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노무사가 교사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노동인권 강의를 하고 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제공
청소년 노동인권 네트워크 이수정 노무사 인터뷰
직접 현장 찾아다니며 아이들 상담해 줘
왜 일하냐 묻기보다 환경 어떤지 물어라
직접 현장 찾아다니며 아이들 상담해 줘
왜 일하냐 묻기보다 환경 어떤지 물어라
청소년 노동인권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2005년 학생들의 현장실습제 실태조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단체다. 조사에 참여했던 이들이 학생들의 노동인권 필요성을 깨닫고 책자로 제작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재 네트워크의 구성원들은 학교 선생님부터 노동단체 활동가, 노무사까지 다양하며 교육과 정부 정책과 법 개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6일, 이 활동의 주축인 이수정 노무사를 만났다.
-그동안 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
“네트워크는 그동안 청소년 최저임금 실태조사(2008년), 노동현장에서의 피해사례 조사(2009년), 청소년 배달노동 실태조사(2011년) 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신림동 순대촌에 찾아가 직접 아이들을 만나고, 상담을 해주기도 했다. 지금도 수시로 학생들을 직접 만나거나 카톡을 통해 1대1 상담을 하고 있다. 단순히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힘을 키워주는 동시에 법 개정을 통해 제대로 된 노동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한다. 그러려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청소년 노동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과 노동. 얼핏 들어도 낯설게 들리는데,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내면 좀더 영향력이 있지 않을까?
“실제 노동시장에서 청소년의 입지가 약해 쉽게 연계가 되지는 않는다. 청소년이 직접 나설 경우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기도 한다. 실제로 예전에 단체 활동가들과 부당노동을 겪은 학생이 함께 업주를 찾아가 체불된 임금을 받고자 했다. 업주는 처음에 인정하지 않고 우기다가 갑자기 계산대로 가더니 지폐와 동전을 계산해 손에 쥐고는 그 학생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그 이후부터 학생을 참여시키는 것이 망설여진다. 파급력은 높을지 모르지만 실제 전면에 나서기에는 환경적 제약도 크고 선거권이 없어서 실제 영향력은 크지 않다.”
-활동을 하면서 얻은 성과나 현재 진행 중인 내용이 있다면?
“네트워크는 그동안 꾸준한 활동을 통해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를 끌어내고 최저임금 실태조사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책권고도 끌어냈다. 또 네트워크도 부산, 광주, 인천 등 지역적으로 확대되고 강원도, 광주, 인천 등지의 일부 학교에서는 실제 수업시간에 노동인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나중에 크면 노동자가 될 수도 있고 사업주가 될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수업시간에 모의교섭이 진행된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서비스업, 4학년 때는 자동차업 노동자 역할을 맡아 교섭을 벌인다. 이 과정을 통해 조정과 협상능력이 훈련이 되면 나중에 그만큼 잘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공교육 내에서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청소년 노동인권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게 뭘까?
“학생도 일하는 동안은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한데 학생이라는 신분을 약점으로 잡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 직원이라고 해야 함에도 알바‘생’이라고 부르는 것도 노동자로 보지 않는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학생이라고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면 안 된다고 교칙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는 아이들을 걱정하기보다 혹시라도 불미스런 사고로 학교 이미지가 실추될까봐 우려해서다. 이렇게 학교에서부터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교과부나 노동부 모두 현실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조사에선 전체 청소년 중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이가 8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특히 전문계고는 절반 이상이 일을 하고 있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해 ‘과시적 소비’라거나 또래집단 내에서 ‘상대적 빈곤’을 벗어나기 위함이라는 시각이 있다.
“휴대전화, 엠피3 등은 아이들의 생활필수품이다. 당연히 갖고 싶고,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일하는 노동 가치를 폄훼해서는 안 된다. 일하는 목적을 불순하게 보는 것부터가 문제다. 의도가 어떻든 노동권은 제대로 보장이 돼야 한다. 아이들에게 왜 일을 하느냐고 묻기보다 일하는 환경이 어떤지에 대해 물어달라.”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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