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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7교시, 골라 듣는 재미 있어요!

등록 2011-11-14 10:57

통합논술세미나 수업을 진행하는 이현숙(가운데) 방과후학교 강사가 인천 구산중 학생들한테 글쓰기 지도를 해주고 있다.
통합논술세미나 수업을 진행하는 이현숙(가운데) 방과후학교 강사가 인천 구산중 학생들한테 글쓰기 지도를 해주고 있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진화한다 ①
초등, 문·예·체 과목에 주목해
중고등, 시사 관련 수업 인기
학교 안 다양한 배움의 기회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 있던 교과 위주 프로그램에 더해 특기적성, 교과 확장형 수업이 등장하고 있다. 방과후학교는 특기적성 및 교과보충 수업으로 계층 및 지역 간 교육격차를 완화하고 정규 교육과정을 보완하기 위해 2006년 도입됐다. 지난 7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방과후학교 내실화 방안’은 “방과후학교가 학생·학부모의 수요를 바탕으로 단위학교 자율로 이뤄져야 한다”며 “프로그램 및 강사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함께하는교육>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달라진 모습과 전망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오늘은 페이스북의 시이오(CEO)인 마크 저커버그에 대한 영문기사를 함께 읽어볼 겁니다. 여러분 중에도 페이스북 하는 친구들 있나요?”

이미경 강사의 말에 몇몇 학생이 손을 든다. 곧 23명의 학생들은 이 강사의 진행에 따라 영어 기사를 함께 읽는다. 지난 11월7일 오후 3시20분. 인천 구산중 3층 영어전용실에서 진행한 ‘뉴스 인 잉글리시’ 수업 모습이다.

3학년 이아름양은 지난 8월 말에 시작한 이 수업을 통해 모르는 어휘를 많이 알게 됐다. 이양은 “학원에서는 주로 내신 위주의 대비를 해주지만 이 수업에서는 교과서 밖의 지문을 읽기 때문에 시사상식도 알게 되고, 어휘 실력도 느는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시간, 이 학교 5층에 있는 3학년 11반 교실에서는 이현숙 강사의 ‘통합논술세미나’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수업에서는 ‘게임중독의 문제점을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써보라’는 논제가 주어졌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600자 원고지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내려갔다.

논술학원에 다녀본 경험이 있는 1학년 김제서군은 논술학원 수업과 학교에서 듣는 이 수업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학원에서는 틀에 박힌 글쓰기 형식을 알려주지만 이 수업에서는 자유롭게 제 생각을 쓸 수 있어요. 그리고 학원 수업은 과제 부담이 큰데 이 수업에서는 그럼 부담이 없죠.”


3학년 정하은양은 “보통 학원에서 배우는 논술수업은 1:1로 진행하는데 여기서는 선생님 의견, 제 의견, 다른 학생들 의견 등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다”며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토론까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수업을 들은 1, 2, 3학년 학생 16명은 “앞으로도 개설만 된다면 이 수업을 계속 듣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방과후학교가 진화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값싼 수업’, ‘뻔한 내용의 수업’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제는 이렇게 학생들의 공부 의욕을 돋우는 흥미로운 수업들로 채워지고 있다.

2011 방과후학교 참여율
2011 방과후학교 참여율
변화는 수업 이름이 말해준다. 영어반, 수학반, 논술반은 사라지고 한국사 훑어보기반, 통합논술세미나반, 밴드반, 요리반 등이 등장했다. 최근의 방과후수업들은 교과에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교과 위주의 수업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교과에 더해 특기적성 수업 그리고 교과 확장형 수업들이 나오고 있다. 교사가 정규수업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내용의 수업들은 보통 외부 강사들이 강의했다.

구산중 방과후학교 수업도 보통의 방과후학교에서 개설하는 교과 관련반과 특기적성반, 비교과이지만 교과 연동성이 높은 반 등으로 나뉜다.

학교에서는 교과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8교시 교과보충학습 수업도 무료로 개설한다. 그야말로 여러 학생들의 수준과 취향을 고려한 배움의 기회가 방과후에 열리는 셈이다. 고학재 교장은 “학교교육만으로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하고 성장하도록 저렴한 비용으로 질 좋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려 한다”고 했다.

