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이트 클래스에서 분반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찬반으로 나눠 상대방의 논리를 이길 전략을 짜고 있다. 투게더디베이트 클럽 제공
‘헌장 읽기’ ‘의미있는 일 발표’ 등 다채롭게 구성
미리 자료 읽고 오고, 끝난 뒤에는 격려·악수 필수
미리 자료 읽고 오고, 끝난 뒤에는 격려·악수 필수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16. 교육 효과가 높은 디베이트
앞서 디베이트 포맷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 디베이트 포맷은 임의로 바꿔서는 안 된다. 나중에 디베이트 대회에 나갔는데, 포맷이 서로 다르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 정식으로 축구 경기를 할 때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정한 규칙대로 따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클래스 포맷은 구체적으로 디베이트 클래스를 할 때 어떻게 시간을 운영하느냐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디베이트 클럽에서 매주 한번 만나고, 만날 때마다 두시간씩 디베이트 클래스를 한다고 하자.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의 경우 40분이면 끝난다. 그럼 클래스 120분에서 40분을 빼면 80분이 남는다. 이 80분을 어떤 순서로 보낼 것인지가 클래스 포맷이다. 이 클래스 포맷은 디베이트 코치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 축구를 연습할 때 축구 감독이 임의로 연습방법을 정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클래스 포맷을 정할 때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것은 주제를 바꾸는 기간에 대한 것이다. 매주 디베이트 주제를 바꾸는 식이라면 그에 맞춰서 클래스를 진행해야 한다. 2주일에 한번씩 주제를 바꾸는 식이라면 역시 그에 맞춰서 클래스를 진행하면 된다. 전자를 ‘1주일 클래스 포맷’(One-Week Class Format), 후자를 ‘2주일 클래스 포맷’(Two-Week Class Format)이라고 부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미국 엔에프엘(NFL: National Forensic League)은 한달에 주제를 하나씩 제시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한국 사람들은 이런 진도를 너무 느리다고 할 것 같다. 경기도 분당에서 어떤 팀은 일주일에 주제를 두개씩 섭렵하는 속도로 디베이트를 하자고 하기도 했다. 해서 내 생각에는 1주일 단위 또는 격주 단위가 한국에서는 현실적일 것으로 본다.
다음 표는 내가 학생들과 디베이트 클래스를 할 때 쓰는 클래스 포맷이다. 한 가지만 소개한다. 1주일 단위의 것이다.(표 참고)
이 형식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클래스 효과를 위해서 디베이트 코치가 언제든지 조금씩 바꿀 수 있다. 학생들 조건에 따라 시간을 늘릴 수도 있다. 나는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상대로 1주일에 한번씩 3시간 동안 디베이트 클래스를 하는 것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런데 학생들이 충분히 소화했다. 사실 1주일에 한번씩 2시간 하는 것보다는 2시간 반이나 3시간이 더욱 좋다고 생각한다.
앞서 소개한 일주일 단위 디베이트 클래스 형식은 디베이트에 경험이 많고, 디베이트 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용이다. 순서를 자세히 살펴보자.
1. 주제 제공
디베이트 주제를 일주일 전에 보내준다. 학생들은 자료를 읽고 준비를 해 온다.
2. 헌장 및 규칙 읽기
참여 학생들은 디베이트를 할 때마다 마음가짐을 새로 하는 게 좋다. 해서 내가 디베이트 헌장과 규칙을 만들었다. 디베이트 클래스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매주 디베이트 헌장과 규칙을 낭독하게 한다. 처음에 규칙은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합의해서 새로운 규칙을 추가하는 게 좋겠다. 자율 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 디베이트 헌장 : “우리는 디베이트 활동을 통해 세상과 사물을 좀더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며 이를 통해 좀더 깊은 인식과 비판적 안목을 길러 나 자신의 학문적 소양을 기르고 나아가 상호 존중과 합의·협력의 정신을 배워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바르게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3. 지난주 내게 가장 의미있었던 일은?
