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골에 그려진 벽화를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아이들.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③ 수암골 벽화 마을
③ 수암골 벽화 마을
하루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아이들과 소풍 가듯 수암골로 피크닉을 떠나보자. 글자를 주렁주렁 단 나무가 자라고 새하얀 눈이 쌓여도 파란 이파리에 빨간 감을 잔뜩 단 감나무가 탐스럽다. 계절도 시절도 비껴가는 이상한 곳이다.
수암골은 충북 청주에 남아 있는 마지막 달동네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이주하면서 흙벽돌을 찍어 집을 지었다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쓸쓸한 달동네가 되었고 인적이 끊긴 무채색의 골목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암골 골목에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추억의 골목 여행’이라는 주제로 하나둘씩 벽화가 늘어나며 회색빛 일색이던 좁고 허름한 골목길은 산뜻한 색과 그림으로 생명력을 얻기 시작했다. 한겨울에도 연꽃이 소담스레 피어나고 가파른 계단은 피아노 건반이 되어 밟고 지나가면 영롱한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씨앗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있고 사과가 열리는 느티나무도 있다. 모퉁이 구멍가게 앞에는 아이스케키를 사먹으려는 아이들이 줄을 서 있고 반대편 골목에서는 흙장난을 한다. 계절도 시간도 이곳에 들어오면 골목에서 길을 잃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되어 버린다.
얼마 전부터는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가 더해졌다. 케이비에스 드라마의 주인공 ‘제빵왕 김탁구’가 얼굴에 밀가루를 잔뜩 묻히며 빵을 만들던 그 집에서 빵을 사들고 골목 벽화 ‘웃는 아이 삼남매’ 옆에서 똑같은 표정으로 사진 찍는 쏠쏠한 재미도 더해졌다. 골목 그림을 보며 아이들은 바닷속을 여행하듯, 하늘을 날듯, 그림책 속을 산책하듯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가슴이 따끈해지고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오른다.
수암골은 휴지 속대와 우유갑을 이용해 재활용품 미술활동을 하던 아이들에게 마을 단위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곳이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전환해 무채색의 낡은 골목을 무지개색 마을로 만들어 눈앞에 펼쳐주는 곳이다. 인터폰으로 대화하는 아파트 문화보다 ‘정’이라는 정서를 담고 있는 골목길, 그것도 재탄생의 의미를 지닌 수암골에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일러줄 수 있는 메시지는 너무나 많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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