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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과서 속에 문제와 답이 있어요”

등록 2011-04-18 10:37

“교과서 속에 문제와 답이 있어요”
“교과서 속에 문제와 답이 있어요”
[커버스토리] 선생님이 말하는 시험출제의 비밀
“이번 중간고사에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기술 시험을 봐요. 국어는 ‘시’ 단원이 출제되기 때문에 자습서를 보면서 교과서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해요. 영어는 교과서 지문을 거의 암기해야 문제를 잘 풀 수 있죠.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강조한 문법사항도 잘 알아둬야 하고요. 사회나 과학은 선생님이 나눠준 프린트물을 바탕으로 저만의 노트에 내용을 정리하고 있어요.” 서울 하계중학교에 다니는 김승민(15)군은 중간고사를 앞두고 과목별로 다른 공부법을 세우고 있다. 교과서를 중점적으로 봐야 할 과목, 관련 수업 자료도 챙겨봐야 할 과목, 문제집을 풀어야 할 과목 등으로 나눠 시험을 대비하고 있다.

새 학년 시작과 함께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있지만 김군처럼 짜임새 있는 시험 대비가 쉽지는 않다. 3학년인 김군은 이미 시험을 여러 차례 치른 경험으로 자신만의 대비법을 갖게 됐다. 수업을 들을 때도 선생님이 교과서에 없는 내용을 말하거나 ‘중요한 부분이니 잘 봐라’라고 언급하면 귀를 쫑긋 세운다. ‘출제자’인 선생님의 수업 내용이 그대로 시험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프린트물을 주거나 필기를 많이 하는 선생님은 시험문제가 더 세세한 부분까지 출제되는 것 같아요. 외워야 할 내용도 많고요. 설명이나 강의를 주로 하는 선생님은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문제를 많이 출제하죠.” 학원에 다니지 않는 김군은 학교 수업만 열심히 들어도 충분히 시험 대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시험출제 방식에 익숙하지 못한 학생들은 시험공부가 막막하기만 하다. 새 학년 첫 시험인 만큼 좋은 성적을 얻어야 한다는 부담은 큰데, 방대한 시험범위를 보면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몰라 ‘포기’가 앞선다. 학교마다 교과서가 다양해지고 내용도 전면 개편되면서 ‘기출문제’만 바라보는 데도 한계가 있다. 막연히 학원 공부에 의지해 보지만 학교 선생님이 출제하는 내신시험은 학원 공부와는 확연히 다르다. 학원만 믿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시험출제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걸까? 학교 선생님들이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문제를 내는지 살펴보면 공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서울 서초구 동덕여중 1학년 학생들의 사회 수업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동덕여중 1학년 학생들의 사회 수업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 각 단원의 학습목표나 성취기준을 꼭 읽어봐라

뭣보다 ‘교과서’가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실제 학생들은 교과서를 꼼꼼히 보지 않는다. 교과서를 보더라도 본문 내용만 살필 뿐 ‘길잡이’에 해당하는 부분은 그냥 넘기고 만다. 하지만 본문 내용을 왜 배워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면 단원의 핵심내용도 파악할 수 없다.

