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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신문활용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

등록 2011-04-04 11:17

주요 뉴스를 글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온고 학생들이 작성한 엔아이이 노트 모습.  이란 기자
주요 뉴스를 글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온고 학생들이 작성한 엔아이이 노트 모습. 이란 기자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기르는 데는 신문이 최고
학습 동기유발이나 교과서 보충 자료로도 유용
학교에서 ‘신문활용교육’ 제대로 하는 법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학교 모습이 바뀌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낮추고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학기당 교과를 8개 이하로 편성하는가 하면, 수업시수의 20%까지는 학교장이 재량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지식 위주의 교육이 아닌 체험중심의 창의적 교육을 위해 ‘창의체험활동’ 시간도 크게 늘렸다. 이런 변화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고, 학생들에게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이다.

이에 따라 학교장 재량으로 엔아이이(NIE: 신문활용교육)를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해 실시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이들 학교들이 엔아이이를 선택한 이유는 신문이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는 데 가장 교육적인 매체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이나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신문을 활용해서 수업을 했을 때는 ‘엔아이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이었다. 평소에 신문을 읽으며 신문기사나 사진 등이 좋은 수업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수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신문을 활용해 지도하던 교사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도 평소에 신문을 많이 읽는 교사들이었다.

주요 뉴스를 글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온고 학생들이 작성한 엔아이이 노트 모습.  이란 기자
주요 뉴스를 글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온고 학생들이 작성한 엔아이이 노트 모습. 이란 기자

학생들도 신문읽기가 생활화하길 바라며 매일 아침 자기가 보는 신문에서 기사 하나씩을 읽고, 읽은 내용을 모든 학생들이 돌아가며 발표하게 했다. 학급 전체가 발표했기 때문에 길게 말할 수 없어 짧게 발표하게 했다. 예를 들어, ‘오늘 한겨레신문 1면에는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페이스북의 위험성에 대해 걱정하는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라는 식이다.

이렇게 짧은 발표도 학생들에게 지도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학생들이 신문을 읽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제목과 리드기사만 읽고도 발표할 수 있게 지도했다. 자신이 말한 기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쉬는 시간에 몇몇 학생들은 신문을 적극적으로 읽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친구들이 발표한 기사가 재미있어 보이면 친구의 신문을 빌려서 읽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됐다. 이렇게 신문읽기가 자리잡기까지 두달 정도 걸렸다. 아침에 등교하면 누구나 책상 위에 신문을 펴놓고 읽었다.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학생들 사이에 대화의 폭도 넓어졌다. 신문에서 읽은 내용, 친구에게 들은 기사 등 자연스럽게 신문이 생활속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읽기능력이 향상되면서 다른 교과 학습의 성적도 오르기 시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세계’를 주제로 통합교과학습을 했을 때였다. 학생들이 정한 팀별 주제는 ‘자연 조건도 나쁜 북유럽은 왜 잘살까?’, ‘세계에는 어떤 축제가 있고, 왜 이들은 축제를 열까?’, ‘유럽의 문화적 특징은 무엇일까?’, ‘중동에서는 왜 많은 분쟁이 일어날까?’ 등이었다. 반 아이들은 수업을 준비하며 ‘현재’의 이야기를 넣었다. 북유럽의 현재를 신문기사에서 찾아 분석한 내용을 넣었고, 최근 열리고 있는 축제 기사도 정리해 자료로 넣었다. 학생들에게 왜 현재 이야기를 조사하는지 물어보았다. 학생들은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고 미래는 현재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시작은 단순했지만 1년 동안 꾸준히 신문을 읽고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능력뿐 아니라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력, 창의적인 사고력 등을 키우고 있었다.

수학수업에도 신문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다. 한 교사는 닮은 도형 수업을 하면서 닮음을 이용해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프랙털(fractal)을 만들어보고, 프랙털의 원리를 활용하는 학습으로 이끌었다. 프랙털의 원리를 이용해 해안선의 길이를 재고, 그 면적을 구하도록 유도했는데 그 사례로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원유 유출 사고 신문기사’를 활용했다. 수학 학습이 자연스럽게 과학과 환경문제로 이어졌고 학생들은 수학의 원리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교과 평가에 신문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역사와 관련된 신문기사를 제공하면서 기사의 제목을 뽑는 문제를 출제했다. 학생들이 가장 짧은 문장으로 당시의 시대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묻고 싶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부러 신문활용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신문활용교육’이다.

이제 신문활용교육을 모르는 교사는 없다. 신문을 활용해 교육하는 방법은 교사마다 다르고 그 방법 또한 다양할 수 있다. 수업자료인 신문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교사가 신문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학습 동기유발 자료로 신문을 활용할 수도 있고, 교과서 내용을 더 충실히 하기 위해 신문을 활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교과서의 읽기자료들은 현실감이 없어 학생들이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신문기사에는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이 아주 많다. 학생들의 눈길을 끌 만한 기사를 골라 원인과 결과 분석하기, 비교와 대조하며 읽기 등 다양한 비판적 글읽기 활동을 해볼 수 있다. 이렇게 읽기 공부를 하면 학생들은 자신이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공부를 하게 된다.

많은 학습자료 가운데 신문활용교육을 하는 이유는 정보의 신속성과 신문이 갖는 특성이 다른 매체보다 더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좋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문성 경인교대 교수팀이 발표한 ‘신문활용교육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효과’를 보면 엔아이이를 한 학생들이 비교 학생들에 견줘 객관식은 별 차이가 없지만 주관식에서 큰 차이를 보였고, 고급사고 능력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늘 최고 성적을 내는 핀란드는 유치원 어린이에게도 엔아이이를 한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도 그들 수준의 현재 사회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엔아이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심옥령 한국신문협회 NIE 한국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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