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지역공부방을 이용하면서 자신의 관심에 따라 교과반이나 특기적성반에 참여하기도 한다.
방과후학교 지역공부방 운영하는 ‘송운중’
경기도 시흥 송운중학교는 학교가 끝난 뒤 혼자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을 위해 ‘지역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공부방 이름은 ‘드림공부방’이다. 올해 경기도교육청이 지원하는 방과후학교 지역공부방 운영학교로 지정됐다. 시화공단이 있는 지역 특성상 송운중의 많은 학부모들이 맞벌이를 하고 있다. 결손 가정도 많아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방치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학교 밖을 전전해야 했고 불필요한 사교육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학교 안에 ‘지역공부방’이 생기면서 아이들의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 어쩔 수 없이 다니던 학원도 그만뒀고, 이젠 자유롭게 ‘지역공부방’을 내 공부방처럼 활용하고 있다.
혼자 공부하는 학생 위해
송운중, ‘지역공부방’ 운영 “지역공부방은 ‘중독’이에요. 한번 가면 계속 가고 싶고 안 가면 불안해지죠. 전교 등수도 20등 넘게 올랐어요. 학원에 다니지 않고 인터넷강의를 주로 듣는데, 집에선 집중이 잘 되지 않았죠. 공부방에서 인터넷강의를 들으면 집중도 잘되는 것 같아요. 모르는 문제는 선생님께 바로 물어볼 수도 있고요. 시립도서관은 자리잡기도 힘들고 거리가 있어 꾸준히 다니기가 힘들었죠. 공부방은 집과 가까워 시간도 절약되고요. 부모님도 제가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겨서 무척 좋아하세요.” 이예성(3학년)군은 학교 지역공부방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다. 방과후학교 특기적성반인 ‘밴드반’에도 참여하고 있는 이군은 밴드 연습이 끝나면 친구들과 공부방으로 향한다. 매일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어 빠지기도 쉽지 않다. 시험 때면 친구들과 모여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송운중은 매일 밤 9시까지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지역공부방’을 열고 있다. 학교가 끝난 뒤 마땅히 갈 곳이 없던 학생들한테는 고마운 ‘보금자리’이다. 학생들이 이름붙인 ‘드림공부방’은 말 그대로 각자의 꿈을 키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학교는 지역공부방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교과 프로그램과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교과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선 국어, 영어, 수학 등 5개 과목을 매일 2시간씩 가르친다. 적성과 흥미에 따라 들을 수 있는 밴드반, 댄스반, 논술반 등은 학생들의 소질과 잠재능력을 길러준다.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2009년에 시작한 경기도내 지역공부방 운영학교는 지난해 36곳에서 올해 44곳으로 늘었다. 학교가 끝나면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돕고 불필요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학교에 믿고 맡길 수 있어 학부모들의 반응이 특히 좋다. 변남석 교장은 “맞벌이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어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았고, 학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은 집에 머물며 통제 없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게임에 노출됐다”며 “지역공부방은 학교 선생님들이 참여해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어 학부모들도 안심하고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공부방은 학생들의 자율적 참여로 운영된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방과후학교 교과반 또는 특기적성반에 참여한다. 물론 지역공부방에 가서 바로 공부를 해도 된다. 지정좌석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찍 가서 자리를 잡지 않아도 된다. 학생들의 성적도 부쩍 올랐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방학 중에도 운영하기 때문에 꾸준한 학습이 가능하다.
