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가르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게

등록 2011-05-09 10:56

디베이트 코치를 ‘교사’라 부르지 않고 ‘코치’라 부르는 것은 아이들을 도와주고 이끄는 구실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한겨레 디베이트 캠프 초등반에 참여한 학생들과 김상화 코치의 모습.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제공
디베이트 코치를 ‘교사’라 부르지 않고 ‘코치’라 부르는 것은 아이들을 도와주고 이끄는 구실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한겨레 디베이트 캠프 초등반에 참여한 학생들과 김상화 코치의 모습.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제공
[함께하는 교육]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18> 디베이트 코치의 소양과 자질
디베이트 기술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태도가 중요
문제해결력, 창의력, 글에 대한 분석 능력은 필수
미국의 대표적인 디베이트 조직인 엔에프엘(NFL: National Forensic League)에 등록된 디베이트 코치는 약 5000명이다. 한국 인구가 미국의 약 5분의 1이니, 미국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에 필요한 디베이트 코치는 약 1000명이라고 보면 될까? 대학이나 고등학교의 특별활동에 머물러 있는 미국 디베이트의 현실에 견줘, 공부의 핵심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는 한국에서는 훨씬 더 많은 코치가 필요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디베이트 경험자들이 성장해서 자연스럽게 디베이트 코치가 된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디베이트 경험자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반에는 디베이트 코치를 직접 양성해야 한다. 디베이트 코치는 디베이트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간단히 말해 어떤 디베이트 코치가 지도하느냐에 따라 그 팀의 역량이 좌우된다고 봐도 좋다.

디베이트 리더는 왜 디베이트 ‘티처’(teacher)라고 부르지 않고, 디베이트 ‘코치’(coach)라고 부를까. 이는 옆에서 돕는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디베이트의 주역은 참가 학생들이다. 어른들은 옆에서 도울 뿐이다. 그 학생들에게 어른들이 무언가 지식을 가르쳐주는 게 아니다. 진리를 찾아가는 일은 참가 학생들이 직접 하는 것이고, 어른은 옆에서 거들어줄 뿐이다. 그래서 코치다.

디베이트 코치는 디베이트에 대한 기본 상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 디베이트의 의미, 디베이트 포맷, 디베이트 클래스 포맷, 디베이트 프로그램 운영 등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디베이트 코치의 소양과 자질에 대해 오해가 발생한다. 디베이트 기술만 다 배우면 디베이트 코치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기술보다 자세를 강조하는 편이다. 디베이트 코치는 우선 마음으로 아이들과 디베이트 프로그램을 사랑해야 한다. 이 마음은 아이들이 금방 알아차린다. 자신이 존중받고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고, 존중받는다면 바로 적극적인 태도로 나온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막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디베이트 코치는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칭찬해주고 격려해줘야 한다. 아이들이라고 눈치가 없는 게 아니다. 자신의 발언이 어떤 반향을 일으키는지 잘 알고 있다. 이때 최소한 디베이트 코치는 그 발언자의 옹호자가 되어줘야 한다. 그래야 자신감이 생긴다.

결국 요약하자면, 디베이트 코치가 최선을 다하는 진정성을 가지면 아이들도 이를 쉽게 알아차린다. 칭찬을 많이 해주고, 격려를 많이 해준다. 그러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나아가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다. 이럴 때 디베이트 코치가 성급하게 대신 말하거나 지적하면 더 힘들게 된다. 학생이 입을 열 때까지 끝까지 애정 어린 눈으로 기다려줘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반보 앞에서 움직여야 한다. 내 마음에 차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클래스를 진행해나가면 학생들이 따라오느라 힘겨워한다. 반대로 학생들보다 뒤에 처져 움직이면 학생들이 하품한다. 학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앞에서 지도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에세이를 평가한다고 하자. 이때 학생들이 쓴 글의 수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온통 수정해버리면 학생들이 좌절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학생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에서, 한두가지 정도를 코멘트하는 것으로 그친다. 이 정도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에세이도 반보 앞에서만 수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기본 자세가 디베이트 기술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간단히 말해 학생들에게 ‘사려깊고 진지한 어른’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턱을 넘어서면 대부분의 문제는 쉽게 풀리는 것 같다. 코치가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고, 학생들이 코치를 신뢰하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이상과 같은 기본 자세가 갖춰져 있다면, 이제는 디베이트 관련 전문성을 갖출 때이다. 나는 디베이트 코치 양성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하곤 했다.

■ 디베이트 코치는 창의적이어야 한다. 논리적이어야 한다. 노력하는 코치여야 한다. 디베이트 코치가 이런 자세를 갖고 있는지는 금방 학생들에게 드러난다. 거꾸로 말해서 노력하는 디베이트 코치는 바로 높은 신뢰를 받을 수 있다.

