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교사-학생 관계 맺기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새 학기, 교사-학생 관계 맺기
‘뭐야. 또 여자 담탱이네.’ ‘일분단 다섯 번째랑 그 짝. 영 인상이 안 좋다….’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남녀만 탐색전을 하는 건 아니다. 학기 초, 교실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한 교사와 학생도 이런 독백을 하며 불꽃 튀는 탐색전을 벌인다. 나랑 잘 맞을까? 까칠한가? 옷은 왜 저렇게 입었지? 이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가 틀어지면 갈등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동안 이어진다. ‘누구나’ 그런 건 아니지만 ‘누구한테나’ 가능성이 있다. 첫인상이 중요하듯 교사와의 관계 정립이 중요한 학기 초. 학생 그리고 교사는 서로한테 어떤 바람이 있을까? 이 시기에 시작된 오해와 갈등은 무엇일까?
새로운 학교에서 1학년을 맞는 학생을 제외하고 같은 학교에서 다음 학년으로 진학하는 모든 학생들한테는 ‘과거’가 있다. 중3 오아무개양은 “많은 선생님들이 지난해 가르쳤던 담임이나 교과목 선생님한테 학생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새로운 담임이나 교과목 교사가 전임 교사의 말을 바탕으로 특정 학생에 대한 편견을 갖는다는 것이다. 특히, 한 번이라도 문제를 일으켰던 학생들은 “그래서 문제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중1 때 결석을 많이 했던 김아무개양은 “3학년 가서는 마음을 잡으려고 했는데 얼마 전, 옛날 담임하고 지금 새로운 담임하고 대화 나누는 걸 보고 갑자기 두려워졌다”고 했다.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해봤자 저 여자가 한 얘기 때문에 나를 나쁘게 보겠지, 싶었어요. 중3이면 늦은 거 아는데 그래도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해보려고 했거든요.”
서울 경희여중 강용철 교사는 “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특정 아이를 ‘문제 상황에 처한 아이’가 아니라 ‘문제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은 사실로 알고 있으면서도 색안경을 벗고 아이를 믿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믿음을 주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잘 따라오거든요.”
때론 지난 학년 성적이 적힌 생활기록부 자체가 ‘낙인’이 되기도 한다. 전교 1, 2등을 다툰다는 중3 김아무개군은 “며칠 전, 친구와 담임교사의 면담을 엿듣고 적잖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성적이 낮은 친구였거든요. 요즘 고교 입시가 중요해져서 중학생인 저희들한테도 성적 압박이 있는 건 알겠지만 첫 면담부터 성적, 성적 하시는 게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우리도 힘든 거 많거든”
까칠함은 매력 아닙니다어휘는 알고 사용합시다‘문자질’도 적당히 해요 “성적으로만 판단 마세요”
상부하달식 전달 싫어요부모한테 이르지 마세요원칙 흔들리면 힘들어요 학기 초, 담임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가운데 하나는 학급 임원들이다. 지난 3월3일. 중2 이아무개군은 임시반장을 맡았다. 반장을 맡게 된 날 저녁, 담임교사 이름으로 문자 한 통이 왔다. “믿음직스러운 ○○야! 네가 진짜 반장을 하면 좋겠구나. 선생님은 너만 믿는다! 많이 도와줘.” 이군은 “이 문자를 받고 너무 부담스러웠고, 회장을 맡았던 중1 때의 공포가 떠올랐다”고 했다. “당시 담임선생님이 저한테 지나치게 많은 걸 요구하셨거든요. 교무실로 불러서 종례사항 네가 다 전달하라고 하셨죠. 학기 초라 업무도 많고, 어색해서 더 그러셨던 거 같아요. 저도 아직 친구를 못 사귄 상태였는데 아이들 처지에선 저만 선생님을 만나는 것 같으니까 불만이 있어 보였죠. 친구들 눈에는 제가 소설에 나오는 엄석대처럼 보였을 수도 있을 거예요.” 고1 김아무개양도 “중학교 때 경험에 비춰보면 학급 임원 등을 하는 학생들은 학기 초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선생님이 임원 맡은 아이한테 ‘떠든 아이 명단 적어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거든요. 근데 친구끼리 그러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난감해하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회장이고 반장이다’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교직 경력이 짧은 젊은 교사들이 잘 저지르는 ‘실수’도 있다. 경기도 한 중학교의 이아무개 교사는 “학기 초, 학생이 저지른 일을 부모한테 알리고 크게 후회한 적이 있다”고 했다. “교직생활 한 지 2년 정도 됐을 때였죠. 