안상민(3학년)군은 지난 4월에 서울 독산동으로 이사를 갔지만 여전히 지역공부방을 이용한다. 장거리 통학으로 인한 수면부족과 건강을 염려한 담임선생님의 만류도 있었다. 하지만 전교 등수가 50등 넘게 오를 정도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역공부방이 없었을 때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곤 했었죠.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피시방에 갔고 집에서는 인터넷만 했어요.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됐는데, 놀기만 하고 공부에 더 소홀히 하게 됐죠. 지난 5월 초부터 지역공부방을 이용했는데 선생님이 계셔서 그런지 공부에 집중이 잘되는 것 같아요. 가끔 선생님한테 학습 상담을 받기도 하고요. 일부러 약속을 잡지 않고 언제나 찾아뵐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교사가 모든 프로그램 참여
제자 위해 직접 간식도 준비 지역공부방의 모든 프로그램은 송운중 교사들의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특기적성반 가운데 ‘댄스반’만 외부강사가 참여한다. 밤 9시까지 남아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도, 2학기에는 참여를 원하는 선생님들이 더 늘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올바른 공부습관을 잡아주기 위해 ‘자기주도학습 플래너’라는 교재도 교사들이 직접 만들었다. ‘드림공부방’ 소식지도 만들며 학교의 전체 구성원들과도 정보를 나누고 있다. 공부방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이나 서로에게 하고 싶은 얘기들이 소식지를 통해 전달된다. 논술반을 맡고 있는 김선진 교사는 “공부방은 학력 신장만이 아닌 교사와 학생들 간에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며 “어떤 모델을 정해놓기보단 학교의 특성에 맞게 지역공부방이 운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회장인 이원우(3학년)군은 “선생님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특기적성반으로 ‘밴드반’을 하고 있어요. 학교의 지원을 받아 드럼도 장만했죠. 공연이 있을 때면 거의 매일 남아서 연습을 해요. 지난번엔 ‘시흥시 청소년종합예술제’에 나가 상도 받았고요. 정규 수업시간에는 친구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적은데, 밴드반도 같이 하고 지역공부방도 이용하다 보니 자주 보게 되고 더 친해졌어요. 쉬는 시간에는 간식도 나오는데, 배고플 때 먹으면 더 맛있죠.” 고지수(2학년)양은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지역공부방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엔 기타학원에 보습학원까지 다녔다. “학원에 가도 그냥 앉아 있기만 하고 스스로 공부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죠. 집에 가도 공부보단 다른 것을 하게 되니까요. 학교 지역공부방을 이용하며 나만의 공부방법을 알게 됐죠. 지금은 학교에서 나눠준 ‘자기주도학습 플래너’를 이용해 스스로 공부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다음날엔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도 생각하게 되고요. 공부방에 선생님이 계시니 숙제도 잊지 않고 하게 되죠. 선생님이 직접 만들어주는 간식도 빼놓을 수 없어요. 전 감자가 제일 좋아요.” 학생들이 ‘간식’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싶었는데, 송운중의 지역공부방에서는 교사들이 손수 간식을 만들어서 제공한다.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감자, 고구마, 떡 등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슬로푸드가 제공된다. 함께 음식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인성을 기르고 감성을 살찌우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이 과연 감자나 떡을 좋아할까 싶었는데, 송운중의 학생들은 이런 음식들에 무척 익숙해져 있었다. 안은실 부장교사는 “이런 바른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건 ‘작은 교육 실험’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부침개도 나눠 먹으며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컵라면을 줄 수도 있지만, 조금은 정성을 기울인 먹을거리인 것이죠. 매일은 하지 못하고 일주일에 2~3일은 선생님들이 직접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합니다. 이제 ‘감자’는 지역공부방의 상징이 됐죠. 무엇보다 지역공부방을 통해 학생들과 교사들 간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졌어요.”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송운중, ‘지역공부방’ 운영 “지역공부방은 ‘중독’이에요. 한번 가면 계속 가고 싶고 안 가면 불안해지죠. 전교 등수도 20등 넘게 올랐어요. 학원에 다니지 않고 인터넷강의를 주로 듣는데, 집에선 집중이 잘 되지 않았죠. 공부방에서 인터넷강의를 들으면 집중도 잘되는 것 같아요. 모르는 문제는 선생님께 바로 물어볼 수도 있고요. 시립도서관은 자리잡기도 힘들고 거리가 있어 꾸준히 다니기가 힘들었죠. 공부방은 집과 가까워 시간도 절약되고요. 부모님도 제가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겨서 무척 좋아하세요.” 이예성(3학년)군은 학교 지역공부방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다. 방과후학교 특기적성반인 ‘밴드반’에도 참여하고 있는 이군은 밴드 연습이 끝나면 친구들과 공부방으로 향한다. 매일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어 빠지기도 쉽지 않다. 시험 때면 친구들과 모여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송운중은 매일 밤 9시까지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지역공부방’을 열고 있다. 학교가 끝난 뒤 마땅히 갈 곳이 없던 학생들한테는 고마운 ‘보금자리’이다. 학생들이 이름붙인 ‘드림공부방’은 말 그대로 각자의 꿈을 키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학교는 지역공부방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교과 프로그램과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교과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선 국어, 영어, 수학 등 5개 과목을 매일 2시간씩 가르친다. 적성과 흥미에 따라 들을 수 있는 밴드반, 댄스반, 논술반 등은 학생들의 소질과 잠재능력을 길러준다.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2009년에 시작한 경기도내 지역공부방 운영학교는 지난해 36곳에서 올해 44곳으로 늘었다. 학교가 끝나면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돕고 불필요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학교에 믿고 맡길 수 있어 학부모들의 반응이 특히 좋다. 변남석 교장은 “맞벌이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어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았고, 학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은 집에 머물며 통제 없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게임에 노출됐다”며 “지역공부방은 학교 선생님들이 참여해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어 학부모들도 안심하고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공부방은 학생들의 자율적 참여로 운영된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방과후학교 교과반 또는 특기적성반에 참여한다. 물론 지역공부방에 가서 바로 공부를 해도 된다. 지정좌석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찍 가서 자리를 잡지 않아도 된다. 학생들의 성적도 부쩍 올랐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방학 중에도 운영하기 때문에 꾸준한 학습이 가능하다.