미국 대학 지원서 가운데 중요한 부분인 개인 에세이의 주제는 ‘학창 시절 내게 가장 의미있었던 일은?’이다. 한국의 개인 에세이에도 곧 도입될 것이다. 이 훈련을 위해 매주 ‘지난주 내게 가장 의미있었던 일은?’에 대한 자유발언을 한다. 참가학생들이 한 주 한 주를 뭔가 의미있는 일을 생각하며 지내기 바라는 바람에서 이 순서를 만들었다. 내가 임의로 만든 순서다.
4. 논리의 오류를 찾아라
효과적인 반박과 교차질의를 위해서는 논리적 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이는 틀린 것을 찾아내는 공부를 통해 효과적으로 익힐 수 있다. 일반인들이 범하는 전형적인 논리의 오류를 매번 한가지씩 알아보고, 실제로 만들어보기도 한다. 디베이트 클래스에서 이를 설명해주고, 학생들이 이해했다면 실제로 한번씩 만들어보게 한다. 디베이트 오류를 만들 때는 혼자서 하지 말고, 가급적 짝을 지어 하도록 한다. 그래야 팀워크가 길러진다.
5. 주제의 배경 설명
디베이트 코치가 주제의 배경 설명을 한다. 예를 들어 낙태에 대해 디베이트를 한다고 하면, 어떤 학생들은 심정적으로 “어떻게 생명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학생은 낙태의 개념조차 모른다.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코치가 먼저 이런 주제의 배경에 대해 설명해준다. 심정적으로는 “생명을 어떻게…”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낙태를 찬성하는 쪽에도 나름의 근거들이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를 가장 최근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설명하면 쉽다. 이 부분은 디베이트 코치의 창의성과 정성이 많이 작용한다. 코치가 이 부분을 잘 준비해 오면 아이들이 더 쉽게 주제에 공감할 것이다.
6. 자료 요약 및 질의 응답
학생들에게 디베이트 주제를 알려줄 때, 몇가지 관련 글들을 링크로 보내준다. 학생들은 이것을 다 읽고 정리해 와야 한다. 이게 숙제가 된다. 자료 요약 및 질의응답에서는 학생에게 각자 한 글씩 정리해서 앞에 나와 발표하도록 한다. 코치가 설명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최대한 아이들을 클래스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프레젠테이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코치나 다른 학생들과의 질문 및 응답을 통해 학생이 그 글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본다. 이런 식으로 하면 발표하는 학생이나 듣는 학생이나 글들을 바르게 검토할 수 있다.
7. 더 생각해볼 점들
학생들이 주어진 주제를 좀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문을 던져 학생들에게 답해보라고 한다. 창의적인 질문을 던질수록 학생들은 창의적으로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반박을 유도하면 토론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된다.
8. 찬성과 반대별 포인트 정리
2주일 단위로 디베이트 주제를 섭렵하는 경우, 이런 순서를 추가한다. 여기서 다시 비판적 사고를 하는 단계를 밟는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주어진 주제에 대한 찬성 및 반대의 논리를 찾아내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찬성/반대별로 어떤 점이 근거나 사례가 될 수 있는지 같이 생각해보면서 논리를 짜보는 순서다.
9. 분반 활동
팀을 나누고, 동전을 던져 찬성/반대 또는 발언 순서를 정한다. 그리고 팀별로 협의해서 준비를 하라고 한다. 팀워크를 다지고 디베이트 전략을 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10. 디베이트
실제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형식으로 디베이트를 한다.
11. 강평 및 시상 (에세이 숙제)
디베이트 코치의 강평이다. 디베이트를 모두 끝내고, 선생님이 지적할 사항, 칭찬해줄 사항을 알려준다. 적절하게 상을 준다. 디베이트가 다 끝나면 숙제로 에세이를 내준다.
12. 악수
디베이트를 끝내고 헤어질 때는 선의의 경쟁을 했다는 의미로 상대방 팀과 악수를 하게 한다.
케빈 리 Help@TogetherDebateClub.com
앞서 소개한 일주일 단위 디베이트 클래스 형식은 디베이트에 경험이 많고, 디베이트 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용이다. 순서를 자세히 살펴보자.
일주일 단위 디베이트 클래스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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