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씨
[함께하는 교육] 교육 인터뷰
교육방송 수능 콘텐츠 활용 성적향상 수기 공모 최우수상 홍성철씨
교육방송 수능 콘텐츠 활용 성적향상 수기 공모 최우수상 홍성철씨
“이 문제 좀 풀어줄래? 잘 모르겠다.” 자기주도학습시간. 문제집을 든 친구들이 하나둘씩 ‘홍 선생’ 곁으로 다가온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질문 세례를 받느라 지겨울 법도 한데 홍 선생은 한 번도 싫은 내색을 안 했다. 같은 질문을 열 번이나 받았던 어느 날 홍 선생은 아예 교탁 앞에 나가 학급 모두를 대상으로 수업을 해버렸다. 학교에는 ‘홍팸(홍 선생 패밀리)’이 있었다. 홍 선생을 중심으로 친구 대여섯명이 함께 모여 놀기도 하고, 공부도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노래방, 당구장, 영화관, 피시방 등도 많이 갔어요. 오로지 공부만 한 건 아닙니다.(웃음)” 올해 서울대 공과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홍성철(19·사진)씨는 아직 고교생 같은 얼굴로 고교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홍씨는 올해 이룬 게 많았다. 사교육 한번 안 받고 이른바 명문대에 입학했다. 교육방송(EBS) 수능 콘텐츠 활용 성적향상 수기 공모에서 최우수상도 받았다. 상금 300만원으로 대학 첫 학기 등록금을 냈다.
성격 좋아 친구 가르치며 자기도 공부한 ‘홍선생’
이비에스 교사들의 따뜻한 충고로 슬럼프 견뎌내 사람들이 홍씨한테 주목하는 이유는 ‘사교육 광풍’이 부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사교육을 안 받았다는 대목 때문이다. 하지만 사정을 듣고 보면 사교육을 ‘안 받은 것’이 아니라 ‘못 받은’ 것이다. 4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장애를 안고 계셨다. 누나 셋 가운데 큰누나는 공부를 특히 잘했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원하는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홍씨는 고교 때 급식비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다. “학원이요? 초등학교 때는 보내달라고 투정도 많이 부렸어요. 공부를 하고 싶어서보다는 친구들하고 놀고 싶어서 그런 거죠. 근데 중학교 가면서부터 ‘집안 돌아가는 사정’이 보이더라구요. 그때부터 그런 소리 안 했죠. 다른 집에서는 엄마가 자녀들 공부를 다 챙겨주잖아요. 근데 저는 엄마가 안 계시니 혼자 스스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나들이 엄마 몫을 해줘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홍씨는 “이렇게 어려운 환경 자체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며 “만약 누가 시켜서 하라고 강요했으면 오히려 반항심에 안 했을 수도 있다”며 웃었다. 홍씨는 어릴 때부터 공부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영재형 아이’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학원 다니는 친구들을 막연히 부러워하다 공부에 눈을 뜬 건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였다. 평소 남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듣는 편이었다. 어느 날부터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들려주는 얘기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부 앞에선 ‘마음가짐’이 중요했다. “저도 남들처럼 10분 집중하면 다시 산만해지는 아이였어요. 그런 건 있었죠. 다른 사람 얘기를 귀 기울여 듣다 보니 ‘그래. 오늘은 선생님이 무슨 얘기를 하나 귀 좀 귀울여보자’는 마음으로 수업을 듣는 거요.” 어느 날부터 “내가 ‘어른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학문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정말 즐겁게 공부를 했습니다. 그때 전교 3등을 했죠. 그때 자신감이 붙어서 공부를 즐겁게,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비에스는 공부에 재미가 붙던 이 시기에 만난 스승이자 친구였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선생님들이 나와 강의하는 것을 보게 됐다. 특별히 돈이 들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때부터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까지 꾸준히 시청했다. 평소 독서를 많이 못했던 탓에 언어영역 성적이 낮았던 홍씨한테 이비에스는 성적을 올리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6월 모의평가 때 언어영역은 3등급이었다. 언어영역 윤혜정 교사는 “지금은 개념과 원리를 정리한 시기이기 때문에 문제를 푸는 실전에서는 점수가 안 나올 수 있고, 문제를 분석하는 기술을 익히면 성적이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영상으로만 만나 온 윤 교사를 멘토 삼아 마음을 다잡았다. 취약한 문제 유형과 오답에 집중하면서 여름방학을 보냈다. 도약의 기회는 후반기에 찾아왔다. 9월 언어영역 성적은 2등급, 실제 수능에서는 1등급이 나왔다.