■ ‘학생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는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어른들이 학생을 대신해서 생각해줘서는 학생들 생각이 자랄 수 없다.

■ 귀를 열어둔 디베이트 코치라야 한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디베이트를 지도하면서 다른 사람들 하는 말에 귀를 닫고 있으면 안 된다. 학부모의 견해, 학생의 견해를 늘 물어보고, 이견이 있을 때 이를 존중해서 처리해줘야 한다. 소비자가 말이 없다고 마케터가 마음을 놓고 있으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디베이트 클럽의 성공은 학부모들의 관심과 비례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문제 발생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디베이트를 하는 사람들은 문제 해결도 다르게 한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 글에 대한 분석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제시한 글들을 요약할 때 그 논리적 형태를 잘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작문 능력도 있어야 한다. 에세이를 평가할 때 필요한 능력이다.

이상에서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를 좀더 말하고 싶다. 디베이트에서는 학생들 스스로의 생각이 자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주는 자료는 원자료들이다. 신문기사, 성명서, 보고서, 백과사전, 포털사이트의 질의응답 등. 이를 읽고 생각을 하는 것은 학생들 몫이다. 이 생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이를 누군가 대신하는 순간 학생들 생각이 자라는 기회는 사라진다. 앞서 디베이트를 할 때 일주일 전에 내가 나눠주는 디베이트 주제를 소개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소박하고 허술한 형태다. 왜 이렇게 만드느냐면 생각은 학생들이 하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디베이트 주제의 빈 여백은 학생들이 채워가야 한다. 그 여백이 넓을수록 학생들 머리가 자란다. 어른들이 이를 채워 전달하는 순간 학생들 성장은 그만큼 줄어든다. 제발 좀 학생들 머리가 자랄 수 있도록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다음은 디베이트 코치가 알아두면 좋은 요령들이다.

■ 처음 디베이트가 열릴 때는 자기소개(Ice Break)를 하는 것이 좋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목표가 무엇인지 말해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하라고 부탁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마음가짐과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 이름표를 자기 자리 앞에 두고 발언하게 하면 빨리 이름을 외울 수 있다.

■ 디베이트는 형식이 분명한 토론이니만큼 규칙이 여럿 따라줘야 한다. 이 규칙은 디베이트 팀이 개설될 때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 참가 학생들이 이 규칙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규칙은 매번 클래스가 열릴 때마다 다시 한번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 정식 디베이트 때는 경어를 쓰게 한다.

■ 발언할 때는 손을 들게 한다.

■ 조리있게, 적절한 동작으로, 눈을 마주하며, 바른 자세로, 완벽한 문장으로 말하는 것을 계속 강조해야한다.

■ 자연스럽게 반박을 유도한다. 반박이 나오면 분위기가 급변한다. 자기 말에 대해 반박하니 긴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반박이 기분 나쁜 지적이 되면 바로 주의를 줘야 한다. 학생들끼리도 상처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 클래스를 진행할 때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은 그 자체에 대해 학생들의 토론을 붙인다. 이렇게 하면 그 학생은 코치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 눈치까지 보게 된다.

■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별칭을 지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반박을 잘 하는 학생을 ‘반박 스페셜리스트’라고 하면 이후 반박의 기회가 올 때마다 더 열심히 한다.

■ 디베이트에 임할 때마다 반드시 상과 디베이트 헌장, 규칙, 자료를 준비한다. 디베이트 바인더를 만들어 한곳에 보관해두면 더욱 좋다.

Help@TogetherDebateClub.com

한겨레교육과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이 함께하는 토·일 통학형 디베이트 캠프가 5월21~22일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분당센터에서 열립니다. 이번 캠프는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디베이트 기초 마스터를 목표로 디베이트 전문 코치진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문의 (031)8018-0900(한겨레교육문화센터 분당센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혐의 부인’ 윤석열 담화…법조계 “재범 위험, 신속 구속해야” 1.

‘혐의 부인’ 윤석열 담화…법조계 “재범 위험, 신속 구속해야”

윤석열 담화에 시민들 ‘충격과 분노’…“이번주 무조건 끝내야 한다” 2.

윤석열 담화에 시민들 ‘충격과 분노’…“이번주 무조건 끝내야 한다”

[단독] 도이치 주범 “주가조작은 권오수·김건희 등 합작품인 듯” 3.

[단독] 도이치 주범 “주가조작은 권오수·김건희 등 합작품인 듯”

“정! 말! 대다나다!!” 정영주·이승윤…윤 담화에 혀 내두른 연예인들 4.

“정! 말! 대다나다!!” 정영주·이승윤…윤 담화에 혀 내두른 연예인들

저속노화 교수 “그분, 고위험 음주로 인지 저하…작은 반대에도 격분” 5.

저속노화 교수 “그분, 고위험 음주로 인지 저하…작은 반대에도 격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