학교 상황이나 환경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초등학교에서는 문화, 예술, 체육 중심의 특기적성 수업이 늘고 있다. 오케스트라 합주, 축구, 요리, 댄스, 밴드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미아초 이진 교사는 “서울시의 경우는 교육감 차원에서 문화, 예술, 체육의 줄임말인 문·예·체 교육을 강조했기 때문에 예체능 분야의 특기적성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는 것 같다”고 했다.

체육 시설을 잘 갖춘 학교의 경우는 축구, 탁구 등 체육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다. 서울 수명중학교에서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체육 분야에서 ‘방과전학교’도 운영한다. 아침 시간에 축구 등 운동을 하고 정규수업을 듣는 것이다. 권민선 교사는 “아침에 운동을 하고 수업을 듣고 싶다는 친구들이 30명 정도 있어서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7시 반부터 45분 동안 운동하는 반을 개설했다”고 했다.

초등학교의 방과후 프로그램이 ‘체험’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중고등학교에서는 진학과 진로 콘텐츠가 주목을 받는다. 진로진학, 자기주도학습, 멘토링 관련 수업이 대표적이다. 이런 수업들은 자기주도학습전형, 입학사정관제 등 새롭게 등장한 입시 정책 변화와 연관이 깊다. 경기 분당고 박성만 교사는 “대학입시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일찍 자기 진로를 결정하고, 그에 맞는 동아리나 진로 활동 등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가를 평가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그에 맞는 방과후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교과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교과 수업에서는 다 소화하기 어려운 논술이나 시사, 토론 관련한 수업들도 인기다. 일종의 교과 확장형 수업들이다. 통합논술세미나와 뉴스인잉글리시는 대표적인 예다. 인천 부흥중 김향선 교사는 “공부에 욕심이 있고, 어느 정도 공부를 하는 아이들한테 교과서 공부는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며 “이런 친구들은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확장하고 싶어서 영어회화반, 각종 토론반 등 교과 확장형 수업을 찾는다”고 했다.

방과후학교는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중심으로 운영된다. 신규 프로그램을 개설할 때는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돌리고 이를 반영한다.

인천 구산중 학생들과 이미경(가운데) 방과후학교 강사가 뉴스인잉글리시 수업 뒤 시청각 자료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천 구산중 학생들과 이미경(가운데) 방과후학교 강사가 뉴스인잉글리시 수업 뒤 시청각 자료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외부 강사의 강의가 늘면서 학교에서는 강사 채용에도 관심을 쏟는다. 보통 학교에서 강사를 채용할 때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꼼꼼한 학교장은 직접 강사의 시범강의를 보고 채용을 하기도 한다.

수업 평가 역시 철저히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중심이다. 과정이 끝나는 때 학교 쪽에서는 설문지를 돌려 학생과 학부모의 강의 평가를 반영한다. 교과부 방과후학교팀 이상우 창의인재정책관은 “예전에는 학교 선생님 중심으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사한테 부담도 많이 주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늘 보던 분이어서 흥미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제 우수한 외부 인력자원이 참여하면서 학교에서 소화가 어려운 콘텐츠도 소화하고 새로움도 주는 등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교과부의 2011 방과후학교 현황 분석 자료(지난 6월 기준)를 보면 현재 전체 학생의 65.2%가 방과후학교에 참여한다. 학생의 반 이상이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방과후학교에 대한 편견도 여전히 있다. ‘저렴한 수업이다’, ‘학원만큼 성적을 올려주지 못한다’는 편견이 일반적이다. 김향선 교사는 “무엇보다 방과후학교를 당장의 성적 향상과 연관지어 보는 부모님들의 시각부터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부모님들은 당장 성적에 도움이 되는 수업이 열리기를 기대해요. 방과후학교가 학원처럼 단순히 성적 올려주는 곳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학교수업을 보완하고 여러 여건 때문에 못했던 교육들을 실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야죠. 그나마 논술이나 토론 관련한 수업 등이 활성화되면서 문제집 푸는 공부만이 아니라 사고력을 키워주는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부모님들이 당장 단기적인 성과를 올리는 수업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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