친구들이 듣는 사교육 방송 강의를 어깨너머로 본 적도 있다. 잘은 모르지만 이비에스와 차별점이 보였다. “글쎄요. 사교육 수업은 역시 스케일이 크더라구요. 근데 뭐랄까. 제가 ‘고객’이 된 느낌이 들던데요. 장사꾼한테 ‘혹’하는 느낌이랄까요. ‘진심’을 전해준다는 느낌보다는 ‘판매자’가 ‘고객’을 대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근데 교육방송은 그야말로 ‘선생님’과 ‘학생’이 만나서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죠.” 홍씨는 “‘강의’에는 지식을 전달하는 ‘공부’만 있는 게 아니라 ‘삶’이 배어 있어야 한다는 걸 교육방송을 들으며 알게 됐다”고 했다. “윤혜정 선생님의 경우는 수험생들이 지금 어떤 심정이고, 어떤 시기인지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예습을 안 해오면 정말 무섭게 뭐라고도 하시구요.(웃음) 만화 <슬램덩크>를 보면 명언 같은 말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지금 포기하면 게임 종료’라는 문구도 있었는데 이런 명언 같은 대사들을 화면에 띄워주세요. 그럼 정말 의지를 다지게 되죠. 특히 누가 곁에 없었던 저 같은 학생들한테는 교육방송 선생님들이 큰 의지가 됐을 겁니다.” 홍씨는 스스로 “‘이비에스적 사고’를 한다”고 말한다. 이비에스를 그만큼 제대로 잘 활용했다는 의미다. 이비에스 수능 연계에 대한 생각도 뚜렷하다. “‘연계’라고 해서 달달 외우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책을 다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구요. 똑같은 문제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이비에스로 기초를 다지고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와도 풀 수 있게 된다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할 때 홍씨만의 철칙도 있다. 평소 ‘계획 없이 공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품고 늘 계획표를 짠다. 물론 계획이 무너지는 순간도 많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날리기도 하고, 누나랑 마트 갔다가 날리기도 하죠. 그래서 주말에 ‘스페어 타임’을 만들어놨어요. 주중에 지키지 못한 걸 지키는 시간인 겁니다.”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자는 철칙도 꾸준히 지켰다.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일찍 일어나 상쾌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면 능률이 오른다는 걸 경험한 뒤로는 새벽 6시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공부해왔다. “시험을 오전부터 치르잖아요. 신체리듬을 시험시간에 맞춰두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웬만하면 12시에서 1시 사이에 잠들고, 6시에는 일어났습니다. 아침 한 시간 동안 공부한 것은 머리에 잘 들어오더라구요.” 홍씨는 “공부와 큰 관계 없어 보이지만 이건 반드시 말해주고 싶다”며 공부를 잘하는 비법 하나도 손꼽았다. “착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고2 때 2등 하던 친구가 공부를 잘해서 자꾸 치고 올라오는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치사하게 공부를 했죠. 남을 신경 쓰고, 혼자 공부하려고 했었어요. 원래는 친구들하고 모여서 같이 공부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근데 이때 학창 시절 가운데 공부를 제일 많이 했는데도 성적이 제일 안 나왔어요. 도덕시간에 배웠던 말이 의미 없는 말은 아닌 거 같아요. 공부는 나와의 싸움이지 남과의 싸움은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교육 문제도 그래요. 다른 사람이 사교육을 받건 안 받건 간에 자신한테 확신이 있으면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천에서 용 안 난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 말이 틀린 말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이비에스 교사들의 따뜻한 충고로 슬럼프 견뎌내 사람들이 홍씨한테 주목하는 이유는 ‘사교육 광풍’이 부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사교육을 안 받았다는 대목 때문이다. 하지만 사정을 듣고 보면 사교육을 ‘안 받은 것’이 아니라 ‘못 받은’ 것이다. 4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장애를 안고 계셨다. 누나 셋 가운데 큰누나는 공부를 특히 잘했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원하는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홍씨는 고교 때 급식비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다. “학원이요? 초등학교 때는 보내달라고 투정도 많이 부렸어요. 공부를 하고 싶어서보다는 친구들하고 놀고 싶어서 그런 거죠. 근데 중학교 가면서부터 ‘집안 돌아가는 사정’이 보이더라구요. 그때부터 그런 소리 안 했죠. 다른 집에서는 엄마가 자녀들 공부를 다 챙겨주잖아요. 근데 저는 엄마가 안 계시니 혼자 스스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나들이 엄마 몫을 해줘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홍씨는 “이렇게 어려운 환경 자체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며 “만약 누가 시켜서 하라고 강요했으면 오히려 반항심에 안 했을 수도 있다”며 웃었다. 홍씨는 어릴 때부터 공부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영재형 아이’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학원 다니는 친구들을 막연히 부러워하다 공부에 눈을 뜬 건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였다. 평소 남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듣는 편이었다. 어느 날부터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들려주는 얘기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부 앞에선 ‘마음가짐’이 중요했다. “저도 남들처럼 10분 집중하면 다시 산만해지는 아이였어요. 그런 건 있었죠. 다른 사람 얘기를 귀 기울여 듣다 보니 ‘그래. 오늘은 선생님이 무슨 얘기를 하나 귀 좀 귀울여보자’는 마음으로 수업을 듣는 거요.” 어느 날부터 “내가 ‘어른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학문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정말 즐겁게 공부를 했습니다. 그때 전교 3등을 했죠. 그때 자신감이 붙어서 공부를 즐겁게,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비에스는 공부에 재미가 붙던 이 시기에 만난 스승이자 친구였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선생님들이 나와 강의하는 것을 보게 됐다. 특별히 돈이 들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때부터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까지 꾸준히 시청했다. 평소 독서를 많이 못했던 탓에 언어영역 성적이 낮았던 홍씨한테 이비에스는 성적을 올리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6월 모의평가 때 언어영역은 3등급이었다. 언어영역 윤혜정 교사는 “지금은 개념과 원리를 정리한 시기이기 때문에 문제를 푸는 실전에서는 점수가 안 나올 수 있고, 문제를 분석하는 기술을 익히면 성적이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영상으로만 만나 온 윤 교사를 멘토 삼아 마음을 다잡았다. 취약한 문제 유형과 오답에 집중하면서 여름방학을 보냈다. 도약의 기회는 후반기에 찾아왔다. 9월 언어영역 성적은 2등급, 실제 수능에서는 1등급이 나왔다.
