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재량활동, 학급경영 등을 바탕으로 민주시민교육을 하고 있는 천왕초 장대진 교사(오른쪽)가 제자(지난해 천왕초를 다녔던 김이랑양)와 포즈를 취했다. 장대진 교사 제공
민주시민교육 하는 서울 천왕초 장대진 교사
민주적 학급, 국어·사회·미술과 연계돼
존재감 없던 친구들도 참여의지 보여줘
민주적 학급, 국어·사회·미술과 연계돼
존재감 없던 친구들도 참여의지 보여줘
많은 학생들이 사회, 정치교과서를 통해 ‘선거’라는 단어를 만난다. 하지만 학교에서 실시하는 선거 과정은 교과서와는 괴리가 있다. 드러나지 않게 공부 잘하는 아이, 가정 형편이 좋은 아이한테 기회를 주는 일도 있다. 회장으로 뽑힌 친구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논의하는 시간도 없다. 교실에서 민주시민교육의 범주에 들어가는 선거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초등 전 학년을 위한 민주주의 기초편>(인물과사상사)의 공동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서울 천왕초 장대진 교사는 지난해 서울 대방초등학교에 있을 때 수업, 재량활동 등을 통해 민주시민 교육을 하고, 이와 연계해 학급경영을 했다. 대통령뿐 아니라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등을 만들어 모든 학생을 학급 일에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지난 2월23일 장 교사를 만나봤다.
-수업, 학급경영 등에 민주시민교육을 접목하고 있다. 계기가 있나?
“아이들한테 실질적으로 사회참여를 해 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 교실도 작은 사회다. 사회 안에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과정들을 경험해봐야 커서도 이런 활동을 잘해낼 수 있다.
선거교육이나 시민교육은 교과와도 연동이 된다. 6학년 사회교과서를 보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그냥 설명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근데 실제 학급운영에 접목하면 각 부서의 역할이 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사회 과목에만 한정된 활동이 아니다. 재판 시나리오를 쓰면서 국어 공부도 한다. 학급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정리해서 게시판을 꾸미는 건 미술 활동과 연관이 깊다.”
-학급 임원선거와 관련해서는 어떤 방식의 관련 수업을 하나?
“‘어린이공화국 벤포스타’(1956년 스페인 오렌세에 있는 신부와 15명 아이들이 세운 교육 공동체로 아이들이 만든 주민총회, 의결기구, 법이 있는 마을)의 사례를 많이 얘기한다. 임원선거 등을 하기 전, ‘권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권위는 정당하게 다른 사람들한테 뭔가를 강제적으로 지시하는 힘이고, 선거를 통해 사람들이 부여하는 것이다.” -요즘 친구들이 좋아하는 리더상은 뭔가? “말 잘하고, 잘생긴 아이들을 대표로 뽑는 일이 여전히 많다.” -장 교사 학급에 아이들이 모두 참여해 만들었던 법이 있었다. 교사도 법을 어겨 피의자로 재판을 받은 적이 있었던 걸로 안다. “당시 우리 학급에는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이 있었다. 아이들이 만든 법이다. 어느 날 한 친구가 귀여워서 장난을 좀 쳤는데 그걸 보고 아이들이 이의를 제기해서 재판까지 갔다. 일부러 의도한 것도 있었다. 재판은 담임인 나도 참여할 수 있다, 교사라도 예외는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당시에 나는 유죄판결을 받아서 반성문도 썼다.(웃음)” -교사 입장에서 이런 방식의 학급운영을 할 때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땡지’(‘땡굴이들의 지킴이’란 의미로 경찰 역할을 맡은 친구들)라고 불리는 경찰이 법에 따라 친구들 숙제검사나 지각체크 등을 한다. 아이들이라서 친하다는 이유로 사정을 봐줄 수도 있다. 교사가 제대로 살펴보지 않으면 원래 의미도 퇴색되기 쉽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이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나? “대통령, 국회의장, 경찰, 시민단체 등 여러 역할이 있다. ‘선생님 오셔! 조용히 해!’라고 소리치며 권력을 휘두르는 과거의 회장은 없다. 누구 한 사람이 중심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반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던 학생들이 존재감을 보이고 학급 일에도 잘 참여한다. 권위, 공정, 책임 등의 개념을 배우고 실제 학급경영에서도 경험해보니까 말투도 달라진다. 아이들이 ‘그건 공정하지 않아!’라는 말도 많이 쓴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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