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한겨레> 6기 학생수습기자들이 취재 뒤 취재원들과 함께 모여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김민주양, 임우혁군, 김다현양, 최유빈양, 전연교양, 서형동군, 홍나라양, 정병혁군, 이종찬씨.
청소년 언론인을 만나다
학교수업, 자습, 학원수업, 귀가해 씻고 하루 마무리하기, 하루 종일 배운 것 복습하기, 잠자리에 들기…. 우리나라 청소년 대부분의 일상은 이렇게 흘러간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이 속에서도 꿈을 펼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청소년 매체에서 활동하면서 미래 언론인이 되겠다는 꿈에 미리 다가서려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청소년들한테 언론활동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1월4일, 서울 신촌 소재 ‘아하!한겨레교육센터’에서 <아하!한겨레> 6기 학생수습기자와 청소년 언론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전 동신고 전연교(19)양은 문학상을 휩쓸고 다니는 문학소녀였다. 글쓰기라면 실력을 뽐내지만 평소 “다양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갈증이 남아 있었다. “문학상을 많이 받았지만 늘 좀더 다양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공모전 글쓰기는 글의 주제가 정해져 있고, 어떻게 보면 심사위원의 입맛에 맞춰서 감동을 줘야 한다는 제한이 있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생각을 펼치는 데는 한계가 있었죠.” 그러던 중 고등학교 1학년 때 <밥매거진>이라는 매체를 만났다. 이 매체 기자가 되면서 기사와 칼럼 등을 써보는 경험을 해봤다. 전양은 “편집기자들의 독려가 큰 힘이 됐다”며 “내가 아무리 여러 개의 기사거리를 내놔도 ‘한번 해봐라’, ‘괜찮을 거 같다’고 격려와 조언을 해주셔서 지면을 통해 정말 생각을 다양하게 펼쳐볼 수 있었다”고 했다.
전양처럼 청소년들이 언론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참 다양하다. “청소년의 생각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청소년이 직접 웹진을 창간한 사례도 있다. 웹진 <비스듬히>를 운영하는 카이스트 2학년 이종찬(21)씨는 2009년 고교 2학년 때 이 매체를 창간했다. 이씨는 “그때만 해도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의지로 뭔가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며 “기존 매체에서 담지 못했던 청소년들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비스듬히>를 만들었다”고 했다. 2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3개 학교의 청소년 7명이 모여 잡지를 만들었다. 이렇게 애써 만든 매체를 통해 자기 진로를 찾아간 사례도 나왔다. 이씨는 “한 친구는 매체를 편집하면서 국문학에 관심을 키웠고, 실제 이 학과에 진학을 하기도 했다”며 “이렇게 매체 일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잘 맞고 좋아하는 일을 찾은 청소년이 나왔다는 게 큰 성과”라고 했다.
청소년 매체에서 언론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기성 언론과 청소년 언론의 차이점이 뚜렷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차이점은 기성 언론이 특정 권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면 청소년 언론은 그야말로 또래들의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담아낸다는 점에 있다. 전연교양은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비판이 섞인 올바른 말을 해야 하는데 기성 언론에서는 권력에 의존하거나 어느 쪽으로 편향된 기사를 싣는 일이 많다”며 “청소년 매체는 권력지향적이라기보다는 우리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는 데 중점을 둔다”고 했다.
청소년 언론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기성 언론과 비교했을 때 영향력이 떨어진다. 청소년 언론활동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최유빈양은 “나는 취재원한테 취재를 부탁할 때 무시당한 기억밖에 없다”며 “취재를 요청하고 그것을 거절당할 때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기억이 많다”고 말했다.
언론인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학생 그리고 언론인이라는 두 개 신분을 갖고 사는 셈이다. 그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고, 마음의 부담도 크다. 특히 고교로 올라갈수록 성적이나 입시 등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한국애니메이션고 2년 김다현양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고등학생의 최종 목표는 대학 진학”이라며 “그런 현실에서 아무리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고 싶어도 해야 할 일들이 워낙 많으니까 꺼려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진정성 있게 언론인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 로서는 이른바 ‘스펙’만을 위해 이런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보는 것도 속상하다. 최근 들어 진로와 연관된 활동들을 얼마나 했는지를 평가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스펙’만을 바라보며 언론매체 활동을 하는 청소년도 점점 늘고 있다. 전연교양은 “그런 친구들의 과한 욕심 때문에 함께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의 열정에까지 얼룩이 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고 했다. 대전 둔원고 홍나라양은 “사람들한테 ‘저 학생기자예요’라고 말하면 모두들 ‘대학 가기 위해서 하냐’고 물어본다”고 했다. “전 그런 점에 앞서서 진짜 언론인이 되고 싶어서 도전해본 활동인데 그런 소리를 들으면 정말 기분이 나쁘죠.” 한편, 많은 기성 언론 매체가 청소년 언론 매체를 만들어낼 때 대다수의 지면이 현직기자들의 몫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전연교양은 “진짜 학생들을 멋진 언론인으로 키울 생각이 있는 매체들이라면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더 많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직은 아쉬운 점도 많지만 언론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해보길 잘했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도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시야도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유빈양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기자를 하게 되면 반드시 자살에 대해서 취재를 해봐라’라고 말했던 게 생각이 나서 관련 취재를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르던 것들을 알릴 수 있었다”고 했다. “자살을 주제로 취재를 시작하고, 각종 전화상담소 등에 전화를 했는데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전화를 건다는 상담소조차 전화선이 하나밖에 없는 겁니다.