송운중학교의 ‘드림공부방’은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매일 밤 9시까지 운영된다.
제자 위해 직접 간식도 준비 지역공부방의 모든 프로그램은 송운중 교사들의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특기적성반 가운데 ‘댄스반’만 외부강사가 참여한다. 밤 9시까지 남아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도, 2학기에는 참여를 원하는 선생님들이 더 늘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올바른 공부습관을 잡아주기 위해 ‘자기주도학습 플래너’라는 교재도 교사들이 직접 만들었다. ‘드림공부방’ 소식지도 만들며 학교의 전체 구성원들과도 정보를 나누고 있다. 공부방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이나 서로에게 하고 싶은 얘기들이 소식지를 통해 전달된다. 논술반을 맡고 있는 김선진 교사는 “공부방은 학력 신장만이 아닌 교사와 학생들 간에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며 “어떤 모델을 정해놓기보단 학교의 특성에 맞게 지역공부방이 운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회장인 이원우(3학년)군은 “선생님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특기적성반으로 ‘밴드반’을 하고 있어요. 학교의 지원을 받아 드럼도 장만했죠. 공연이 있을 때면 거의 매일 남아서 연습을 해요. 지난번엔 ‘시흥시 청소년종합예술제’에 나가 상도 받았고요. 정규 수업시간에는 친구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적은데, 밴드반도 같이 하고 지역공부방도 이용하다 보니 자주 보게 되고 더 친해졌어요. 쉬는 시간에는 간식도 나오는데, 배고플 때 먹으면 더 맛있죠.” 고지수(2학년)양은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지역공부방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엔 기타학원에 보습학원까지 다녔다. “학원에 가도 그냥 앉아 있기만 하고 스스로 공부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죠. 집에 가도 공부보단 다른 것을 하게 되니까요. 학교 지역공부방을 이용하며 나만의 공부방법을 알게 됐죠. 지금은 학교에서 나눠준 ‘자기주도학습 플래너’를 이용해 스스로 공부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다음날엔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도 생각하게 되고요. 공부방에 선생님이 계시니 숙제도 잊지 않고 하게 되죠. 선생님이 직접 만들어주는 간식도 빼놓을 수 없어요. 전 감자가 제일 좋아요.” 학생들이 ‘간식’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싶었는데, 송운중의 지역공부방에서는 교사들이 손수 간식을 만들어서 제공한다.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감자, 고구마, 떡 등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슬로푸드가 제공된다. 함께 음식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인성을 기르고 감성을 살찌우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이 과연 감자나 떡을 좋아할까 싶었는데, 송운중의 학생들은 이런 음식들에 무척 익숙해져 있었다. 안은실 부장교사는 “이런 바른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건 ‘작은 교육 실험’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부침개도 나눠 먹으며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컵라면을 줄 수도 있지만, 조금은 정성을 기울인 먹을거리인 것이죠. 매일은 하지 못하고 일주일에 2~3일은 선생님들이 직접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합니다. 이제 ‘감자’는 지역공부방의 상징이 됐죠. 무엇보다 지역공부방을 통해 학생들과 교사들 간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졌어요.”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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