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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앞서가는 이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다하겠다”

등록 2011-05-02 13:28수정 2011-05-02 13:32

최용준 천재교육 회장
최용준 천재교육 회장
30돌 맞은 천재교육 최용준 회장 인터뷰

천재교육은 초·중·고 참고서 시장점유율 1위, 교과서 최다 합격, 교과서 점유율 1위의 대표적인 교육출판 기업이다. 1년에 내는 책만 3600여종에 이른다. 올해로 30돌을 맞은 천재교육의 최용준(68·사진) 회장을 <함께하는 교육>이 지난 4월21일 만났다. <해법수학>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30돌을 맞은 소감에 대해 “앞서가는 이(기업)로서 책임감, 의무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느낀다”는 말로 요약했다. 최근 150억원을 들여 구축한 교사용 학습지원 사이트 ‘T셀파’ 무료 서비스도 이런 의무감에서 비롯했다고 최 회장은 밝혔다. 그는 지금도 새로 출시되는 책들을 꼼꼼히 점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사무실 책상과 탁자에는 교과서와 참고서 수십권이 쌓여 있었고, 인터뷰 중간중간 그는 그 책들을 직접 골라 책장을 넘겨가며 설명하기도 했다.

천재교육이 설립된 지 30돌이 됐다.

“30돌이라고 특별히 기념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전부터 해오던 대로 꾸준히 우리의 길을 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천재교육이 현재 교과서·참고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천재교육이 전체 교과서·참고서 시장을 이끄는 상황이 되었다. 대한민국 어느 가정에 가봐도 우리 회사가 내는 ‘열공’ ‘올백’ ‘셀파’ 시리즈 책이 있다. 그래서 회사가 중간 정도 가는 규모일 때는 느끼지 못했던 점을 요즘은 많이 느끼곤 한다. 앞서가는 이의 의무랄까, 책임감이랄까,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걸 강하게 느낀다.”

의무감이나 책임감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예를 들어서 많은 교과서를 내다보니 손익 계산으로 볼 때 내기 힘든, 말하자면 ‘계륵’(鷄肋) 같은 교과서를 낼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독어나 불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지만, 교과서나 참고서를 내지 않을 수 없다. ‘수행평가 자료집’ 같은 것도 교육 현장에서 필요하고 선생님들이 요구하기 때문에 내고 있다.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쓰는 점자 교과서나 참고서 역시 이런 범주에 해당한다. ‘독도’나 ‘통일문제’를 다루는 교과서도 공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내고 있다.”

교사용 학습지원 사이트인 ‘T셀파’를 구축한 이유도 사회적 책임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교육 현장을 잘 아는 분들한테서 ‘교실 파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35명이 한 반이라면 절반은 자거나 다른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진짜 공부는 학원에 가서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다는 것이다. 학교가 학원 대비 공부를 하는 장소로 바뀐 거다. 또 일방통행식 칠판교육에만 의존하는 선생님들도 여전히 많다. 그래서 우리가 무너진 교실을 살리는 구실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물론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정부만 바라볼 수 없을 때는 우리라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T셀파가 학교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과서를 만들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교과서가 추구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장점이 우리에게 있다. 교과서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대학교수가 150명, 교사가 300명 정도 된다. 참고서 집필에 참여하는 필자단도 1000여명 정도 된다. 고객평가단과 검토단에는 학부모와 학원 강사들도 참여한다. 이런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에서 나오는 전문성으로 학생들이 수업에서 필요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서 꼭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한다. 멀티미디어 학습자료들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적절한 자극도 줄 수 있다. 현재 교실에 멀티미디어 학습시스템 등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다. 문제는 그것을 채울 콘텐츠였는데 T셀파가 유용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교실을 살리는 촉매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콘텐츠를 갖췄더라도 그것을 활용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호응해야 효과가 날 수 있을 텐데?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이나 매뉴얼이 필요하지 않다. 수업 시작 전에 학습목표를 파워포인트로 알려준다거나, 어려운 용어나 난해한 구절이 나오면 뜻풀이를 해주고 배경설명에 해당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기능도 있다. 수업이 끝날 때는 수업 내용의 핵심 부분을 도표나 시각물로 정리해준다. 동영상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서 방송의 영상물까지 갖췄다.”

