁금했다는 김창규(덕두초5)군은 “이 수업에서 양력, 추력을 배우면서 궁금증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양력은 유체 안에 있는 물체가 수직 방향으로 받는 힘이고 추력은 프로펠러가 회전하거나 가스가 분사될 때 반동으로 생기는 힘이다. 상당히 어려운 공학적 지식을 알아야만 이해 가능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론을 늘어놓으면 아이들은 1~2분 만에 지루해한다. 김 차장은 “신기한 현상을 보여준 뒤 ‘왜’라는 질문을 끌어내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한다”며 “예를 들어 양력을 설명할 땐 헤어드라이기를 거꾸로 세워 바람이 나오는 곳에 탁구공을 놓은 뒤 약 30도가량 기울여도 공이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 흥미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 뒤에 비행기 원리와 연결해 이론을 간단히 설명하고, 실험과 모형 제작 등 활동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재미있어한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대한항공에서 14년간 비행기 정비사로 일한 뒤, 현재는 사내에서 직원들에게 비행기 시스템 관련 강의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대한항공 본사에서 재능나눔을 주제로 강연도 했다. 초등학생 대상 수업인 주니어공학기술교실은 올해로 8년째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는 김해공항 주변의 3개 초등학교(덕두초, 대저중앙초, 천가초)를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봉사활동을 해보라는 직장 상사의 권유를 받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다. 현재는 항공전문가 10명이 함께하고 있다. 보통 한 수업에 봉사자 4~5명이 들어가서 학생들이 모형비행기를 제작하거나 실험 기구를 다루는 걸 도와준다. 6월9일까지 총 83회 수업을 했고 연인원 2725명이 수업을 들었다.

재료비를 포함한 교실 운영비는 회사에서 지원받지만 시간과 지식, 노력에 대해선 따로 수당을 받지 않는다. 물론 학교나 학생한테 수강료를 받지도 않는다. 이렇게 무보수로 자신의 재능을 교육과 연계해 활동하는 것을 교육기부라고 한다. 아무런 대가 없이 봉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김 차장은 “자발적 의사가 없으면 이 활동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다”며 “시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열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이런 수업을 확대해 기업이 지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덕두초등학교는 주니어공학기술교실 이외에 올해부터 독서토론논술, 역사논술, 오카리나, 토요배드민턴 수업을 교육기부를 받아 무료로 개설했다. 정일호(59) 교장은 “전문지식을 갖춘 학부모나 지역 주민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내용이 우수하다”며 “자기 아이를 대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가르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교육기부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동영상 영어 강좌를 완전히 무료로 제공하는 한마디로닷컴(hanmadiro.com)을 운영하는 박기범(40) 대표강사는 지난 7년간 서울의 한 어학원에서 토플을 가르치는 강사로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평소에 품었던 ‘최고수준의 영어강의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상대적 약자 계층에게 고액과외 또는 어학연수 못지않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에 학원을 그만뒀다. 그는 올해 1월부터 카페를 운영하다 지난 5월1일 무료 영어강의 누리집을 정식 오픈했다. 박 대표강사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수강료를 내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수업의 질이 돈에 의해 결정되는 교육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료로 제공하는 강의의 질이 낮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박 대표강사는 “물·바람·공기·햇살 등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진짜 소중한 건 모두 공짜”라는 점을 강조하며 “‘최고 수준의 강의도 무료로 들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퍼지면 사교육을 해결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던 때부터 3~4개월 동안 강의를 듣고 있다는 박지훈(안산 고잔고2)군은 “처음에는 유명 강사가 영어 강좌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해서 신기하고 믿기지 않았다”며 “들어보니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줘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강사는 “중고생들이 많이 들어와 양질의 교육을 받음으로써 사교육비를 줄였으면 좋겠다”며 “현재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고 있더라도 잠시 시간을 내서 강의를 듣고 도움이 되는지 직접 확인해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강사는 고객센터(070-7583-3666)를 운영하고 있는데, 영어를 공부하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전화를 하라고 했다. 현재 한마디로닷컴은 서울시 지원을 받아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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