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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기사를 스크랩

등록 2012-04-09 13:54

진명선 기자의 기사 쉽게 쓰기
② 신문으로 기사교본 만들기
누구나 자기 문체를 갖고 있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요즘엔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에 일기나 단상 따위를 적는 청소년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고유한 문체가 생긴다. 기사는 다수의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글로 일기나 편지와 같은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글쓰기와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기사를 쓰는 것은 새로운 문체를 배우고 익히는, 또다른 학습이 필요한 일이다. ‘신문’이 이런 학습의 기본서라면, 여러분이 직접 만드는 ‘기사교본’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

기사 선택 이유 메모하고
사실과 견해 구분해 보자

기사교본을 만드는 3단계 가운데 1단계는 우선, 신문을 읽으면서 그날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기사를 1~2꼭지 정도 골라 오린 뒤 노트에 붙여 스크랩을 한다. 나는 4월4일치 <한겨레>에서 <‘18금 맞은’ 레이디 가가 공연, 노랫말에 ‘술’ 포함된 1곡 때문?>이라는 사회면 기사를 골랐다.

기사를 골랐다면 ‘왜 이 기사를 골랐나’에 대해 간단히 메모한다. 내 경우에는 △레이디 가가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 △공연에도 ‘18금’이라는 등급이 매겨진다는 사실에 대한 생경함 등이 흥미를 끌었다. 대체로 유명인을 다룬 기사는 재미있게 잘 읽힌다. 이렇게 기사를 선택하고, 선택의 이유를 정돈하다 보면 자신이 뉴스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을 세울 수 있다.

또 신문에는 실려 있지만 재미를 못 느낀 기사에 대해 ‘왜 이 기사를 외면했나’에 대해 메모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나는 4월4일치에서 <신형 싼타페 디자인 유출은 ‘회사 직원 작품’>이라는 기사를 제목만 읽고 본문을 읽지 않았다. △자동차에 별로 관심이 없고 △자동차 디자인 유출로 내가 겪는 불편이나 피해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차에 관심이 많거나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은 레이디 가가의 기사를 제치고 이 기사를 먼저 읽었을 것이다.

물론 재미있는(fun) 기사가 곧 가치 있는 기사는 아니다. 재미있는 기사만이 흥미를 끄는 것도 아니다. 나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남은 그 기사를 외면할 수 있다. 사람마다 관심사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십만명에 이르는 독자를 대상으로 한 신문에 다양한 분야의 기사가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나는 어떤 기사를 재미있게 읽는가’를 아는 것은 곧 나의 가치관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2단계는 고른 기사에서 육하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을 찾는다. 레이디 가가의 기사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누가) △지난달 22일(언제)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무엇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판정했는데(어떻게) △그 이유는 여성가족부가 그의 노래 1곡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했기 때문이다(왜)로 정리할 수 있다. 육하원칙을 적용하면 길고 복잡한 기사도 간결하고 명료하게 정리돼 핵심을 파악하기 수월하다.

3단계는 사실과 견해를 구분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기사가 견해보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기술되는 글임을 알 수 있다. 기사에는 △기자의 견해와 △전문가 또는 관련자의 견해가 있는데, 기자의 견해는 주로 전문가의 견해를 통해 간접적으로 암시될 뿐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기사에서는 △배우 유아인의 비판 △음악평론가 노준영의 비판 △레이디 가가의 입장이 견해로 제시됐다.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남에게 설득하는 논술문을 쓸 때도 사실과 견해를 구분하는 능력은 필수다. 주장이나 견해만 있는 글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사람들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에 설득된다. 좋은 논술문에서 주장이나 견해는 역사적인 사실이나 통계 등 ‘사실’로 뒷받침된다. 따라서 사실 위주의 기사를 쓰는 연습은 곧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데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일과 같다. 실제 △레이디 가가의 11개국 공연에서 청소년 관람 불가 지정된 곳은 한국밖에 없고 △2009년 레이디 가가 공연은 12살 이상 관람가였다는 ‘사실’은 이번 공연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지정된 것의 문제점을 더욱 부각시킨다. 진명선 <한겨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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