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중국 아는 전문가 키울것”
‘한국 속의 작은 중국’
강원도 동해시에 자리잡은 이순영 한중대(옛 동해대) 총장이 그리고 있는 대학 발전 전략의 열쇠 말이다. 한중대는 국내 최초의 중국 전문가 육성 특성화 대학교다. 지난해 재단 쪽의 공금 횡령 비리로 임시이사가 파견되는 등 학내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오던 이 학교는 지난 7일 학교 이름을 바꾸고 중국 특성화 대학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 총장은 지난 4월 공모를 통해 총장에 취임한 뒤 학내 구성원들과의 토론과 설득을 거쳐 특성화 전략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중국은 인구 13억의 거대시장입니다. 게다가 우리와는 역사·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나라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에 기대 경제발전을 이뤘다면 앞으로 100년은 중국입니다. 그런데도 중국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대학은 없더군요.”
‘왜 중국 특성화 전략이냐’는 질문에 대한 이 총장의 답변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중국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준비 안 된’ 중국 유학생 수가 크게 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이 총장의 설명이다. 그는 “한중대를 중국에 가지 않고도 중국 유학과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대학, 중국에서 유학 오는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총장은 한중대의 특성화 전략의 핵심은 학부 체계 개편보다는 교육 프로그램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모든 전공과목 수업을 중국어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수 인력은 중국 유학파 박사들의 모임인 ‘중국유학박사협의회’ 회원 및 중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귀국한 기업체 임원, 공무원 등 국내 ‘중국통’들로 전문가 풀을 구성해 초빙·겸임·외래교수 형태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국 현지 대학의 교수들을 초빙해 오기 위해 북경대 등 50여개 대학과 교류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또 모든 학생을 1년 동안 협정을 맺은 중국 대학들에 보내 학점을 이수하게 하는 ‘3+1제’를 도입하고, 해마다 입학 정원의 3분의 1만큼의 중국 유학생을 정원 외로 받아들여 한국과 중국 대학생들이 인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 총장은 “한중대를 졸업하면 전공과 상관없이 중국인들과 의사소통하는 데는 지장이 없게 만들 것”이라며 “하지만 한중대의 교육목표는 중국어만 잘 하는 통역가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뼈 속까지 이해하는 중국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총장이 전문 지식 못지않게 강조하는 것은 전인교육이다. 졸업 필수자격 제도인 4품제를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4품은 철학사고품(윤리, 문학, 종교), 문화인식품(역사, 문화, 언어), 공동체인품(민주성, 창의력, 기획력), 평화 봉사품(사회현장체험, 봉사)을 말하는데, 모든 학생은 졸업 때까지 이 네 가지 기본 소양에 해당하는 학점을 따야 한다.
“지금 대부분의 지방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살 길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성화뿐입니다.” 이 총장은 “중국 특성화 대학 1기 졸업생이 사회에 나가는 2010년에는 한중대가 대학 특성화 전략의 성공 모델로 우뚝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