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교 사회 수업에서 학생들이 모둠 토론을 하는 모습이다. 교육청 등에서는 이런 방식의 학생 참여형 수업과 여기에 맞는 평가를 권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교육 현장에서는 문제풀이 위주의 강의식 수업과 평가가 많이 이루어진다. 김진수 기자
[커버스토리] 수행평가 취지에 맞게 정착하려면?
‘주입식 강의’에 ‘활동참여형 평가’ 안 맞아
문패만 ‘서술형’, 객관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학생, 학부모, 교사 사이 신뢰·합의 필요해
‘주입식 강의’에 ‘활동참여형 평가’ 안 맞아
문패만 ‘서술형’, 객관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학생, 학부모, 교사 사이 신뢰·합의 필요해
우리나라에서 수행평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학생평가 방식으로 논의됐고, 1999년 교육부 주도 아래 전면 실시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상경아 박사는 “넓은 개념으로는 지필평가 가운데 선택형 문항을 제외한 서술형으로 쓰기, 발표하기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했다.
수행평가를 둘러싸고는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성과도 컸다. 정기고사에서 실시하는 일회적인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측정하자는 취지에 맞게 다양한 활동이 시도가 됐다.
수행평가의 평가 방법이 적절한 과목으로는 음악, 미술, 체육 등 실기 위주 과목과 국어, 사회 등이 손꼽혀왔다. 하지만 정기고사의 서술형으로 수행평가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등의 안이 나오면서 그나마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장려했던 수행평가의 취지도 흔들리고 있다.
지필 서술형 평가는 강의식 수업과도 연동이 되면서 평가의 용이성, 객관성 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 사이에서도 서술형 평가만 하자는 쪽에 힘이 실린다. 이런 상황에서 녹록지 않지만 일부분이라도 학생 참여형 수업을 하고, 수업과 연동된 활동형 평가 등을 시도했던 교사들은 더는 이런 방식의 수업과 평가를 하는 게 쉽지 않다. 개념을 아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으로 나오는 현재의 서술형 평가는 객관적인 기준이 명확해 논란을 줄일 수 있다. 사교육 시장을 통해 준비하는 것도 가능하다. 1점이라도 더 받아 고교 진학에 덕을 보려는 부모들에게도 환영받는다.
서울 우신고 임영환 교사는 지난해 전교조 참교육실천대회에서 ‘흔들리는 (독서) 수행평가 바로 세우기’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수행평가가 서술형 평가로 대체되면 학생들의 주체적인 참여와 활동으로 이뤄진 수업이 무력화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일어난다”고 했다.
“사고 과정을 신장시켜주는 수업이 확보되지 않은 이상 서술형 평가는 결과 중심의 평가가 됩니다. 수업은 강의식인데 평가는 활동형이니 학생들은 당연히 부담이 크죠. 용기 있는 한 교사가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천하려고 해도 다른 교사들이 안 하면 이런 수업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수행평가가 나온 뒤에 풀뿌리 식으로 현장에서 실천이 됐던 수업 방식들이 서술형이 들어오면서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실제 수행평가를 제대로 하는 교사의 수업을 보면 아이들이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습니다. 수업을 통해 생각하는 능력을 기른 경험들을 해보고, 현장에서 평가까지 이뤄지니 어려움이 없는 겁니다.”
평가제도가 아니라 수업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이 난다. 하지만 현재의 교과서 검정 체제에서는 성취기준이 복잡하다. 교사들은 복잡한 성취기준에 맞춰 진도를 빼야 한다. 학생 참여형 수업이나 평가를 하려면 별도의 시간을 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입시 부담이 큰 고교에서는 더하다.
2014학년도부터 절대평가제로 전환이 되고, 서술형, 수행평가 등의 평가도 늘어날 예정이지만 교사들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들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ㅂ고교의 영어교사는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 여전히 학교와 교사에게 불신이 있다”며 “태도 점수를 비롯해서 수행평가 점수는 평소 열심히, 성실하게 공부한 친구들한테 점수를 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업 때 태도가 안 좋으면 감점을 하는데 어느 날, 몇 시에, 왜 감점을 했는지 꼼꼼하게 체크를 안 하면 나중에 불만이 있다며 찾아올 정도로 신뢰가 없다”고 했다.
부산 성동중 김수란 교사는 “가장 이상적인 평가 방법은 이론이나 지식에 대한 평가, 활동이나 참여에 대한 평가 등이 병행이 되는 것이다. 교사 재량의 수업권, 평가권을 비롯해 담보되어야 할 것들이 참 많다”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학창시절 한 선생님이 신동집 시인의 <오렌지>라는 시를 아이들에게 알려주려고 귤을 한 박스 가져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시간 아깝게 뭘 하시는 건가 생각을 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생님은 용기를 내신 거였죠. 이론이나 지식에 대한 강의, 평가도 물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이 주도하는 참여형 수업이 이뤄지고 여기에 맞는 수행평가 방식의 평가도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교사의 전문성이 담보가 돼야 하고, 교사 평가권에 대한 인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이 담보가 안 된 상태에서 수행평가만 한다는 건 어려운 얘기입니다. 고등학교의 경우, 입시가 코앞이니까 아이들 스스로 교사가 떠먹여주는 수업을 원합니다. 시 한 편을 제대로 읽고 넘어가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이론이 뭔지 빨리 외우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려고 하죠. 수필의 개념정의도 알아야 하지만 스스로 수필을 써보면서 몸으로 그게 뭔가를 깨닫는 것도 필요한데 현장에서는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수업 시간에 교사에게 시간과 권한이 주어져야 합니다. 또 학생들, 학부모들과의 신뢰와 합의도 중요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김승현 정책실장은 “제대로 된 방식으로 평가를 하려면 ‘교사별 평가’ 개념이 도입돼야 하는데 현재 입시제도가 그걸 용인하지 못하고, 교사들도 아직 훈련이 돼 있지 않다”며 “여러 가지 얽힌 게 많기 때문에 세밀한 계획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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