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의 어머니(왼쪽)가 2008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뒷문에서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이 이야기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전문상담교사를 만나다
단위학교에 최대한 배치해 아이들 상담하도록 해야
전문성, 공간 확보, 관리자 마인드 삼박자가 맞아야
단위학교에 최대한 배치해 아이들 상담하도록 해야
전문성, 공간 확보, 관리자 마인드 삼박자가 맞아야
“다른 건 없어요. 그저 학교 내에서 아이들 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에요.” 상담전문교사임에도 상담을 할 수가 없고, 그나마 상담을 해도 어려운 점이 많다는 전문상담교사. 지난 18일 전북상담교사협회장 채현순 교사와 익명을 요구한 전문상담순회교사를 만나 상담교사의 고충과 현재 학교폭력 대안으로 정부가 내놓은 ‘위(Wee)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전문상담교사와 전문상담순회교사의 차이는 뭔가?
“2005년 전문상담순회교사가 처음 발령이 났는데, 처음에는 상담교사가 소수라 지역교육청에 근무하면서 인근 학교를 돌아가면서 상담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2007년 학교에 처음으로 배치가 돼 비교과 교사로 상담을 하는 전문상담교사가 생겼다. 당시 한 학기 한명씩 늘린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도입된 지 8년째인데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전국에 전문상담교사가 900명이 조금 넘는다.”
-정부가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학교폭력 대안으로 상담교사를 늘리겠다고 했는데?
“9월에 500명을 특별 임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뽑으면서 전문상담교사를 안 뽑았는데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로 내년 2월까지 100명 이상 학교에 전문상담사를 배치하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상황이 좀 나아지는 것 아닌가?
“500명 중에 정식임용은 절반, 나머지는 전직한 기존 교사로 채울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에 상담교사 수를 늘려달라고 건의해도 행정안전부에서 허용하지 않는다고 미루다 사건이 나니까 갑자기 계약직이고 정규직이고 막 늘린다. 이 정책이라는 게 무조건 숫자만 늘려서 너무 한시적이고 보여주기 식이다.”
-정부가 발표한 위기학생 관리 대응책인 ‘위프로젝트’의 문제점이 있다면?
“우리 지역의 경우, 전문상담교사 3분의 1이 지역교육청에 근무하며 행정업무만을 처리하고 있다. 차라리 그 인력을 위험요소가 있는 학교에 배치해서 상담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위센터는 2차적인 망으로 고위험군 아이들을 위해 임상심리사와 의사를 배치해 치료에 중점을 둬야 한다. 위센터에 있는 전문상담교사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첫번째다. 왜 전문 인력을 뽑아놓고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행정직화하는지, 누굴 위한 건지 모르겠다. 지역교육청에 있는 이들은 교사도 아니고 행정직도 아니고 의미가 없다.”
-학생상담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지속성과 학생과 상담교사의 신뢰관계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처음에 상담을 왔다가 자신의 가정사나 속얘기를 털어놓는 건 몇 개월이 지나야 가능하다. 이건 시간이나 역량, 어느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상담교사의 진정성과 상담기술이 합쳐져야 상담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어떤 점에서 어렵다는 건가?
“바로 역량과 조직의 뒷받침 부분이다. 전문성을 갖춘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돼야 하고, 물리적 공간을 갖춰서 상담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도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리자, 즉 교장, 교감 선생님의 마인드가 정말 중요하다. 이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지금은 하나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다. ”
-서울시의 경우, 초등학교에 전문상담교사의 수가 전무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올해 500명, 내년 1000명을 뽑는다고 발표했지만 그렇게 해도 전국 학교수 대비 전문상담교사의 비율은 10% 남짓밖에 안 된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집단따돌림이나 폭력이 시작돼 문제가 곪아서 중학교로 넘어온다. 그럼에도 초등학교에 전문상담교사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현재 임용된 교사라도 단위초등학교에, 수가 부족하면 위험도가 높은 학교부터라도 배치해야 한다.”
-아이들은 상담을 어려워하고 꺼린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상담실 문턱이 낮아져야 아이들이 편하게 찾아오기 때문에 홍보활동을 끊임없이 한다. 학급단위로 집단 상담을 하거나 아이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이벤트를 한다. 또 교과교사나 담임교사를 쫓아다니면서 아이들의 상태를 물어본다. 학교 전체 교직원의 협조를 얻어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관찰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체크하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는 아이가 있으면 바로 상담을 통해 해결하도록 한다.”
-지금 상황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다른 것보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학교상담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아이들을 상담하기 위해서는 긴밀한 관계 맺기가 중요한데, 친해질 만하면 계약직들은 나가야 한다. 또 자격이 안 되는 분들이 와서 상담의 질이 저하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전문상담교사를 단위학교에 배치해야 한다. 한시적이고 비전문적인 인력으로는 제대로 된 상담을 하기가 힘들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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