학기 초라 학부모들 만나서 인사하고 면담을 많이 할 때였는데 부모님이 ‘무슨 일 있으면 연락 달라’고 당부하셨던 게 기억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아이 태도가 이렇다, 저렇다 등을 문자나 이메일로 바로 알려드렸죠.” 교사는 학부모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했지만 학생은 교사한테 적잖이 배신감을 느꼈다. 이 교사는 “선생님이랑 부모님이랑 모두 한패라면서 가출을 하겠다고 해서 애를 먹었다”며 “처음에 그렇게 신뢰를 잃고 나서 그 아이와는 6개월 이상 정말 불편하게 지냈다”고 했다. 교사는 학기 초, 본인 입으로 말했던 학급 경영 또는 수업의 원칙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기 마련이라 훗날 원칙이 흔들리면 불신이 싹트기 쉽다. 중2 정아무개군은 “시험문제는 수업 때 했던 내용에서만 내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는데 시험 때 뒤통수를 치는 분들도 계시다”고 했다. 학생들은 예고 없이 실시하는 수행평가도 불만스럽다. 정군은 “체육 과목이었는데 수업 시작하면서 ‘오늘 수행평가 본다’고 하신 선생님도 있었다”며 “성적 처리 날짜가 얼마 안 남아서 갑자기 이러시나 싶었다”고 했다. 교사도 학기 초, 학생이 두려울 때가 있다. 시종일관 까칠하다, ‘왜요?’ 소리만 반복한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가 졸리면 엎드려 잔다, 교사한테 무안하거나 불리한 상황이 오면 일부러 더 크게 웃는다. 이런 태도는 사춘기를 겪는 중학생들한테 두드러진다. 많은 교사들이 이런 학생들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다. 학생들의 공격 대상은 주로 이해심이 많고 학생들을 잘 보듬어주는 ‘착한 선생님’이다. 한 교사는 “초임 때는 내가 아이들한테 너무 잘해줘서 이런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며 “좀더 카리스마 있는 선생님을 만났으면 저러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자책까지 하게 되더라”고 했다. 경험이 부족한 교사의 경우, 까칠한 학생을 만나면 자기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면서 방어 자세를 취한다. 이럴 때 전체 학생이 교사를 ‘화 잘 내는 교사’로 인식해버리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한 뒤 교사들은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을 느낀다. 서울 면목고 송형호 교사는 “실제로 한 연수를 갔다가 한 학기 근무한 신임 교사 400여명을 대상으로 교직행복도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5점 만점에 평균 1.7점이 나왔다”며 “아이들도 그렇지만 교사들도 상담을 받아야 하는 수준이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선생님, 힘내세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때이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이 온통 외계어처럼 들리는 말을 남발하는 통에 더 혼란스럽다. 서울 창동중 손지선 교사는 “사실 선생님들 대부분이 모범생으로 학창시절을 보낸 분들일 텐데 말끝마다 ‘왜요?’를 남발하고 이상한 신조어를 쓰는 아이들을 보고 적응 못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한테 말을 압축한 형태의 신조어는 그들만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고1 김아무개양은 “선생님이 막장 ×나, ×창이라는 말은 제발 쓰지 말아달라고 하시는데 사실 이런 말들은 성적이 좋건 나쁘건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 쓰는 말”이라고 했다. 교사가 이해하기 힘든 학생들의 문화 가운데 하나는 ‘문자질’이다. 요즘 많은 학생들은 자기 할 말을 문자로 짧게 남기는 데 익숙하다. 문제는 상황을 가리지 않고 문자를 남발한다는 것이다. 강용철 교사는 “친숙하게 문자로 대화하려는 건 좋지만 기본적으로 직접 말로 해야 할 게 있고, 문자로 해야 할 말이 있다는 걸 구분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어제 조퇴를 했는데 오늘은 상태가 어떻다’는 말을 문자로 보내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 얘기는 직접 와서 말하자고 하면 ‘바쁘실까봐 그랬다’고 하죠. 문자를 소통의 수단으로 삼는 건 좋은데 문자로 할 것, 말로 할 것을 구분했으면 싶죠.” 겉으로 볼 때 1 대 30여명의 아이를 상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담임교사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학생만이 아니다. 학생의 학부모까지 더하면 60여명을 상대해야 한다. 