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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모세대의 직업관으로 자녀 ‘진로지도’ 해선 안돼

등록 2011-04-11 10:00수정 2011-04-11 11:04

‘리더스에듀’의 최혜영(사진 왼쪽) 기획운영팀장과 황영선(오른쪽) 교육개발팀장
‘리더스에듀’의 최혜영(사진 왼쪽) 기획운영팀장과 황영선(오른쪽) 교육개발팀장
[함께하는 교육]
정확한 진로정보 바탕으로 아이에게 ‘선택권’ 줘야
진로검사 결과 맹신은 금물…참고자료로 활용해야
진로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 전국 1500개 고교에 진로진학 상담교사가 처음으로 배치됐다. ‘진로와 직업’이 중학교 교과목에 선택과목으로 도입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진로교육’은 ‘진학’에 밀려 뒷전이었다. 입시공부에 찌든 아이들은 적성과 흥미가 아닌 성적순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근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창의적 체험활동이 중시되면서 진로교육도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이렇게 학교가 변하고 있는 만큼 부모도 달라져야 한다. 부모세대의 직업관으로 자녀를 대하면 갈등만 빚게 된다. 자녀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한 진로지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진로상담을 해온 ‘리더스에듀’의 최혜영(사진 왼쪽) 기획운영팀장과 황영선(오른쪽) 교육개발팀장의 도움을 받아 진로지도 궁금증을 풀어본다. 최 팀장과 황 팀장은 다음달 12일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내 아이 창의적 진로교육 방향과 실천방법’ 특강을 한다.

최근 학교에서도 진로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지식이 아닌 체험 중심의 활동을 늘린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나?

“청소년들의 심각한 ‘진로’ 고민에 견줘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진로교육이 이뤄지지 못했다.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데만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진로교육은 형식적이었다.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진로에 따른 준비가 필수적인 입학사정관제가 자리잡으면 진로교육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창의적 체험활동이 중시되면서 진로관련 활동도 늘 것으로 보인다. 교과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다. 다만 교과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 지원에 반해 학교 현장은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교 자체의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에 늘어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하는 교사들이 많다.”

부모들도 자녀의 진로지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세대의 시각에서 자녀의 진로문제에 접근하는 것 같다.

“부모들이 행복의 기준을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등에 두는 것은 교육정책의 변화와는 별개로 사회적인 고정관념의 문제다. 진로교육이 강화된다고 해서 일순간에 바뀔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고착화된 학벌주의, 대학 서열화를 직접 겪으며 부모들이 내린 냉정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자녀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학습’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많다.

요즘 아이들은 목표 직업으로 공무원이나 교사 등 안정추구형 직종을 꼽는다고 한다. 직업 선택에 있어 고용안정성을 중시하는 부모세대의 가치판단이 자녀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제한된 진로 정보만으로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의 꿈의 크기를 제한함으로써 더 큰 성장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기존에 선호하던 직업인 의사, 변호사 등은 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되면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 앱 개발자 등의 새로운 직업군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부모세대의 직업관으로 급변하는 지식정보화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 봐야 한다.”

진로 선택의 시기에 부모와 자녀의 갈등이 빚어지곤 한다. 자녀가 하고 싶은 일과 부모가 바라는 일이 다른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진로 선택에서 갈등 상황이 일어나는 주된 이유는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건 그 분야에 흥미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폭넓고 정확한 진로 정보를 바탕으로 자녀와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예인을 좋아하는 아이가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다면 부모는 대개 연예인에 대한 단순한 선망이라고 생각하고 만다.

그런데 아이의 처지에선 연예인을 가까이하는 직업들 가운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나름대로 고민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부모는 자녀가 방송과 패션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부모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단 다양한 직업정보를 조사해 알려주거나 스스로 직업탐색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시기에 맞는 진로교육’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진로’는 단순히 직업 선택에서 퇴직까지를 이르는 말이 아닌 생애 전반에 걸친 선택이다. 따라서 자녀의 진로 성숙도에 맞는 지도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때는 우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중학교 때는 흥미를 비롯해 성격이나 능력이 굳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자기분석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때는 실질적인 직업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데 ‘직업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법조계로 묶여 있는 판사, 검사, 변호사도 막상 하는 일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아직 명확한 진로 목표가 없어 좌절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진로지도는 뭔가?