친구들이 듣는 사교육 방송 강의를 어깨너머로 본 적도 있다. 잘은 모르지만 이비에스와 차별점이 보였다. “글쎄요. 사교육 수업은 역시 스케일이 크더라구요. 근데 뭐랄까. 제가 ‘고객’이 된 느낌이 들던데요. 장사꾼한테 ‘혹’하는 느낌이랄까요. ‘진심’을 전해준다는 느낌보다는 ‘판매자’가 ‘고객’을 대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근데 교육방송은 그야말로 ‘선생님’과 ‘학생’이 만나서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죠.” 홍씨는 “‘강의’에는 지식을 전달하는 ‘공부’만 있는 게 아니라 ‘삶’이 배어 있어야 한다는 걸 교육방송을 들으며 알게 됐다”고 했다. “윤혜정 선생님의 경우는 수험생들이 지금 어떤 심정이고, 어떤 시기인지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예습을 안 해오면 정말 무섭게 뭐라고도 하시구요.(웃음) 만화 <슬램덩크>를 보면 명언 같은 말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지금 포기하면 게임 종료’라는 문구도 있었는데 이런 명언 같은 대사들을 화면에 띄워주세요. 그럼 정말 의지를 다지게 되죠. 특히 누가 곁에 없었던 저 같은 학생들한테는 교육방송 선생님들이 큰 의지가 됐을 겁니다.” 홍씨는 스스로 “‘이비에스적 사고’를 한다”고 말한다. 이비에스를 그만큼 제대로 잘 활용했다는 의미다. 이비에스 수능 연계에 대한 생각도 뚜렷하다. “‘연계’라고 해서 달달 외우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책을 다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구요. 똑같은 문제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이비에스로 기초를 다지고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와도 풀 수 있게 된다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할 때 홍씨만의 철칙도 있다. 평소 ‘계획 없이 공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품고 늘 계획표를 짠다. 물론 계획이 무너지는 순간도 많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날리기도 하고, 누나랑 마트 갔다가 날리기도 하죠. 그래서 주말에 ‘스페어 타임’을 만들어놨어요. 주중에 지키지 못한 걸 지키는 시간인 겁니다.”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자는 철칙도 꾸준히 지켰다.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일찍 일어나 상쾌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면 능률이 오른다는 걸 경험한 뒤로는 새벽 6시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공부해왔다. “시험을 오전부터 치르잖아요. 신체리듬을 시험시간에 맞춰두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웬만하면 12시에서 1시 사이에 잠들고, 6시에는 일어났습니다. 아침 한 시간 동안 공부한 것은 머리에 잘 들어오더라구요.” 홍씨는 “공부와 큰 관계 없어 보이지만 이건 반드시 말해주고 싶다”며 공부를 잘하는 비법 하나도 손꼽았다. “착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고2 때 2등 하던 친구가 공부를 잘해서 자꾸 치고 올라오는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치사하게 공부를 했죠. 남을 신경 쓰고, 혼자 공부하려고 했었어요. 원래는 친구들하고 모여서 같이 공부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근데 이때 학창 시절 가운데 공부를 제일 많이 했는데도 성적이 제일 안 나왔어요. 도덕시간에 배웠던 말이 의미 없는 말은 아닌 거 같아요. 공부는 나와의 싸움이지 남과의 싸움은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교육 문제도 그래요. 다른 사람이 사교육을 받건 안 받건 간에 자신한테 확신이 있으면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천에서 용 안 난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 말이 틀린 말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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