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연북중학교에서 진행하는 진로공부캠프에 참여한 학생들과 해양소년단 학생들이 한강양화공원에서 고무보트, 요트, 플라이피시 등을 타며 해양체험활동을 했다. 학생들은 처음에 두려워했으나 두세번 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연북중학교 제공
숨은 자존감 되살리기
꾸준히 성취하면 자존감 커져
인정받는 과정에서 존재감 생겨
꾸준히 성취하면 자존감 커져
인정받는 과정에서 존재감 생겨
“힙합 댄스를 배웠죠. 몸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서울 충암중3 김아무개군) “친구 관계가 잘 풀리지 않아서 항상 자신감이 없었어요. 원래 성격이 소극적이기도 했죠. 그런데 진로공부캠프 수업에서 친구 사귀는 법을 알게 됐어요.”(서울 연신중3 박아무개군) “포기를 많이 했어요. 피아노, 그림 등 다 포기했죠. 그런데 승무북(‘승무’의 일부분을 변형해 만든 전통춤사위에 맞춰 전통 장단으로 두드리는 북)을 끝까지 했더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예전에 포기했던 것들도 다시 시작해볼까 해요.”(서울 연신중2 최아무개양)
지난 15일 오전 11시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시행한 진로공부캠프에 참여했던 아이들 5명을 연신중학교에서 만났다. 5명 가운데 2명은 스승의 날을 맞아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을 만나러 다른 학교에서 온 것이었다.
진로공부캠프는 배움이 느리거나 자존감이 약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학습의욕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문·예·체 특기적성교육, 여름·겨울방학 캠프, 다양한 체험활동과 상담을 병행하는데, 작년까지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진행했으나 올해부터 학교별로 운영한다.
그런데 왜 문·예·체 교육일까? 서울 광성중학교에서 진로공부캠프를 지도하는 이균태 음악 교사는 “성적이 안 좋은 아이들은 자존감을 드러낼 기회가 없다”며 “문·예·체 교육을 받으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찾고, 시도하고 인정받음으로써 존재감이 생겨야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이들의 입에선 “해 보니까 되네”란 표현이 많이 나왔다.
지난해 연신중 진로공부캠프에서 아이들 상담을 맡았던 박은주(현 서울 신도고) 전문상담사는 “자존감이 높아지려면 작은 것에서 꾸준히 성취감을 얻어야 한다”며 “발표회에서 칭찬과 환호성을 받았던 경험은 자존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아무개(연신중2)양은 대화를 주도해본 적이 없었던 학생이다. 그런데 발표회 때 연극에서 ‘나대는 역’을 맡아 무사히 마친 뒤엔 달라졌다. 이양은 “일상에서 일어났던 일을 소재로 친구들과의 대화를 끌어갈 수 있게 됐다”며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신기해했다.
연신중 김안국 음악 교사는 발표회의 중요성을 무척 강조했다. “아이들이 다른 학교 교사, 일반인도 관람하는 대규모 발표회(10월)를 한 번 겪고 나면 ‘인생을 살 때 어떤 벽이 온다 하더라도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돼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학교생활 대부분이 학과 공부와 연계돼 자존감과 성적은 매우 밀접한 관계다. 박 전문상담사는 “성취감은 목적의식이 있어야 생긴다”며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목적의식이 부족하거나 낮아져 있기 때문에 성적이 안 좋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성취 경험이 있고 칭찬을 받으면 그 분야에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올라간다”며 “우선 그 학생이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주고 지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양은 발표회 공연 뒤 집에서 말이 많아졌다고 엄마가 평가할 정도로 자존감이 높아졌다. 이 결과는 학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양은 바뀐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말한다. “수학을 못했어요. 자신감도 없었어요. 하기도 싫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열심히 해요. 중간고사요? 못 봤어요. 하하. 성적이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계속 공부할 거예요.”
진로공부캠프 시간 가운데 일부를 학과 공부를 도와주는 시간으로 짠 곳도 있다. 서울 연북중학교에서는 문·예·체 교육과 더불어 지역 대학생과 연계해 아이들의 학습까지 돌봐주는 대학생 멘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 16일 오후 3시30분 연북중에서는 성향별, 학년별로 묶인 아이들이 대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침 중간고사가 끝난 뒤 첫 시간이라 시험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듯했다.
연북중은 작년에 거점학교로 아이들을 보냈으나 올해부턴 자체적으로 진로공부캠프를 운영한다. 지난 3월26일 시작해 7회째 진행중이다. 황경원(음악) 담당 교사는 “처음에 아이들은 자신이 없어 선뜻 교실로 오지 못했다”며 “그래서 메신저로 일정 보내고, 교실 앞에서 기다렸다 데려와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금은 메신저로 일정만 알려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00% 출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엔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자신보다 약한 아이를 이끄는 아이들의 달라진 모습에서 높아진 자존감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김아무개(연북중2)군은 “여기서 공부하면 선생님도 있고, 집중도 잘된다”며 “예전엔 몰라서 수업 시간에 질문을 잘 못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마친 뒤엔 질문을 잘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아직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교사들 사이에서 말수가 적은 아이로 알려진 정아무개(연북중2)양은 “특별히 원하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등 약간 시큰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황 교사는 “초기에 비해서 지금은 자발적으로 잘 참여하고 있다”며 여름캠프, 2학기 활동을 거치며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였다. 단지 조금 느릴 뿐 못하거나 뒤처지거나 잘못된 건 아니라는 진로공부캠프의 취지에 어울리는 생각이었다. 실제 정양은 원하는 것이 없다고는 말했지만, 지금 진행중인 수업에 만족한다고 대답해 수업을 지속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커 보였고, 그만큼 발전 가능성도 기대할 만했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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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연북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대학생 멘토와 함께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정종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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