특히 행정 업무도 많은 학기 초에는 학부모와 통성명, 간략한 상담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의 태도 때문에 마음 상해하는 교사들도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김아무개 교사는 “담임이 젊을 경우, 자기도 모르게 교사한테 반말을 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아직 학생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인데 ‘우리 아이는 이러니까 이렇게 해 주셔야 한다’고 은근슬쩍 강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기도 한 중학교 이아무개 교사는 “학생이나 학부모님한테 딱히 바라는 건 없지만 교사들도 사람이고, 속상할 때가 있고, 두려울 때가 있다는 것만이라도 알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가끔 아이들한테 선생님도 쪽팔리는 순간이 있다는 말을 합니다. 제가 학생을 이해하고, 학생이 저를 이해해야 즐거운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근데 환경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제도 자체가 ‘경쟁’을 부추기기 때문에 아이들 생활이 어떤지를 살펴봐주고, 한 명 한 명 면담을 하는 것 자체가 버겁습니다. 학생들도 참 바쁘구요. 모르는 분들은 교사 또는 학생이 문제라고만 하시겠지만요.”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우리도 힘든 거 많거든”
까칠함은 매력 아닙니다어휘는 알고 사용합시다‘문자질’도 적당히 해요 “성적으로만 판단 마세요”
상부하달식 전달 싫어요부모한테 이르지 마세요원칙 흔들리면 힘들어요 학기 초, 담임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가운데 하나는 학급 임원들이다. 지난 3월3일. 중2 이아무개군은 임시반장을 맡았다. 반장을 맡게 된 날 저녁, 담임교사 이름으로 문자 한 통이 왔다. “믿음직스러운 ○○야! 네가 진짜 반장을 하면 좋겠구나. 선생님은 너만 믿는다! 많이 도와줘.” 이군은 “이 문자를 받고 너무 부담스러웠고, 회장을 맡았던 중1 때의 공포가 떠올랐다”고 했다. “당시 담임선생님이 저한테 지나치게 많은 걸 요구하셨거든요. 교무실로 불러서 종례사항 네가 다 전달하라고 하셨죠. 학기 초라 업무도 많고, 어색해서 더 그러셨던 거 같아요. 저도 아직 친구를 못 사귄 상태였는데 아이들 처지에선 저만 선생님을 만나는 것 같으니까 불만이 있어 보였죠. 친구들 눈에는 제가 소설에 나오는 엄석대처럼 보였을 수도 있을 거예요.” 고1 김아무개양도 “중학교 때 경험에 비춰보면 학급 임원 등을 하는 학생들은 학기 초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선생님이 임원 맡은 아이한테 ‘떠든 아이 명단 적어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거든요. 근데 친구끼리 그러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난감해하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회장이고 반장이다’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교직 경력이 짧은 젊은 교사들이 잘 저지르는 ‘실수’도 있다. 경기도 한 중학교의 이아무개 교사는 “학기 초, 학생이 저지른 일을 부모한테 알리고 크게 후회한 적이 있다”고 했다. “교직생활 한 지 2년 정도 됐을 때였죠. 학기 초라 학부모들 만나서 인사하고 면담을 많이 할 때였는데 부모님이 ‘무슨 일 있으면 연락 달라’고 당부하셨던 게 기억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아이 태도가 이렇다, 저렇다 등을 문자나 이메일로 바로 알려드렸죠.” 교사는 학부모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했지만 학생은 교사한테 적잖이 배신감을 느꼈다. 이 교사는 “선생님이랑 부모님이랑 모두 한패라면서 가출을 하겠다고 해서 애를 먹었다”며 “처음에 그렇게 신뢰를 잃고 나서 그 아이와는 6개월 이상 정말 불편하게 지냈다”고 했다. 교사는 학기 초, 본인 입으로 말했던 학급 경영 또는 수업의 원칙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기 마련이라 훗날 원칙이 흔들리면 불신이 싹트기 쉽다. 중2 정아무개군은 “시험문제는 수업 때 했던 내용에서만 내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는데 시험 때 뒤통수를 치는 분들도 계시다”고 했다. 학생들은 예고 없이 실시하는 수행평가도 불만스럽다. 정군은 “체육 과목이었는데 수업 시작하면서 ‘오늘 수행평가 본다’고 하신 선생님도 있었다”며 “성적 처리 날짜가 얼마 안 남아서 갑자기 이러시나 싶었다”고 했다. 교사도 학기 초, 학생이 두려울 때가 있다. 시종일관 까칠하다, ‘왜요?’ 소리만 반복한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가 졸리면 엎드려 잔다, 교사한테 무안하거나 불리한 상황이 오면 일부러 더 크게 웃는다. 이런 태도는 사춘기를 겪는 중학생들한테 두드러진다. 