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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등록 2012-03-19 12:06

설득의 심리학
설득의 심리학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2. 철학, 거의 모든 생각의 시작-③ 논리적 사고

<설득의 논리학>김용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논쟁의 대가들>로베르토 카사티, 아킬레 바르치 지음, 이현경 옮김, 열대림

<변호사 논증법>최훈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클로이는 10시30분에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에어프랑스 비행기를 탈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방에 들어있던 샴푸병이 새는 바람에 10시45분발 브리티시 항공 보잉 767기 15A 좌석을 타게 됐다. 같은 날 런던으로 가는 여섯 편의 비행기와 좌석수를 계산해 보면 클로이의 옆 좌석 15B에 앉게 될 확률은 5840분의 1이다. 여행중 우연히 대화를 나누고 사랑에 빠진 남자에게 클로이는 우연일까 운명일까.

사랑하는 모든 연인들에게 상대방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본질은 차가운 이성과 논리적 추론이 아니라 가슴에 몰아치는 회오리바람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서적 교감이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소설에서 클로이를 만날 확률을 계산한 것처럼 사랑까지도 확률과 우연이라는 이성적 판단에 기초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합리적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취향에 따라 과자나 옷을 고를 때와 어떤 일의 잘잘못을 따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우리에겐 조금씩 다른 방식의 생각이 필요하다.

인간의 뇌는 감성과 이성의 영역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람마다 성향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한쪽만 가진 사람은 없다. 이성의 힘을 기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철학 분야가 바로 논리학이다. 현대적 의미의 논리학을 체계화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사고방식에 타당한 형식과 부당한 형식이 있다고 보고, 그 타당성을 식별해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조차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다. 상대방과 의견이 달라 논쟁을 벌이거나 글을 쓸 때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내 사랑은 연인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할 수 있지만 말과 글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논리의 힘에 의지해야 한다. 말하자면 논리적 사고는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중요한 도구이며 생각의 힘을 기르는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옳다고 믿는다. 각자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접점을 찾기 힘들고 대립과 갈등을 겪게 될 때가 많다. 철학자 김용규는 이런 사람들에게 <설득의 논리학>을 제안한다. ‘인간의 마음은 감성과 이성, 두 개의 날개로 나는 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설득은 결국 논증이라고 선언한다. 화려한 아첨이 섞인 수사학이 아니라 논리적인 방법으로 상대방의 이성을 설득시키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꾸준한 연습과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서 코넌 도일의 <네 사람의 서명>을 보면 왓슨이 위그모어에 있는 우체국에 다녀왔고 전보를 쳤다는 사실을 셜록 홈스가 추론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로 가추법을 사용하고 있는 셜록 홈스는 예리한 관찰과 추론을 통해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가추법은 전제로부터 결론이 개연적으로 이끌어져 나오는 연역법의 일종으로 논리적이고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황당해하는 왓슨에게 셜록 홈스는 “불가능한 것들을 모두 지워버렸을 때 남는 것 하나가 진실임이 틀림없네”라고 말한다.

머릿결이 좋은 신민아가 머리를 감는 샴푸, 빅뱅이 산에 오를 때 입는 등산복조차 예증법이라는 논리적 도구가 사용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매일 부딪치는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논리학이다. 이뿐만 아니라 논리학은 말과 글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삶의 도구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귀납법과 연역법, 삼단논법과 배열법 등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 적용 가능한 논리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각 장 마지막에는 ‘논리학 길잡이’ 코너를 두어 핵심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로베르토 카시티와 아킬레 바르치 두 철학자는 <논쟁의 대가들>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에게 논리적 사고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39가지 우화를 통해 일상의 논리적 오류들을 지적하고 있는 이 책에는 ‘그’와 ‘그녀’ 그리고 ‘참견쟁이’가 끊임없이 논쟁을 벌인다. 다른 인물도 등장하지만 세 사람은 서로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논쟁을 주도한다. 시간과 공간, 의식과 정체성, 논리적 역설 등 논쟁의 주제는 다양하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논쟁에 뛰어들어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그 이야기들을 통해 지금까지 가졌던 편견과 고정관념들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 책은 철학적 개념이나 논리학 용어가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힘을 길러준다.

이에 비해 직접적으로 논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전 논리를 알려주는 책이 있다. 최훈은 <변호사 논증법>에서 ‘말싸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이기는 데 목적이 있다. 논증은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한다. 논증과 오류의 종류를 외우는 대신 ‘자비로운 태도’를 강조하는 이 책은 논리적인 사람이 되어 논쟁에서 이기고 싶다면 착한 마음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그것은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가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의 주장을 인정하고 논리적인 과정과 절차를 통해 이성적으로 설득하라는 말이다. 최훈이 말하는 대로 ‘자비로운 해석과 역지사지, 근거 제시와 확인, 입증의 책임과 권리, 논점 일탈 금지의 원칙’만 지켜진다고 해도 티브이 토론프로그램에 나오는 패널들의 이야기가 들을만하지 않을까 싶다.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열린 마음과 태도에 기초하지 않은 논쟁은 ‘나만 옳다’는 바보들의 싸움으로 끝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논리학은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전쟁의 도구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만들어 주는 삶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감정만큼이나 이성도 오류에 빠지기 쉽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때도 많다. 그것이 논쟁의 상황이든 다양한 선택과 갈등의 상황이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은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또 하나의 지혜이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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