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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맛있는 간식 나누며 고민도 나누죠”

등록 2011-10-03 15:54

안은실(사진 오른쪽) 부장교사와 김선진(왼쪽) 교사
안은실(사진 오른쪽) 부장교사와 김선진(왼쪽) 교사
‘지역공부방’ 담당 안은실·김선진 교사
‘자율적 참여’로 지역공부방 학생들 성적향상 두드러져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만들기 위해선 예산지원 늘려야

기자가 방문한 날도 어김없이 두 선생님은 제자들의 간식 준비에 바빴다. 방금 찐 듯한 감자와 떡들 사이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경기도 시흥 송운중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지역공부방을 담당하고 있는 안은실(사진 오른쪽) 부장교사와 김선진(왼쪽) 교사는 지역공부방 간식 준비를 할 때마다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오늘은 지역공부방의 상징인 ‘감자’와 먹음직한 백설기를 준비했다. 일주일에 2~3일은 이렇게 교사들이 직접 학생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한다. 집이 가까운 아이들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집에서 먹고 오기도 한다. 하지만 선생님이 간식을 만들어 주는 날엔 나가지 않고 지역공부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간식을 먹는다. 늦은 시간까지 간식을 먹으며 이어가는 대화는 의미가 깊다. 지역공부방은 그래서 더 애정이 간다. ‘지역공부방에 흠뻑 빠져 있다’는 두 교사를 만나봤다.

-방과후학교 지역공부방은 언제부터 운영됐나?

“올해 처음 지원했고 공모를 거쳐 경기도교육청 방과후학교 지역공부방 운영학교로 지정됐다. 경기도교육청이 2009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지역공부방은 올해 8곳이 새로 지정되면서 모두 44곳으로 확대됐다. 경기도내 중학교는 32곳이 지역공부방을 운영하는데, 시흥에서는 송운중이 유일하다. 경기도교육청은 1곳당 연간 1500만~20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역공부방 이름은 학교마다 다르다. 각 학교의 특성을 살려 공부방 이름을 붙이고 있다. 학생들한테 공모를 했는데, 당시 <드림하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어서 ‘드림공부방’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 학생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학력 신장과 인성 함양을 위해 기초 디딤돌반, 특기적성반,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학생들의 고민 상담도 수시로 이뤄진다. 교사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지역공부방 학생들을 저녁 9시까지 지도하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들었다. 언제 필요성을 느끼게 됐나?

“시화공단과 남동공단이 가까운 지역 특성상 맞벌이 가정(약 85%)의 비율이 높고 결손가정(약 10%)도 많은 편이다. 조사해 보면 전업주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일하는 어머님들이 많은 것 같다. 학부모들 간의 소득격차도 큰 편이다. 학부모들이 늦게 집에 돌아오기 때문에 학교와 가정 학습과의 연계에 어려움이 있었고 불필요한 사교육비가 많이 들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전체의 63% 정도였다. 학부모들이 무리하게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도 학원에 보내는 건 집에 혼자 있는 아이가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학생들도 시간 관리를 잘하지 못해 컴퓨터게임에 빠지거나 학교 밖을 떠돌아야 했다. 이로 인한 상담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였고 담임선생님들의 요청도 있었다. 학교가 이런 아이들을 돌봐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역공부방 이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방과후학교라는 큰 틀 안에 지역공부방이 운영되고 있는 형태다. 지역공부방은 고정, 혼합, 자유형이 있다. 지역공부방만 참여하는 학생도 있지만 방과후학교 교과반이나 특기적성반에 참여한 뒤 공부방을 이용하는 학생도 있다. 또 일주일에 몇 번만 지역공부방에서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 지난 여름방학 때는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적은 대학생들한테 더 편하게 다가가는 것 같다. 학습 상담이나 진로 문제를 놓고 대학생 멘토링이 이뤄졌다. 앞으로는 대학생 온라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활용해 볼 생각이다. 지역공부방에서 운영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교육청이 지원하는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송운중은 약 1650만원을 지원받아서 쓰고 있는데, 좀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선 예산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공부방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학교가 끝나고 학원에 갈 형편이 되지 못한 아이들은 그냥 방치되곤 했다. 지역공부방에선 저녁 9시까지 있을 수 있으니 아이들이 방황하지 않고 공부에 집중하는 것 같다. 학생들의 성적이 많이 올랐다. 학교에서 만든 ‘자기주도학습 플래너’를 이용해 스스로 공부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기초 디딤돌반 학생들의 성적 향상이 특히 두드러졌다. 타율이 아닌 자율적인 참여 덕분에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흥미가 높아진 것 같다. 맛있는 간식에 대한 기대도 공부방에 오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지 않았나 싶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역공부방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92%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공부방 환경이 마음에 들고 친구 관계가 개선됐다는 답변도 나왔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학생들이 지역공부방에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직접 간식도 준비한다고 들었다.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

“많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간식 만들기’에 참여하고 있다.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 대신 교사들이 직접 만든 슬로푸드를 제공하는 건 지역공부방이 단지 학력 향상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 ‘간식’은 육체를 살찌우는 구실만을 하지 않는다. 함께 나눈 먹을거리와 그 시간들을 통해 아이들은 이해와 포용의 자세를 배운다. 당장 눈에 띄는 교육 효과를 보이진 않지만, 나중에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사들도 간식을 나누며 아이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금도 학교의 돌봄이 필요한 소외된 학생들이 많다. 공교육이 할 수 있는 중요한 구실 가운데 하나를 지역공부방이 하고 있다고 본다. 바른 먹을거리와 교사와의 소통을 전제로 한 학습의 장이 계속 늘어났으면 좋겠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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