서울 오산중 김상헌 국어교사는 교과서 ‘단원의 길잡이’에 나온 성취기준을 반드시 읽어볼 것을 권했다. “시험 치르기 일주일 전에 시험출제를 완료합니다. 시험지를 인쇄할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지난해와 똑같은 문제를 낼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학년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바뀌거든요. 하지만 각 단원의 학습목표나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문제를 출제하는 건 모든 선생님들이 알고 있는 기본사항이죠. ‘성취기준’을 보면 이 단원에서 배워야 할 중점요소가 나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시가 그 단원에 실린 이유가 있을 겁니다. 시의 운율이나 심상, 주제 가운데 그 시가 실린 이유를 살펴보는 거죠. 설명문과 논설문의 갈래 특성을 묻는 질문도 비슷합니다.” 무작정 시험공부에 매달리기보다는 이렇게 사전에 공부할 내용을 알고 시작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수유중 천태선 수학교사도 기본 개념을 중심으로 문제 형태를 조금씩 바꿔서 출제한다. 각 단원에서 중요한 핵심개념을 빼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시험문제를 낼 때 고민이 많다. “단순히 숫자만 바꿔서 출제하지는 않습니다. 그 단원의 학습목표를 살펴보고 이미 출제됐던 문제라도 중요하다면 형태를 바꿔서 출제합니다. 예를 들어 ‘무리수’ 문제를 낸다면 지난해엔 벤 다이어그램을 활용해서 무리수를 찾았다면 올해는 무리수의 다른 말인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를 찾아보라는 식으로 문제를 바꾸는 거죠. 단원별로 문제 수를 안배한 다음 상중하로 난이도를 따져봅니다. 그리고 개념을 묻는 건지, 이해를 묻는 건지, 응용을 묻는 건지를 생각해봅니다. 지난번 시험에서 개념을 물어봤다면 이번엔 이해를 묻는 걸로 바꿀 수도 있죠.” 천 교사는 예상문제를 2~3배수로 만들어본다고 했다. 문제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쉬운 문제로 교체하기도 한다. 주요 과목들은 기본적으로 2~3명의 선생님들이 공동 출제한다. 가르치는 내용이 달라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교육과정에 나온 ‘학습목표’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 단원정리 문제와 학습활동은 반드시 풀어봐라

교과서 활용은 끝이 없다. 각 단원의 ‘길잡이’가 중요한 만큼 단원의 ‘마무리’도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문제집을 따로 푸는 것도 좋지만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정리한 단원평가나 학습활동도 시험에 단골로 출제된다. 서울 대경중 이광조 과학교사는 각 단원의 마무리 문제를 꼼꼼히 살펴볼 것을 권했다. “수학과 비슷하게 과학도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한 과목입니다. 우선 교과서에 실린 실험 내용을 잘 알아야 합니다. 교과서 자료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림이나 그래프에도 익숙해져야죠. 그리고 뭣보다 단원 마무리에 나오는 개념 확인하기, 탐구력 키우기, 창의력 기르기 등의 문제를 반드시 풀어봐야 해요. 객관식 문제뿐만 아니라 서술형 문제는 거의 이 부분에서 출제한다고 보면 됩니다. 개념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고 현실에 적용하는 문제도 연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증발’의 사전적 의미와 함께 ‘빨래가 마르는 현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거죠.”

이 교사는 서술형 문제를 풀 때는 핵심 개념이 꼭 들어간 답안을 써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평소에 단원 마무리에 나온 문제들을 서술형 답안으로 작성해 보는 연습을 했으면 합니다. 속력을 정의한다면 ‘거리’와 ‘시간’이라는 단어는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말이 좀 틀리더라도 기본 개념이 확실히 들어가 있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죠.” 국어도 다르지 않다. 교과서에 나온 ‘학습활동’ 문제들이 객관식 문제나 서술형 문제로 활용된다. 학습활동은 주로 주관식이기 때문에 ‘서술형’ 문제로 쉽게 바꿀 수 있다. 또 본문 옆 ‘날개 문제’들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날개 문제’들은 각 단락의 중요사항을 하나씩 짚어주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낼 때 많이 참고하는 부분이다.

■ 최신 유행과 뉴스에도 민감해져라

이렇게 다양한 방식을 통해 출제를 하지만 정해진 단원 내에서 문제를 내는 게 쉽지는 않다. 이럴 때 종종 선생님들은 최신 뉴스를 반영해 문제를 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수업시간에 언급한 내용을 보기나 예시로 활용한다. 박정은 동덕여중 사회교사는 수업시간에 사례를 많이 들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과 차별화하기 위해 필기보단 현재 일어난 사건이나 사고 등을 언급하면서 수업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수업을 잘 들어야만 시험문제에 뭐가 나오든 당황하지 않을 수 있죠. 매번 조금씩 다른 문제를 내려면 최신 뉴스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어요. 지리 문제를 낼 때 최근 일어난 일본 대지진 뉴스를 문제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대부중 임동원 국어교사는 문제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바꿔본다. “학습목표에 나온 개념은 반드시 다뤄야 하지만 매번 같은 문제를 낼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는 다른 장르로 변형해서 문제를 내기도 합니다. 창의적인 광고문이나 표어로 바꿔서 문제를 내는 거죠.” 교과서를 기본으로 보면서 다양한 시사뉴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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