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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눈앞의 성적 올리는 데 급급한 사교육과는 달라요”

등록 2011-04-11 10:54

‘부모가 본 디베이트의 효과’라는 주제로 케빈 리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대표와 학부모 5명이 모여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선민(중1) 어머니 김경선씨, 홍유빈(중1) 어머니 구안수씨, 안정현(중1) 어머니 권영현씨, 케빈 리 대표, 신영미(초6) 어머니 박은정씨, 송혜원(초6) 어머니 박은경씨.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부모가 본 디베이트의 효과’라는 주제로 케빈 리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대표와 학부모 5명이 모여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선민(중1) 어머니 김경선씨, 홍유빈(중1) 어머니 구안수씨, 안정현(중1) 어머니 권영현씨, 케빈 리 대표, 신영미(초6) 어머니 박은정씨, 송혜원(초6) 어머니 박은경씨.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함께하는 교육]
신문을 찾고, 독서를 하고,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말하기·듣기·읽기·글쓰기 4대 영역을 한번에 해결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13.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14. 실제 디베이트 참가 학부모 간담회
15. 교육 효과가 높은 디베이트 주체 만들기

디베이트를 한국 교육의 대안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뜻으로, 먼저 디베이트를 경험한 학부모 다섯 명과 이를 주관한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케빈 리 대표가 모여 디베이트의 학습적 효과와 아이들이 보여준 놀라운 변화에 대해 논의하는 좌담회가 지난 3월18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렸다.

권영현 아이에게 디베이트를 가르쳐 보면 어떻겠느냐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저는 속으로 우리 아이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아이는 성격상 표현하는 걸 어려워했는데, 게다가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이 문제를 극복하게 도울 수 있을지 길을 찾지 못해 막막했죠.

그런데 맨 처음 디베이트 프로그램에 대한 자료를 받았을 땐 이걸 어떻게 아이에게 준비시켜야 하나 막막하더라고요. 그런데 한 세 번쯤 수업을 해보고 나니까 조금씩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어요. 정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학교에서 영재교육원 공동학급을 모은다고 해서 아이에게 한번 도전해 보겠느냐고 물었어요. 예전 같으면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주저했을 아이인데, 디베이트를 하고 나서는 자신감이 붙었는지 “엄마, 이번에 하는 건 디베이트처럼 하면 될까?” 하고 묻더라고요.


케빈 이런 변화는 그저 시작에 불과합니다. 한 2년 정도 꾸준히 디베이트를 하게 된다면 아이는 더더욱 놀라운 성장을 보일 거예요.

구안수 저희 유빈이 같은 경우에는 수학과 과학만 좋아해서 문제 푸는 것만 하고 싶어하고, 독서 같은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디베이트를 하면서 많이 변했어요. 책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아이가 책을 읽게 되었고, 뉴스는 아예 거들떠도 안 보던 아이가 뉴스에 관심을 갖더라고요. 어느 날은 이 신문을 읽어야겠다면서 아빠한테 <한겨레>를 구독해 달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학원도 줄이게 됐어요.

케빈 아이에게는 절대적으로 노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모 눈에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노는 시간을 갖는 아이들의 사고가 더 크고 넓게 자랍니다. 이게 창의성으로 이어지는 거고요.

캐린 리. 디베이트 교육 전문가
캐린 리. 디베이트 교육 전문가
김경선 저는 선민이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학교에서 토론 대회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한번 나가 보라고 권한 적이 있어요. 교육청에서 내려온 자료를 봤는데, 도무지 어떻게 하라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제대로 된 토론 수업을 시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의 디베이트 수업을 한 세 번인가 받고 난 어느 날 선민이가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를 찾아 읽고 있는 걸 보게 됐어요. 그러더니 봇물이 터진 것처럼 더욱 열심히 신문을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디베이트 수업 횟수가 늘어가면서 사고가 논리 정연해져서 그런지 어느새 두서없던 말투도 논리적으로 변하는 게 느껴졌어요. 세상에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놀랍고 흐뭇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몇이나 되겠어요.