T셀파 서비스는 언제 완성되나?

“오는 7월까지 60%, 올해 말까지 80%, 내년 3월까지 100% 탑재한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광범위한 문제은행을 구축해서 내신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교사들의 수고를 덜어줄 생각이다. 출제해야 할 문제의 10배수 정도를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서 30문항을 출제한다면 300문항 중에서 고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수업에 쓰이는 콘텐츠를 충분히 제공한다고 교육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 근본적으로는 35명 가운데 1명만 1등이 되는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런 시스템으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힘들다. 암기능력만으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천재를 둔재로 만드는 교육이다. 리더십, 예술적 재능, 운동 능력, 창의력 등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들을 평가해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나. 모두가 어떤 분야에서는 1등이 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의 ‘기’(氣)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에 미국이 2등 국가로 간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젊은이들이 지닌 기를 실리콘밸리로 돌림으로써 초강대국으로 다시 일어선 것이나, 덩샤오핑이 흑묘백묘론으로 중국에 깃든 충만한 기를 국가부흥으로 이끌었듯이 우리 민족에게 충만한 기를 교육을 살리는 쪽으로 쓴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우리 젊은이들이 강한 ‘자존의 힘’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교육기업가로서 꿈이 있다면?

“과거 산업혁명으로 세계가 달라졌고, 그 뒤 정보기술 혁명으로 또 한번 세상이 변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제대로 내다봐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 현재 세계의 흐름으로 볼 때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분야 가운데 하나가 창의·창조산업, 예술·문화 산업이다. 그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그 분야 중에서도 특히 디자인분야가 중요한 것으로 내다본다. 관련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을 모아 교육할 디자인대학을 꼭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

글 김창석 기자 kimcs@hanedui.com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T셀파’는?

‘T셀파’는 초·중·고 교사용 온라인 멀티학습지원 사이트 서비스다. 천재교육이 그동안 구축해놓은 오프라인 학습자료(학습지도안, 읽기 자료, 그림 자료)를 비롯해 교과와 연관된 파워포인트, 플래시,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학습자료, 수십만개의 교과 관련 문제가 주요 구성요소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되며 사이트의 접속도 공인 인증된 교사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

T셀파는 교사들의 수업 보조자료로 쓰인다. 어려운 단어나 어구의 배경설명이나 풀이, 학습 목표와 연관된 동영상, 배운 내용을 정리해주는 도식이나 도표 등이 수업의 시작과 중간, 끝에 적절히 쓰일 수 있다. 학교 시험문제를 낼 때 교사들은 이곳에 실린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활용할 수 있다. 교과서 저자와 현장 교사들이 만든 평가문제가 12만 문항(초등 3만, 중등 6만, 고등 3만 문항으로 진단평가, 쪽지시험, 단원평가, 수행평가, 서술형 평가 등으로 구성)이며, 천재교육의 문제은행 데이터베이스에서 제공하는 48만 문항(초등 6만, 중등 33만5천, 고등 8만5천 문항)도 포함된다.

초등 T셀파는 현재 천재교육 교과서(3·4학년 영어, 5·6학년 음악·미술·체육·실과)가 주요 대상이며, 오는 9월부터는 국정교과서(국어·수학·사회·과학·바른생활·슬기로운생활)까지 서비스를 늘릴 예정이다. 중·고등 T셀파는 우선 천재교육이 발행하는 교과서 중심으로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현재 중학교 36종, 고등학교 53종이며 내년에는 새로 나오는 교과서까지 포함해 서비스 대상이 늘어난다.

천재교육 쪽은 T셀파의 가장 큰 장점으로 교과서가 추구하는 학습목표를 정확히 반영한 점을 꼽는다. 천재교육 홍보기획부 문기복 차장은 “오랫동안 교과서 개발 경험으로 축적해온 노하우를 교과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교과 전문성 때문에 교사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중심으로 T셀파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천재교육 쪽은 “T셀파를 개발하기 위해 그동안 15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가 쓰였고, 운영비도 매년 20억원 이상 쓰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사이트를 기획·개발·운영하는 상근 인력이 40명이라고 천재교육 쪽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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