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학교 아이들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게 초청편지를 보내는 모습.
지구촌학교 설립자 김해성 대표
“피부색이 조금만 달라도 ‘넌 어느 나라에서 왔니?’라고 묻죠.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는데, 오긴 어디서 옵니까?”라고 말하는 김해성(사진)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그는 얼마 전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국내 첫 초등학교 대안학교인 지구촌학교를 설립했다.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이 학교는 현재 50여명의 다양한 아이가 모여 공부하고 있다. 지구촌학교 설립자 김해성 대표를 만나 다문화교육의 필요성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 학교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현재 우리나라 외국인 체류 인구가 140만을 넘었고, 장기체류 외국인이 100만에 육박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25만쌍 이상이며 그들의 자녀만 15만명 이상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한 농촌은 절반 가까이가, 전체적으로는 10명 중 한명이 외국인과 결혼하는 추세인데 언제까지 단일민족 주장을 할 거냐. 다민족 다인종 사회를 인정하고 이들과 더불어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며 이 학교가 그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현재 재학생은 몇 명이나 되나?
“어린이집이 40명, 초등학생이 50명이다. 15개 국가의 외국인노동자, 난민신청자, 탈북자, 중국동포 등 다양한 아이들이 섞여 있다. 다문화가정 대부분이 변두리지역에 직장을 가지고 있어 서울에 이사 오기가 어렵다. 오고 싶다는 사람은 많은데 직장을 포기할 수도 없고, 서울에 집을 구할 형편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
학교를 만드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
“초등학교를 설립하는 데 기준이 까다롭다. 임대건물이 아닌 자기 소유의 건물이어야 하고, 정규직 교사가 70% 이상 배치돼야 한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경우 한국인과 외국인 배우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만 국적이 인정된다. 불법체류자의 자녀는 당연히 아무런 보장과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우리가 인가를 받긴 했지만 정부 규정상 지원을 한 푼도 못 받고 있다. 그래도 기업과 개인의 후원과 모금으로 입학금과 등록금, 급식, 준비물 등이 모두 무료다. 선생님 월급도 후원을 받아서 주고 있는 형편이다.”
이 학교가 일반 학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교육 커리큘럼은 일반 학교와 동일하다. 정규과정이 기본이고 거기에 특성화된 교육을 추가해 다문화교육과 다중언어교육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중간과정 학교가 있어서 영어를 먼저 가르쳐 언어적 문제를 해결한 뒤 정규과정을 받도록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과정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어 집중학습을 시키고, 통합교육을 위해 한국인 아이들도 받고 있다. 현재 6명이 다니는데 심사를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 위주로 선발한다. 또한 각계 전문가의 재능기부를 받아 예체능이나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로 클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사회에 나가면 어차피 다 같이 어울려 지내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일반 학교에 다니는 것이 낫지 않을까?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최고의 약점은 언어다. 엄마가 한글을 몰라서 어릴 때 텔레비전만 켜주다 보니 대인기피증이나 텔레비전중독인 아이들이 많다. 듣기는 하는데 읽고 쓰고 말하기가 안 돼서 학교에 가서도 왕따를 당하고 선생님도 그냥 내버려두는 일이 생긴다. 우리는 이런 약점을 최고의 강점으로 만들려고 한다. 한국어, 영어는 기본에 엄마나 아빠의 모국어까지 가르쳐서 다중언어전문가로 키우고자 한다. 한참 뒤 아이들이 글로벌 인재로 자라 사회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다.”
다문화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현재 이주아동의 초등학교 취학률은 60~80%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 피부색이 조금만 까만 친구가 있어도 애들은 ‘깜시, 아프리카’라고 놀렸다. 하물며 여기서 태어났는데 자꾸 ‘넌 어느 나라에서 왔니?’라고 묻는 게 관심 표현일 수도 있지만 듣는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된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애들은 친구들이 놀리면 왕따를 당하면서 학교 적응을 못하고 자연스레 이탈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다문화교육을 시켜서 아이들이 피부색이나 언어가 다를 수 있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해줘야 한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국가다. 체류상태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교육받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이를 지켜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임에도 제대로 안 하고 방치만 하는 게 문제다. 부모가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미국이라면 현지에서 태어난 아이는 시민권을 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무국적의 불법체류자가 된다. 심지어 학교에 다니다 체포당하는 경우까지 있어서 안 보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5, 6년 전에 어린이집을 만들어 아이들 20명을 받았다. 지금 지구촌학교의 규모가 작긴 하지만, 이 학교를 통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바람직한 교육을 이뤄내고 싶다. 점차적으로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확대시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자리잡고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우리 학교처럼 희거나 검거나 노란 아이들이 섞여 있는 곳이 없다. 잡동사니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비빔밥처럼 맛깔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사진 지구촌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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