“진로 목표가 없는 학생들 사례를 분석해 보면 낮은 학업성취로 진로 선택에 자신감이 없는 경우, 자기이해나 진로 정보가 부족한 경우 등이다. 우선 아이가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자기이해나 진로 정보가 부족한 경우는 비교적 쉽게 풀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낮은 학업성취로 진로에 대한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경우는 자신감 회복이 필수다. 학업성적이 부진한 학생이라면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작은 목표들을 정해 ‘성취 경험’을 느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음 시험은 더 잘 보겠다는 막연한 목표보다 ‘내신성적 평균을 5점 올리겠다’, ‘수학 성적을 5점 올리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하면 자신의 성취 목표를 ‘진로’에도 연결하게 된다.”

진로탐색을 위한 각종 검사들이 있다. 검사 결과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적성검사는 통계학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검사 장소나 분위기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맹신해서도 안 된다. 다만 자신의 진로 성향을 파악할 수 있고 주기적으로 실시했을 경우 그 추이를 점검할 수 있어 참고자료로 활용하면 된다.

임의로 해석하지 말고 전문가의 정확한 검사결과 해석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 학년별로 다양한 검사를 해보거나 똑같은 검사를 매년 실시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학생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진로적성검사 결과와 함께 학생의 성격이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진로 선택을 해야 한다.”

부모는 가장 가까운 역할모델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의 진로지도를 할 때 주의할 점은?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자녀가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녀는 자신의 선택이 실패해도 부모를 탓하기보다 스스로 책임지면서 자신에게 맞는 다른 길을 찾아갈 것이다.

직업에 대한 부모의 가치관과 태도, 성실성은 아이가 직업과 노동을 바라보는 근본 시각을 형성해 준다. 아이에게 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심어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진로지도방법’

1. 진로 설계에 도움 되는 누리집 활용하기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진로지도방법’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진로지도방법’

2. 신문 기사 활용해 진로 정보 얻기

신문 기사는 최신 진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이다. 자녀가 관심을 갖는 직업 분야의 동향이나 관련 직업인 인터뷰 등 다양한 정보도 접할 수 있다. 특히 교육섹션은 입시 정보, 각종 체험활동 정보 등을 가장 먼저 보도하기 때문에 항상 챙겨보는 게 좋다. 경제섹션은 산업 변동, 산업 분야별 전망, 노동시장 변화 등을 통해 향후 자녀의 직업 선택 때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신문을 보다가 자녀가 관심 있는 직업인 인터뷰가 실렸다면 스크랩을 해두고 함께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뭐고 어떤 경력을 거쳐 그 일을 하게 됐는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역할모델로 추천하고 싶은 ‘인물’ 기사가 있다면 스크랩을 해 자녀가 다양한 직업군을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

3. 영상미디어 활용해 진로탐색 해보기

최근 드라마를 보면 전통적 직업에서 벗어나 특이하고 새로운 직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싸인’의 법의학자, ‘시크릿가든’의 스턴트우먼, ‘역전의 여왕’의 화장품 기획자 등은 이전 드라마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직업들이다. 하지만 드라마 스토리 전개에 맞는 특정 이미지만을 조명하다 보니 인물의 직업이 입체적으로 그려지지는 못하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한 직업에 아이가 관심을 보인다면 관련된 직업 정보를 다양하게 펼쳐줘야 한다. 직업에 대한 관심은 진로탐색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싸인’을 본 뒤 아이가 법의학자가 하는 일이 궁금하다고 하면 아이와 함께 법의학자에 대해 알아본다. 직업에 맞는 성격과 필요한 능력, 관련 학과 등을 살펴보면서 실질적인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다. 교육방송에서 방영하는 ‘선택! 직업과 진로’와 같은 프로그램도 다양한 직업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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