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기다리는 동안 누군가 자살을 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됐죠. 누군가 자살을 암시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상담소 쪽에 했더니 반드시 ‘자살하면 안 된다’고 말해줘야 한다더군요. 그 정도면 자신이 지금 자살 생각을 한다는 걸 많이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꼭 그렇게 답해야 한다는 거죠. 사실 학생들은 말 안 해주면 잘 모르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것들을 알렸다는 것 자체가 뿌듯했어요.” 전연교양은 취재를 시도한 곳에서 여러 번 거절을 했는데도 직접 찾아가 결국 취재를 해낸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그렇게 해보고 나면 없던 ‘깡’도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꼭 기자를 꿈꾸지 않더라도 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활동입니다. 성격이 소심한데 좀더 대범해지고 싶은 친구라면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때론 기자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진정한 ‘멘토’를 만날 수도 있다. 온라인매체 <스스로넷 뉴스>에서 활동하는 정병혁군이 바로 그런 경우다. <스스로넷 뉴스>는 청소년을 둘러싼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기사를 싣는다. “한 일간지 사진부에 저한테 멘토링을 해주시는 기자분이 계세요. 그 기자분께 제가 찍은 사진을 보여드렸는데 그분이 활동하고 있는 매체의 사진부에서 이 정도 사진이면 스카우트해서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이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고 더 큰 열정을 품고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반드시 미래 언론인이 되지 않아도 좋다. 진로가 어떻든 간에 취재를 해보는 경험 자체가 청소년들한테는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도 마련해준다. 최유빈양은 “취재하면서 남들 눈에 비치는 나는 어떤 점에서 좋은지, 어떤 점에서 안 좋은지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취재를 하려면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하므로 자신이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습관을 보여주는지, 어떻게 대화를 끌어가는지가 보여요. 또 그분들이 나에 대한 인상을 이야기해주시는 부분이 있죠. 그러면서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저하지 마세요. 이건 ‘청소년 기자’예요. 제가 지금 아니면 언제 이걸 해볼 수 있겠어요?”
<아하!한겨레> 6기 학생수습기자 김다현(한국애니메이션고), 김민주(대원외고), 서형동(인천외고), 임우혁(불암중), 홍나라(대전둔원고)
언론인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학생 그리고 언론인이라는 두 개 신분을 갖고 사는 셈이다. 그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고, 마음의 부담도 크다. 특히 고교로 올라갈수록 성적이나 입시 등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한국애니메이션고 2년 김다현양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고등학생의 최종 목표는 대학 진학”이라며 “그런 현실에서 아무리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고 싶어도 해야 할 일들이 워낙 많으니까 꺼려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진정성 있게 언론인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 로서는 이른바 ‘스펙’만을 위해 이런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보는 것도 속상하다. 최근 들어 진로와 연관된 활동들을 얼마나 했는지를 평가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스펙’만을 바라보며 언론매체 활동을 하는 청소년도 점점 늘고 있다. 전연교양은 “그런 친구들의 과한 욕심 때문에 함께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의 열정에까지 얼룩이 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고 했다. 대전 둔원고 홍나라양은 “사람들한테 ‘저 학생기자예요’라고 말하면 모두들 ‘대학 가기 위해서 하냐’고 물어본다”고 했다. “전 그런 점에 앞서서 진짜 언론인이 되고 싶어서 도전해본 활동인데 그런 소리를 들으면 정말 기분이 나쁘죠.” 한편, 많은 기성 언론 매체가 청소년 언론 매체를 만들어낼 때 대다수의 지면이 현직기자들의 몫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전연교양은 “진짜 학생들을 멋진 언론인으로 키울 생각이 있는 매체들이라면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더 많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직은 아쉬운 점도 많지만 언론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해보길 잘했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도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시야도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유빈양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기자를 하게 되면 반드시 자살에 대해서 취재를 해봐라’라고 말했던 게 생각이 나서 관련 취재를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르던 것들을 알릴 수 있었다”고 했다. “자살을 주제로 취재를 시작하고, 각종 전화상담소 등에 전화를 했는데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전화를 건다는 상담소조차 전화선이 하나밖에 없는 겁니다.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기다리는 동안 누군가 자살을 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됐죠. 누군가 자살을 암시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상담소 쪽에 했더니 반드시 ‘자살하면 안 된다’고 말해줘야 한다더군요. 그 정도면 자신이 지금 자살 생각을 한다는 걸 많이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꼭 그렇게 답해야 한다는 거죠. 사실 학생들은 말 안 해주면 잘 모르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것들을 알렸다는 것 자체가 뿌듯했어요.” 전연교양은 취재를 시도한 곳에서 여러 번 거절을 했는데도 직접 찾아가 결국 취재를 해낸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그렇게 해보고 나면 없던 ‘깡’도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꼭 기자를 꿈꾸지 않더라도 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활동입니다. 성격이 소심한데 좀더 대범해지고 싶은 친구라면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학생들이 프로듀서와 리포터로 활동하는 모습. 스스로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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