많은 교사들이 이런 학생들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다. 학생들의 공격 대상은 주로 이해심이 많고 학생들을 잘 보듬어주는 ‘착한 선생님’이다. 한 교사는 “초임 때는 내가 아이들한테 너무 잘해줘서 이런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며 “좀더 카리스마 있는 선생님을 만났으면 저러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자책까지 하게 되더라”고 했다. 경험이 부족한 교사의 경우, 까칠한 학생을 만나면 자기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면서 방어 자세를 취한다. 이럴 때 전체 학생이 교사를 ‘화 잘 내는 교사’로 인식해버리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한 뒤 교사들은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을 느낀다. 서울 면목고 송형호 교사는 “실제로 한 연수를 갔다가 한 학기 근무한 신임 교사 400여명을 대상으로 교직행복도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5점 만점에 평균 1.7점이 나왔다”며 “아이들도 그렇지만 교사들도 상담을 받아야 하는 수준이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선생님, 힘내세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때이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이 온통 외계어처럼 들리는 말을 남발하는 통에 더 혼란스럽다. 서울 창동중 손지선 교사는 “사실 선생님들 대부분이 모범생으로 학창시절을 보낸 분들일 텐데 말끝마다 ‘왜요?’를 남발하고 이상한 신조어를 쓰는 아이들을 보고 적응 못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한테 말을 압축한 형태의 신조어는 그들만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고1 김아무개양은 “선생님이 막장 ×나, ×창이라는 말은 제발 쓰지 말아달라고 하시는데 사실 이런 말들은 성적이 좋건 나쁘건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 쓰는 말”이라고 했다. 교사가 이해하기 힘든 학생들의 문화 가운데 하나는 ‘문자질’이다. 요즘 많은 학생들은 자기 할 말을 문자로 짧게 남기는 데 익숙하다. 문제는 상황을 가리지 않고 문자를 남발한다는 것이다. 강용철 교사는 “친숙하게 문자로 대화하려는 건 좋지만 기본적으로 직접 말로 해야 할 게 있고, 문자로 해야 할 말이 있다는 걸 구분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어제 조퇴를 했는데 오늘은 상태가 어떻다’는 말을 문자로 보내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 얘기는 직접 와서 말하자고 하면 ‘바쁘실까봐 그랬다’고 하죠. 문자를 소통의 수단으로 삼는 건 좋은데 문자로 할 것, 말로 할 것을 구분했으면 싶죠.” 겉으로 볼 때 1 대 30여명의 아이를 상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담임교사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학생만이 아니다. 학생의 학부모까지 더하면 60여명을 상대해야 한다. 특히 행정 업무도 많은 학기 초에는 학부모와 통성명, 간략한 상담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의 태도 때문에 마음 상해하는 교사들도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김아무개 교사는 “담임이 젊을 경우, 자기도 모르게 교사한테 반말을 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아직 학생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인데 ‘우리 아이는 이러니까 이렇게 해 주셔야 한다’고 은근슬쩍 강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기도 한 중학교 이아무개 교사는 “학생이나 학부모님한테 딱히 바라는 건 없지만 교사들도 사람이고, 속상할 때가 있고, 두려울 때가 있다는 것만이라도 알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가끔 아이들한테 선생님도 쪽팔리는 순간이 있다는 말을 합니다. 제가 학생을 이해하고, 학생이 저를 이해해야 즐거운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근데 환경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제도 자체가 ‘경쟁’을 부추기기 때문에 아이들 생활이 어떤지를 살펴봐주고, 한 명 한 명 면담을 하는 것 자체가 버겁습니다. 학생들도 참 바쁘구요. 모르는 분들은 교사 또는 학생이 문제라고만 하시겠지만요.”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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