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기념관의 모습.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⑤ 추사고택과 추사기념관
아이들 글씨가 엉망이다. 사실 글씨를 잘 쓴다는 것이 요즘 세상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하다. 컴퓨터를 이용해 숙제를 파일로 올리고 프린트해 제출한다. 편지는 메일로 보내고 상황에 맞게 원하는 글씨체로 바꿀 수 있으니 글씨를 잘 써야 할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나 할까?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추사 고택과 추사기념관(www.chusatotal.or.kr)을 방문해보자.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 추사체를 완성한 사람이다. 6살에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였다는 일화로부터 시작해 24살에 청나라 연경을 방문해 중국 제일의 금석학자 옹방강(翁方綱)과 완원(阮元)을 만나 교류하며 깊이를 더했다. 이러한 사실들 때문에 추사 김정희를 만나라는 것이 아니다.
옛 선현들은 글씨 쓰는 것을 서예(書藝)라 하지 않고 서도(書道)라 했다. 마음이 흔들리면 손끝이 흔들리고 흥분하면 글씨가 제대로 써지지 않는다. 단정한 자세로 앉아 정성스레 글씨를 쓰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고 도를 닦는 것이며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르는 길이라는 뜻이다. 또한 글씨에는 쓰는 사람의 성품과 학문적 깊이까지 녹아들어간다. 해서 추사는 성리학, 천문, 산술 등 모든 분야의 학문을 섭렵해가며 인품과 학식을 다졌다. 이를 알게 해주는 곳이 바로 추사고택과 추사기념관이다.
글씨를 정성껏 쓴다는 것은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며 글씨를 또박또박 예쁘게 쓰는 것은 단순한 재주의 서예가 아니라 올바름과 올곧음을 세우는 서도임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당나라 때 관리 등용 기준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다. 단정한 몸태도(體貌), 바른 말씨(言辯), 올곧은 글씨(筆跡) 그리고 현명한 판단(文理) 순으로 인물 평가의 기준을 삼았으니 인품과 평정심을 보여주는 글씨의 소중함을 마음에 심어주자. 교과서와 공책에 이름 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나아가 한 달에 한 번씩 할아버지 할머니께 예쁜 손글씨 편지를 쓰도록 하는 것은 더욱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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