케빈 디베이트 경시대회를 한번 치르게 되면 아이들이 굉장히 많이 자라게 되거든요. 저도 한국에 디베이트가 어느 정도 확산이 되면 크게는 1년에 한두 번, 작게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경시대회를 열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은경 저는 디베이트를 하면서 세 가지 정도의 효과를 본 것 같아요. 첫째는 혜원이의 인간관계가 넓어진 거예요. 그런데 디베이트 수업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언니 오빠들과 교류가 늘어나게 되니, 혜원이가 그걸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둘째로 좋았던 점은 혜원이가 시사적인 것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책도 창작동화 같은 것만 읽고, 과학이나 시사같이 조금 복잡하고 어려운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뉴스에 그렇게 집중을 하더라고요. 셋째는 혜원이가 지난 시간을 진지하게 되돌아볼 줄 알게 되었다는 거예요. 디베이트 수업에서 일주일 동안 의미 있었던 일들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잖아요. 혜원이가 이 시간을 준비하면서 진지하게 일주일을 되돌아보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어요.

박은정 사실 저는 다른 엄마들이 사고력을 키우려면 논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정말 논술학원을 보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디베이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단번에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디베이트를 시켜본 결과 정말 기대 이상으로 제가 원했던 결과를 얻게 되었어요. 디베이트는 4대 영역에 대한 계발을 다 해주잖아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복합적으로 훈련하게 되니까요. 저는 그 네 가지를 다 하는 논술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딱 드러내놓고 디베이트의 효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은 글쓰기 실력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며칠 전 과학시간에 선생님께서 미리 수업에서 다룰 내용에 대해 핵심을 요약해서 노트 정리를 해 오라고 했대요. 선생님께서 영미 노트를 들고는 “이게 샘플이다. 너무 잘했다. 이렇게 해라” 하셨대요. 디베이트를 배우게 한 것은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케빈 디베이트는 근본적으로 머리가 좋아지는 훈련이기 때문에, 학업의 효과 또한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한국의 다양한 사교육과 비교해 디베이트의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박은정 사실 대부분의 사교육은 단순하게 성적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죠. 그래서 아이들의 생각을 키워주거나 하는 데에는 많이 약한 것 같아요. 그에 반해 디베이트는 당장 성적을 올려주지는 않더라도, 부모라면 누구나 원하는 변화를 아이에게 선물해 주는 것 같아요. 단, 장기적으로 해야 하는 수업인 듯해요.

케빈 저는 디베이트를 배우는 것을 책상 정리를 잘하는 것에 비유하고 싶어요. 책상과 서랍이 잘 정리되어 있으면 새로운 물건을 넣어 둘 때 나중에 꺼내 보기 쉽게 넣어 둘 수가 있죠. 디베이트는 사고의 정리를 도와주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지식을 접했을 때 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래서 2년 정도만 디베이트를 열심히 하게 되면 어떤 과목이나 분야에서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박은경 학원에서 하는 수업은 아이들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거잖아요. 하지만 디베이트는 아이들이 주도를 하고 선생님은 부차적으로 보조해주는 일만 해주니까, 아이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필요의식을 심어 주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아이 주도형 교육 프로그램인 거죠.

케빈 이미 교육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교육청의 고위 관계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혁신학교에서 워크숍을 했는데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워크숍에 참여하셔서 그 관심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어떤 대안학교에서는 아예 디베이트를 정규 교과목에 편성하기로 했습니다. 공교육에까지 확산되려면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릴 테지만, 디베이트의 교육에 대한 긍정적 효과가 제대로 알려진다면 금세 확산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디베이트를 통해 한국의 학생들이 좀더 행복하고, 재미있고, 효과있는 공부를 하기를 바랍니다. 정리 한겨레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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