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1일 동대부여중 방과후학교 진로·진학포트폴리오 수업에서 고희영(중1)양이 ‘진학 계획 및 전략’을 꼼꼼하게 적고 있다.
대입 연계 과정 인기 좋아
사교육비 줄이고, 관리까지
사교육비 줄이고, 관리까지
“학교 선생님이 꿈인데 이 과정이 대학 또는 직장에 갈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선택했어요.” 서울 동국대학교부속여자중학교 고희영양은 아직 중1이지만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고양은 이 학교에서 방과후학교로 진행하는 ‘진로·진학포트폴리오’ 과정을 듣고 자신의 꿈을 찾는 데 도움을 크게 받았다고 밝혔다.
“꿈이 바뀌었어요”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외고에 가는 걸 꿈으로 알고 있었던 같은 학교 3학년 신정민양은 ‘방송연출가’라는 꿈을 찾게 됐다고 말한다. 신양은 “직업 카드 가운데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고르는 과정에서 꿈을 알게 됐다”며 “적성·흥미 검사를 한 뒤, 구체적인 꿈을 찾았다”고 말했다. 신양은 꿈이 바뀌었다기보다는 꿈이 없이 막연하게 진학만 생각하다가 구체적으로 꿈을 찾은 경우다.
방과후학교가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달라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기에 여건이 안 됐던 진로·진학, 적성, 미술 수업 등이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방과후학교로 도입되면서 사교육비 절감과 학생 관리 차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가운데 진로·진학포트폴리오는 최근 중고등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는 과정 가운데 하나다. 청소년기가 진로에 관심이 많은 때이기도 하고, 입학사정관 제도 확대로 이 과정이 대학 입시에 실제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교육기관에서도 같은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나 대개 일대일로 진행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커 선뜻 수강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되는 방과후학교가 반갑다.
지난 5월31일 ‘진로진학포트폴리오’ 수업이 한창인 동대부여중을 찾아갔다. 6회째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자신이 찾은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학생들은 먼저 강경화 강사의 “현실을 직시하라”는 지시에 따라 성적, 봉사활동, 수상 경력 등을 정확하게 기입한 뒤 그걸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갔다.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학습계획을 세우듯이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 보라”는 강 강사의 지도를 받고 조금씩 꿈을 구체화했다.
90분 수업 동안 아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참여했다. 경찰이 꿈이라는 박지윤(중3)양은 “쓰고 활동하는 내용이 재미있다”고 말했는데, 강 강사는 “평소에 자신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이 꿈찾기, 흥미·다중지능·직업가치관 검사, 인생 로드맵 세우기 등의 활동을 통해 자신을 알게 되고, 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재미을 느낀다”며 “앞으로 남은 ‘모의 자기소개서 만들기’와 학생이 면접관과 면접자가 돼 치르는 ‘모의 면접시험’도 흥미롭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강사는 이 수업의 초점을 ‘나의 발견’에 맞췄는데, 실제 아이들도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좋았다고 말했다. 장래희망을 구체적으로 ‘양호교사’라고 밝힌 강동희(중3)양은 “‘나’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며 “나의 특성과 흥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고, 임상심리학자가 꿈이라고 밝힌 윤해상(중3)양도 “그동안 ‘나’를 찾는 과정이 없었는데, 이 수업을 들으며 나의 특성을 알게 돼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동대부여중은 2006년부터 특기적성교과 중심으로 방과후학교를 진행해왔다. 학생회장인 노서영(중3)양은 “학원을 전혀 다니지 않고 방과후학교만 다섯 과목을 듣는다”며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필요한 학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과후학교를 담당하는 김옥경(국어) 교사는 “최상위권 학생 가운데에서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방과후학교만 듣는 학생들이 많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언론사와 협력해 방과후학교로 디베이트와 진로·진학포트폴리오를 진행했는데 학생·학부모의 반응이 좋아 신문활용교육(NIE)도 추가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적성검사도 수험생들이 반기는 수업이다. 적성검사는 현재 한국외대(글로벌 전형), 고려대(세종캠퍼스) 등 21개 대학에서 시행하는 대입 적성검사(적성고사)를 대비한 수업이다. 에듀메카 박재우 교수부장은 “방과후학교 적성검사는 학원 수강료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고,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므로 학생들 관리도 잘된다”며 “내신이 좋지 않다면 적성검사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가의 사교육비로 부담이 큰 미대 입시반 과정도 방과후학교로 개설돼 눈길을 끈다. ‘미술 재능 기부 프로그램’은 학원 수강료의 3분의2 정도로 저렴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해 봉사활동도 하며, 포트폴리오 작성법도 수업 과정에 포함돼 있다. ‘나는’에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김윤회 팀장은 “현재 경기도 고양 저동고 학생 20명과 함께 수업을 하고 있다”며 “학부모·학생들이 입시설명회를 해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특히 일반 학원에서 하지 않는 ‘재능 기부’ 프로그램을 이 수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보통 학원에서 하는 정물 그리기 수업과 더불어 벽화 작업, 독거노인 초상화 그리기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봉사활동도 한다”며 “구청과 협력해 하므로 봉사 점수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귀띔했다.
글·사진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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