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고 학생들이 ‘민화를 활용한 한국 전통문화 콘텐츠 진로체험’을 하는 모습이다. 관악고 제공
고1, 진로탐색 할 때 알아둘 점들
나를 만난 과정 글로 정리하는 것부터
문·이과 선택도 진로결정의 일부사항
나를 만난 과정 글로 정리하는 것부터
문·이과 선택도 진로결정의 일부사항
교육현장의 열쇳말이 ‘자기주도학습’에서 ‘진로진학’으로 바뀌고 있다. 방점을 찍어야 하는 대목은 같다. 자기주도학습이나 진로진학이나 결국에는 진로탐색과 동기부여를 잘 해야 한다. 현장 교사들은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공부하게 하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발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학생들이 진지하게 진로탐색을 할 수 있는 시기는 고교 1학년 때다. 고1 학생들이 진로탐색을 할 때 알아둘 것들을 정리해봤다.
‘나를 아는 것’이 첫단추다
고1쯤 되면 학생들의 마음이 급해진다. 다급하게 학과정보를 찾아보고, 직업세계에 눈을 돌린다. 급하게 마음먹을 필요는 없다. 이런 정보를 얻는 것도 좋지만 일단은 내가 누구인지를 자꾸 생각해봐야 한다. 막연한 생각이나 말보다는 글로 정리하는 게 좋다. 서울 성수고 김종우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아이들한테 이런 걸 적으라고 하면 편부모 밑에서 어떻게 자라왔는지부터 어떤 희망이 있는지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적는다”며 “일기를 쓰듯 적어둔 이런 기록은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때론 이렇게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진솔한 기록은 입시 때 제출하는 포트폴리오의 뼈대가 될 수도 있다.
나를 발견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객관적인 방법은 적성검사, 흥미검사, 직업가치관검사 등을 해보는 것이다. 이런 검사를 무료로 해주는 곳은 많다. 무료로 운영하는 커리어넷(www.careernet.re.kr)이나 워크넷(www.work.go.kr) 등을 즐겨찾기 해두고 진로 관련 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직업선택만이 진로선택은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직업선택만이 진로찾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로는 전생애에 걸쳐 이뤄지는 여러 선택들을 포함한다. 문이과 선택도 진로선택의 일부다. 특히, 현재 중3 학생들부터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문이과를 결정해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이랑 전임연구원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생애 가장 처음으로 해보는 진로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문이과를 결정할 때는 먼 미래부터 생각하는 게 좋다. 이 연구원은 “내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일을 하기 위한 준비로서 어떤 학과를 가야할지 생각한 다음, 그 학과에 맞는 문이과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문과를 선택한 사람들은 대학에 갈 때 인문, 사회, 교육계열 학과로 지원할 수 있고, 이과를 선택한 사람들은 공학, 자연, 의약계열 학과로 지원할 수 있다. 교차지원이 가능한 학과나 대학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고 싶은 학과를 생각하지 않고 문이과를 결정하면 나중에 되돌리기 힘들다.
결정을 코앞에 두고 있다면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첫 번째는 문과와 이과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 두 번째는 내가 문과 공부에 적합한지, 이과공부에 적합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나는 수학을 못하니까 문과로 가야지.”
이 연구원은 “많은 학생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못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잘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게 좋다”고 했다. “‘나는 언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고 국어, 외국어 등을 더 잘하니까 문과로 가야지’라고 생각하는 게 낫다는 겁니다. 문과로 간다고 수학과 과학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이과로 간다고 국어, 사회를 안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계열 선택을 하면서 못하는 과목에 대해 장벽을 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앞으로 학문 사이의 교류가 더 활발해질 거고, 다양한 학문에서 균형적인 관심을 필요로 하게 될 거라는 것도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직업체험을 우습게 여기지 말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시의 메트스쿨은 맞춤학습 형태의 직업체험과 자기주도학습으로 유명하다. 이 학교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게 된 것은 학교와 학교 밖 지역 세계가 연계해 인턴십을 한 덕분이다. 어드바이저(교사), 멘토(직업인), 학부모 그리고 다양한 연령의 친구들이 서로의 진로탐색과 체험을 돕는다.
우리나라에도 진로교육에서 체험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된다. 서울 관악고 1년 이혜진양은 지난 9월8일 우리 민화를 알리는 회사인 ‘민화팩토리’를 찾아 직업체험을 해봤다. “민화라는 게 단순히 옛날 그림이 아니라 한류를 이끌어가는 문화콘텐츠라는 걸 알게 됐고, 여기서 파생되는 직업도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런 체험 기회를 선사한 건 학교 쪽이다. 관악고는 이렇게 교과서 밖 활발한 진로체험활동으로 학생들의 진로탐색을 돕고 있다. 서울시 문래청소년수련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전문강사를 보내주거나 지역의 직업인을 학교로 초대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교 쪽이 지역사회와 연계를 맺으면서 체험활동에 적극 나선 이유는 진로탐색에서 체험만큼 좋은 게 없기 때문이다. 관악고 김용재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자꾸 시선을 넓힐 기회를 줘서 한정된 직업, 한정된 대학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며 “직업인 강사들을 모시거나 직접체험 등을 해보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했다.
관악고 사례처럼 학교 쪽이 직접체험에 적극 나서주지 않는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직업체험 기회를 찾아볼 수도 있다.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www.haja.net)나 동네 수련관 등을 방문하면 다양한 직업 관련 체험도 가능하다.
일관된 진로설정 강박을 버려라!
“중학교 때는 의사였는데 지금은 항공기조종사로 바뀌었어요.” 학창시절에 꿈이 바뀌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요즘 학생들은 꿈이 바뀌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한다. 진학 때 필요한 포트폴리오를 쓸 때 일관성 있는 기록을 적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꿈은 당연히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울 송파중 방과후학교에서 진로진학 포트폴리오 강의를 하는 강경화 교사는 “직업 옆에 직업이 있고, 직업 옆에 또 다른 직업이 있기 때문에 관심 영역 안에서 얼마든지 직업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관심 직업을 놓고 자꾸 확장을 해보라고 얘기합니다. 재판장에는 판사도 있지만 속기사도 있잖아요. 학생들이 진로 방향이 바뀌는 걸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중요한 것은 어떤 계기로 진로가 바뀌었는지를 정리해두는 것이다. 적절한 동기가 있고, 열정을 발휘한 흔적이 있다면 꿈이 바뀌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강 교사는 “만약 꿈이 바뀌었다면 바뀌게 된 사연도 맥락을 갖춰 정리를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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