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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공동체 교육으로 자존감 높이면 학습부진아 없어집니다”

등록 2012-05-21 14:05

경기도 의정부여자중학교 학생들이 발랄한 모습으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의정부여자중학교 제공
경기도 의정부여자중학교 학생들이 발랄한 모습으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의정부여자중학교 제공
인터뷰 l 서용선 의정부여중 교사
경청, 협력, 표현 작업이 배려
수업 참여하면 진짜 ‘나’ 찾아
“다양한 공동체 속에서 민주적이고 함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 어디에 가서든 창조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

지난 15일 <함께하는 교육>이 만난 서용선(38·사진) 경기도 의정부여자중학교 창의체험부장은 기존 교과과정을 따르지 않으면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학부모의 고민을 이 한 마디로 해결해줬다. 창조적 적응능력만 있다면 입시 위주의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하더라도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서 교사는 지난해에 혁신부장을 맡아 동료 교사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자존감 교육과 배려 교육’을 의정부여자중학교에 정착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함께하는 교육>은 ‘자존감과 배려 교육’을 구조화한 뒤 전교생을 대상으로 모든 수업에 적용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서 교사에게 구조화 과정과 적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들어 봤다.

-자존감과 배려를 열쇳말로 선택한 까닭은?

“자존감, 배려는 일반적인 교육 또는 종교 용어로 생각하는데, 이 단어를 뽑아내기 위해서 여러 과정을 거쳤다. 역사가 있는 단어다.”

-간단히 설명해 달라.

“작년에 혁신학교를 시작하면서 수업 혁신을 입체적으로 진행했다. 가장 중요한 주제는 학생 분석이었다. 먼저 교사들이 학생에 관해 이야기하는 내용을 공론화했다. 처음엔 다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공부도 못해, 문화적 체험도 잘 못해, 꿈이 없어, 다른 아이들 방해해…….’ 이것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원하는 교육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교사가 계속 아이들 얘기를 하다 보니까 그 아이의 특성이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안 된다 안 된다’ 했던 것들이 사실 가장 교육적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이었다는 사실에 고민이 모였고, 그것을 자존감과 배려로 풀었다. 배려할 줄 모르는 나와 타인이란 두 축을 지양하면 공동체가 만들어질 거라 생각해서 두 단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수업으로 연결이 가능한가?
서용선 의정부여중 교사
서용선 의정부여중 교사

“아이들을 분석하고 필요한 수업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존감과 배려와 연결지었다. 교육과정의 흐름이 잡히자, 모든 교과 선생님들이 교과를 결합해 재구성할 때 자존감과 배려를 중심에 두었다.”

-어떻게 수업을 재구성했나?

“숲 만들기는 교사 20명이 참여해 수업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사회과는 정책을 결정하고, 미술과는 학교 숲을 그린다. 미덕(도덕) 수업에선 숲이 주는 미덕을 공부하고, 영어 수업도 ‘숲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영어로 말하고 문장을 만드는 식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하면서 모든 교과가 융합이 됐다.”

-자존감·배려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나?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자신이 주체가 돼 수업을 만들고 진행하면서 학교에 있는 ‘나’가 진짜 ‘나’란 걸 알게 된다. 학교가 자기들한테 관심을 갖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학교를 작은 사회로 봤을 때 이 사회 속에서 내 문제, 내 공간에 대한 고민을 수업 속에서 풀어가는 모습이 몸에 밴다. 이게 자존감 교육이다. 배려 교육은 관계 맺기다. 경청, 협력, 표현하는 작업이 배려의 핵심 가치다. 생태 숲을 가꾸는 등 자연에 대한 배려 수업으로 배려라는 가치를 구현했다. 평가도 수업이 자기표현, 자기존중으로 가는가, 더불어 사는 삶인가 타인과의 소통인가를 생각한다. 보통 4명씩 팀으로 움직이는데, 자기를 사랑하고 서로 배려하는가를 핵심적으로 지켜본다.”

-학교 이곳저곳에 게시물이 많이 전시돼 있다.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을 때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래서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의 결과물을 학교 안 이곳저곳에 게시한다. 또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자신들이 배운 내용을 각 관련 교과와 연계해 다른 아이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이런 모든 활동이 자존감과 관련돼 있다. 그러자 아이들이 축제 때 연예인을 부르지 말고, 자신들이 수업 때 공부한 내용 또는 동아리 활동으로 축제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렇게 했다. 자존감이 높아졌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학부모나 아이들이 불만을 나타내진 않나?

“물론 불만도 있다. 토론만 하고 수업을 끝내니까 ‘선생님이 정리를 안 해줘 불만’이란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수능은 교과서만 봐선 잘 볼 수 없다. 게다가 수시,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50%를 넘는다. 이른바 명문대도 교육과정을 보는 쪽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교육과정을 기록해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양한 공동체 속에서 민주적이고 함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 입시 위주 고등학교에 진학하거나 다른 어떤 공동체에 가서든 창조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 흡수력이 빠른 청소년기에 익힌 글쓰기, 말하기, 협력 능력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실제 일반고에 진학한 작년 중3 학생들이 훌륭하게 적응해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어떤가?

“공동체 교육을 하면 학습 부진아는 없어진다. 보통 운동부가 학교 전체 성적을 깎아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학교는 그렇지 않다. 의정부여중 핸드볼부가 유명한데,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발표도 서로 하려 한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운동부 드물다. 배려 교육이 정착돼 발표를 들어주는 문화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학교 전체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전파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학교를 변화시키는 과정인데, 변화하지 않으려는 모든 지점이 힘들다. 특히 지역사회와의 결합은 잘 이뤄지고 있으나, 다른 학교와 결합이 잘 안 된다. 혁신학교와 비혁신학교를 갈라선 안 된다. 교사들이 전문가로서 지역사회에서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지역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좋은 성과를 낸 교육과정이 있다면 눈여겨본 뒤, 취할 점은 취해야 한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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