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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교육도 상품, 합리적 소비로 사교육비 부담 덜자”

등록 2012-04-30 14:18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24일 ‘선행학습 금지법 제정 운동’을 시작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24일 ‘선행학습 금지법 제정 운동’을 시작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 인터뷰
주5일 수업제, 수업일수와 교육과정 조정해야
적성에 맞는 진로는 미래 사회의 핵심 경쟁력
“사교육을 상품이라고 친다면 무분별하고, 비합리적인 사교육 소비 패턴이 문제다.” 지난 23일 <함께하는 교육>이 만난 김승현(41·사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선행학습이나 영어 조기교육 등 효과가 없는 사교육에 비용을 들이는 사교육 소비 행태를 비판했다. 2010년 학교를 잠시 쉬고, 3년째 상근 활동가로 일하는 그는 1998년 서울 숭실고에서 처음 교사 생활을 시작했고, 2008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한 영어 사교육 대토론회 참석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사교육비의 원인과 대안을 <함께하는 교육>이 구체적으로 들어 봤다.

김승현(41)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
김승현(41)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
-주5일 수업제로 학생 부담이 늘어나고, 사교육비 지출이 많아졌다고 한다.

“주5일 수업제는 학습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그런데 주중 수업이 늘고 방학이 줄었다면 수업일수와 교육과정을 조정해야지 주5일 수업제 자체를 공격해선 안 된다. 사교육비와 관련해서 주5일제는 주변부적인 문제로 사교육비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사교육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고교 입시와 서열화된 고교 체제가 문제다. 좋은 고등학교를 가야 한다는 부담이 크고, 고등학교에 가서 경쟁하기 위해선 미리 배우고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4% 안에 들어가야 하는 경쟁이 문제다. 4%로 내신·수능 1등급을 받고, 4% 안에 들 정도의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 경쟁 체제가 문제다.”

-올해 초 지난해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총액은 감소했다. 학생 수가 적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학생 수 감소분을 제외하면 감소효과가 총액에서 얼마 되지 않는다.”

-<교육방송>(EBS)과 방과후학교로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말한다.

“사교육은 경쟁의 문제이고, 구조의 문제이다. 사교육을 증가시키는 원인은 그냥 놔두고 방과후학교나 교육방송을 늘린다고 해서 사교육이 잡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사교육 유발 요인인데, 유발 요인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두거나 새로 만든 뒤에 교육방송으로 막는 정책을 취해선 안 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는 정부 발표와 달리 사교육비가 늘었다고 말한 바 있다.

“현 정부는 방과후학교와 교육방송을 밀고 있는데, 교육방송 교재비와 방과후학교 수강료 부담은 늘었다. 둘 다 사교육비로 잡히진 않지만 사부담 공교육비라고 할 수 있다. 그것까지 따지면 교육과학기술부 통계보다 늘어난 셈이다. 거기에 따로 통계를 내는 어학연수비까지 포함하면 실제 학부모가 부담하는 사교육비는 늘어났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학교 시험 제도를 바꿔야 한다. 현재는 학교 시험 평가가 상대평가다. 서열을 매긴다. 그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가고, 대학을 간다. 이처럼 획일적인 내신평가가 진행되는 한 내신 대비 사교육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절대평가로 가야 한다. 그리고 학급별·교사별 평가를 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내신 대비 사교육이 없다. 공동으로 시험 보고 줄을 세우는 평가에는 학원들이 대응하기 편하다. 고교를 서열화하지 않으면 최소한 중학교에서 점수로 줄을 세우거나 등급을 매기는 상대평가를 할 이유가 없다. 상대평가를 풀어주면 수행평가도 교사마다 다르게 할 수 있다. 수행평가, 서술형 평가가 늘어나면 같은 학교 안에서도 선생님들이 내리는 평가가 달라지고, 옆 학교와도 달라진다. 그러면 내신 대비 학원이 존재할 수 없다.”

-절대평가도 문제가 많지 않나?

“성적 부풀리기가 문제 됐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지금처럼 줄세우기 평가를 하고, 문제풀이 위주로 교육할 순 없다. 중학교에서는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대입제도와 연결해서 점진적으로 설계해야 할 문제다. 교육과정, 평가, 입시가 모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부모들은 제도가 바뀌길 기다릴 순 없다.

“합리적으로 소비해야 한다. 사교육을 상품이라고 친다면 무분별하고 비합리적인 사교육 소비 패턴이 문제다. 경쟁이 치열한 구조에서 학부모들은 제도가 바뀌길 기다리지 못한다. 사교육을 받더라도 입시 문제풀이 교육을 위해서 한 달 전부터 학원에 의존하는 방식의 교육이 수능을 잘 보는 데 도움이 되는지 따져야 한다. 특히 선행학습은 절대 해선 안 된다.”

-선행학습을 하지 말라고 강조하는데, 어떤 문제가 있나?

“선행학습은 효과가 없다. 선행학습에 의존했던 아이들이 고등학교 올라와서 수학 성적이 떨어진다는 통계가 있다. 공부법 전문가들은 수학이 가장 학원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또 학원을 다녀선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없다고도 말한다. 점수 경쟁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는 아이들은 일부다. 나머지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전혀 준비하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한다.”

-현재 경쟁 교육 체제에서 사교육을 아예 안 받을 순 없지 않나?

“사교육을 받더라도 상위권이라면 심화학습을, 하위권이라면 보충학습을 해야 한다. 선행을 하고 있다면 전형적으로 잘못된 사교육 소비다. 영어 유치원을 보내고 있다면 돈만 쓰고 영어는 늘지 않고 애만 고생시키는 거다. 돈은 돈대로 들이고, 학습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거나 때로는 해롭다.”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좋은 대학을 들어가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 20~30년 정도 보장받았다. 게다가 노후까지 보장됐다. 산업사회 때 생각이다. 그런데 지금 부모는 산업사회 인생의 주기로 자녀를 기르고 있다. 배치표에서 한두 칸 높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방식은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미래에는 이른바 명문 대학을 나와도 삶이 지속가능하지 않다. 자기 주도적으로 삶에서 열정을 쏟을 것을 찾아야 한다. 적성과 진로가 막연한 도덕적 가치가 아니라 미래 사회에서 핵심적인 경쟁력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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