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대가야박물관 왕릉전시관.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2012 대가야체험축제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 어느 때라도 역사 아닌 것이 없고 흥미롭지 않은 때가 없다. 하지만 역사란 승자의 기록인 법, 승자가 아닌 국가와 사람은 기록되지 못하고 잊혀지고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더욱 애틋한 시대와 장소가 있으니 바로 ‘가야’(伽倻)다. 낙동강 하류지역에서 독특하고 찬란한 철기문화를 꽃피웠지만 ‘신라’에 흡수되어 버렸다.
경주 시내 드넓은 평지에 신라 고분이 자리한다면 고령의 대가야 고분은 올록볼록 산꼭대기 능선에 자리한다. 왜일까? 아이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줄 만한 소재임이 틀림없다. 이채롭기 그지없는 200여기의 지산동 고분군 중에는 순장묘로 처음 확인된 제44호 고분이 있다. 순장(殉葬)이란 부족장이나 왕 같은 권력자가 죽었을 때 가까이에서 모시던 사람을 함께 매장하는 장례 형태다. 대가야왕릉전시관에 발굴 현장을 재현해 놓았는데 중앙에 왕이 누워 있고 양편에 호위 무사가 있다. 그 주위로 32개의 순장곽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배치되어 적어도 36명, 많게는 100명까지 순장했다고 추측된다. 문헌에서만 볼 수 있었던 순장의 현장은 당시 학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또한 가야 금관, 환두대도 등 찬란한 제철기술, 중국 남제(南齊)와의 독자적인 교류 등 가야는 생각보다 훨씬 번창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분 주위를 서성이며 낙동강을 타고 오르는 바람결에 땀을 식히노라면 발밑으로 고령 읍내가 훤하게 보인다. 서기 42년에 문을 열었던 역사 속의 나라, 가야 사람들은 왜 산꼭대기에 왕릉을 만들었는지, 가야의 금관은 어찌 저리 영롱한지 아이의 궁금증은 끝도 없을 것이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서도 어렴풋이만 기록되어 있을 뿐 정복당한 왕조는 전설처럼 묻혀 있다. 이번주 목요일인 4월19일부터 일요일인 22일까지 ‘대가야의 혼불’이라는 주제로 2012 대가야체험축제(fest.daegaya.net)가 펼쳐진다. 대가야의 비밀이 궁금하다면 한번 가볼 만한 곳이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을 미래의 역사학자에게 끝없는 호기심과 의문부호를 던져주기에 참으로 좋은 기회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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