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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실 여부 따지며 진실을 유추하는 힘 키운다

등록 2012-04-16 16:25

시민단체와 한·중·일 역사학자들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시민단체와 한·중·일 역사학자들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황연성 교사의 디베이트 정복
⑫ 디베이트 논제 유형 III - 사실논제
“발해는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였다” 또는 “아메리카 인디언은 아시아 대륙에서 건너간 몽고 인종에 속한다”는 과거 일에 관한 논제이다. “고종은 일본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에 관한 논제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뜨거운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독도 문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논제다. 이 문제는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이다”란 논제로 정해 디베이트를 할 수 있다.

논제 제시 뒤 충분한 시간 여유 주어야
사실 규명한 뒤 정책·가치논제 다뤄야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진주만 공격을 사전에 탐지했는데 방관했다”란 사실논제처럼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과거의 역사를 주제로 토론해도 흥미 있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높은 편이다” 또는 “한국과 미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나라에 많은 도움을 준다” 등과 같이 현재 사실에 대한 논제도 좋다. 이밖에도 ‘탄소에너지 배출권’이나 ‘방위분쟁’ 또는 ‘환경문제’와 같이 시사성 있는 논제로도 디베이트를 할 수 있다.

과거·현재의 사실에 관한 사실논제와 함께 예언이나 예측과 같이 미래의 사실에 대한 것을 가지고 디베이트를 활발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21세기에는 아시아 태평양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라든가 “2020년도엔 한국의 경제력이 일본을 앞지를 수 있다” 등도 디베이트의 사실논제가 될 수 있다. “내일은 비가 올 것이다”와 같이 일상적인 화제나 “아이돌 스타들이 인기를 누리는 기간은 1년 이내이다”라는 것도 흥미진진한 사실논제가 된다. 이때 유의할 점은 개인적인 문제를 논제로 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는 한도 안에서 디베이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과거, 현재, 미래의 ‘사실’ 또는 ‘정의’를 취급하는 것이 사실논제이지만 동시에 법정에서 다루는 사건처럼 ‘원인=결과’에 얽혀 있는 논제도 넓게 생각하면 사실논제에 해당한다. 사실논제는 어떤 사실의 존재 유무를 다루는 형태로서 토론 과정에서 복잡한 인과관계를 전문가의 증언과 과학적 실험 결과 등을 동원해야 토론이 가능하다. “인터넷은 현행 학교교육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처럼 현재나 과거, 미래의 사실에 대하여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과학적으로 귀납 추론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정보를 검색하는 능력과 사실을 인정하는 힘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므로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나 중등학교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다.

사실논제를 가지고 디베이트 수업을 실시할 때에는 논제를 최소한 일주일 전에 제시하여 학생들에게 자료를 찾아서 토론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실논제에 대하여 찬반측이 의견을 주장하려면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들이 필요한데 즉석에서 자료를 제시할 수 없고 또 제시할 수 있다고 해도 상상력에 의존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자료로서의 신뢰도나 타당도가 떨어지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논제로 디베이트를 할 때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하는 ‘사실적 증거의 진실성 여부’는 주된 판단 기준이다.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디베이트를 할 때 그 역사적 사실의 현재 의미나 교훈 등을 두고 논쟁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사실 여부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떤 후보자를 지지하느냐에 대한 것도 사실논제에 해당한다.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대한 여론 조사를 해석하는 것도 사실논제에 해당한다. 지난 4월11일에 있었던 국회의원 총선거의 경우나 오는 12월19일로 예정되어 있는 대통령 선거를 두고 펼쳐질 토론들은 모두 사실논제로 구성된다. 각종 심야토론이나 100분토론 등과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내세운 사회·경제정책 등의 사실 여부를 놓고 진지하게 점검하고 토론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교육적 디베이트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 사실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은 후에야 가치나 정책 논제에 대한 토론이 잘 이루어진다.

학교에서 아이들끼리의 다툼에서도 디베이트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관련 토론 또한 사실논제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서 학생들끼리 분쟁이 일어나면 먼저 다툼이 일어나게 된 사실을 철저하게 알아내야 한다. 그런데 두 명이 다투게 되면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잘한 점이나 억울한 점 등을 위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제대로 판정을 하기가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것은 증인이나 관계서류이고,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토대로 진실을 유추하는 힘이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기반으로 형성된 가치관이나 정책수립은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하다. 21세기에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4가지 능력과 더불어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찾아내어 활용하고 새롭게 창출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힘은 과거, 현재, 미래의 사건들을 사실논제로 삼아서 디베이트를 하면 자연스럽게 개발된다.

황연성 서울 예일초 교사·건국대 교육대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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