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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 존중이 ‘스스로 공부’의 원천

등록 2011-03-21 09:50

자기주도학습은 아이 혼자서 완성할 수 없다. 구청에서 자녀와 함께 강의를 듣고 있는 학부모의 모습.  성북구청 제공
자기주도학습은 아이 혼자서 완성할 수 없다. 구청에서 자녀와 함께 강의를 듣고 있는 학부모의 모습. 성북구청 제공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학원에 의존하는 수동적 공부에서 벗어나야
부모와 아이가 함께 꿈·목표를 만들어가야
지자체의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에는 학부모 강의도 많다. 자기주도학습이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학부모도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학습방법을 고수하면서 아이들을 다그쳐선 안 된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는 부모가 많다. 자녀와 함께 꿈과 목표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이해하고 자기주도학습을 가정에서 뒷받침해주는 부모의 구실이 필요하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최은진(43)씨는 우연히 신문을 보다 동네에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평소에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직장에 다니다 보니 정보가 부족했다. 처음엔 중학생 아들과 함께 상담을 받으러 갔다.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아이를 위해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상담은 1차로 끝나지 않았고 계속 이어졌다. “아이가 학교 끝나면 바로 학원에 가고 그랬어요. 최근에는 건강도 안 좋아졌죠. 학원을 끊고 집에만 있다 보니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상담을 받으러 가게 됐어요. 거기서 아이가 학원에서 매를 맞은 얘기를 하더라고요. 학원에서 숙제를 많이 내주는데, 친구들끼리 나눠서 한 다음 나머지는 베껴서 낸다는 거예요. 숙제를 안 해가면 혼나니까 아이들끼리 그렇게 하기로 한 거죠. 그 얘기를 듣고 좀 미안해지더라고요. 직장에 다니느라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내게 된 건데, 사실 아이는 학원 공부에 지쳐가고 있었던 거죠.” 상담을 통해 힘을 얻은 아이는 요즘 구청의 상담을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가며 공부를 하고 있다.

아이의 상담을 계기로 최씨도 구청에서 하는 ‘학부모 교실’ 강좌를 듣게 됐다. 직장인 부모를 위해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 저녁 8시에도 강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강의를 듣고 대학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학교 생활도 충실히 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는 아이를 원하더라고요. 학원에서 이만큼의 시간을 보냈으니 공부를 많이 했다고 여겼는데, 그게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알게 됐죠.” 최씨는 이런 다양한 교육 강좌를 저렴한 비용으로 구청에서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성북구에 사는 최지이(43)씨도 지난 1월 구청에서 연 ‘자기주도학습법 학부모 교실’을 수강했다. 4주 과정의 강의였는데, 초등학교 아이의 학습상태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부모가 10% 변하면 자녀는 100% 변한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흔히 부모는 자식에 대한 소유욕이 생기게 되잖아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강압적으로 나가게 되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엔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해요. 그러니까 아이도 잘하려고 노력하더라고요.” 최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렸다. 집에 오면 혼자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함께 현장학습을 가면서 아이와의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김선애(41)씨도 아이의 장점을 써보며 마음을 열게 됐다고 했다. “강의에서 아이의 장점을 100가지 정도 써보라고 하는데, 처음엔 잘 떠오르지 않다가 조금씩 생각이 나더라고요. 아이의 장점을 새롭게 알게 됐죠. 자기주도학습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닐 때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좀 늦은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런 것들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이해하게 됐고 저도 한번 더 생각해보면서 말을 하게 됐거든요. 요즘엔 아이의 진로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에듀닥터 바른배움의 정윤주 대표는 “가정에서도 아이의 자기주도학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집에서 협조가 되지 않으면 자기주도학습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스스로 주간 계획표를 세워 실천하려고 해도 부모님이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목표과목을 정한 시간에 하려고 해도 부모님이 일방적으로 학원에 보내거나 학습지를 시켜버리는 거죠. 한 아이는 자기주도학습 강의를 들으면 수학 학습지는 안 하기로 했는데, 엄마가 약속을 어겼나 봐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고 싶은데 가정에서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는 거죠. 아이와 충분히 상의한 뒤 정해도 늦지 않아요. 아이가 수동적으로 공부하는 데 익숙한 것도 부모님과의 관계 때문입니다.” 아이의 옆에서 지켜봐주면서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점검해주는 게 나을 수 있다. 부모님의 지나친 간섭은 자기주도학습의 방해물이 될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을 오해하고 있는 학부모도 많다. 학원은 학원대로 다니면서 나머지 시간을 혼자 공부하는 게 자기주도학습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사실 아이는 여러 학원에 다니느라 혼자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거나 다녀도 최소한으로 이용해야 해요. 학원 스케줄이 과도하게 짜여 있어 아이가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가용시간이 부족하다면 학원 한두개 정도는 그만두는 게 좋습니다.” 정 대표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 게 진정한 의미의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했다.

자기주도학습 강좌 이외에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강좌도 많다. 청소년 시기의 특성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선 ‘청소년의 이해’라는 강좌가 도움이 된다. 자녀의 진로 탐색을 위해선 ‘부모와 함께 떠나는 진로 여행’이란 강좌가 마련되어 있다. ‘자기주도학습 코칭 과정’을 수강하면 지역의 교육봉사단으로 활동할 수 있다. 변화하는 입시제도에 대한 정보를 듣고 싶다면 수시로 구청에서 하는 특강 프로그램을 확인해야 한다.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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