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호 스키마 언어교육연구소 소장
유영호 스키마 언어교육연구소 소장
치솟는 사교육비에 많은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치원부터 시작해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아이 한명에게 들어가는 교육비가 만만치 않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싸움에 모두가 처음부터 전력투구를 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등 6년과 중고등 6년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아이는 부모의 바람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때로는 부모와 갈등을 빚기도 하고 ‘후퇴’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마냥 좌절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아이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12년 공부의 장기전략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 유영호(54·사진) 스키마 언어교육연구소 소장을 만나 그 해법을 들어봤다. 유 소장은 오는 29일 한겨레교육문화센터(신촌 센터)에서 학부모를 위한 교육특강 ‘내 아이 12년 공부계획: 부모 역할 찾기’를 강의한다.
많은 부모들이 겉으로 드러난 아이들의 특성에 일희일비한다. 어떻게 봐야 하나?
“아이가 또래에 견줘 어려운 낱말을 말하거나 동화의 주제를 잘 아는 경우 많은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영재가 아닌지 흥분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가 배울 만한 영재교육을 열심히 알아보고 다닌다. 하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영재교육은 아이의 잠재력만 고갈시킬 수 있다.
중학생도 비슷하다. 중학생 대부분이 부모의 등에 떠밀려 마지못해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 앞에서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성적이 오를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저항이 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 시기에 아이들은 공부보다는 그 이외의 것들로 고민을 많이 한다.”
그렇다면 부모가 아이의 특성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나?
“대개 초등 저학년 때까지는 학교 성적에 대해 여유를 가지는 편이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성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것 같으면 갑자기 학원에 보내거나 많은 양의 공부를 억지로 시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학교 1학년 성적이 초등학교 때 성적과 너무 큰 차이가 나면 부모는 당황한 나머지 학원과 과외부터 알아본다.
모두 뚜렷한 원칙이나 공부계획 없이 다른 아이들과 비교·경쟁하면서 대응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사교육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중1이나 고1 때 상대적으로 성적이 떨어진다고 예상해야 한다. 사교육을 통해 선행을 한 아이들이 1학년 학기 초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예상을 하지 못하고 갑자기 학원에 보내버리면 아이들은 오히려 자신이 친구들보다 뒤처졌다고 생각하면서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자기 계획에 따라 진행해야 실력에 맞는 성적이 나올 수 있다. 공부도 마라톤처럼 자기 페이스로 꾸준히 달려야 한다.”
아이에게 맞는 공부전략을 짜기 전 성장시기별 특징을 잘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초등학생 때는 이해력보다 기억력이 뛰어나다. 이 시기 학교 성적은 거의 기억력으로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기억력보다는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잘 이해하길 바란다. 아이들의 기억력 향상에 노력하기보단 부족한 이해력을 채우려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의 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힌트를 주면서 조급해한다. 이 시기의 특징을 안다면, 아이들에게 제대로 이해했냐고 묻기보다는 정확하고 길게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게 좋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와는 다른 낯선 학교생활에 무척 긴장한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성적으로 아이들 간의 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 그래서 아이들 대부분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다. 부모도 성적 경쟁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생각하면서 최적의 전략과 방법 등을 알려주고 지시한다. 하지만 성적이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부모가 너무 몰아치면 아이는 무기력에 빠지거나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된다. 1학기 때는 아이 옆에서 지지만 해주다가 2학기에 들어서 조언을 하고 다른 공부방법을 알려주는 게 좋다. 계속 아이에게 공부만 열심히 하기를 요구하면, 아이는 다른 공부방법이나 학습능력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고등학교 때 가장 큰 문제는 교사나 학부모 모두 아이가 초중등 과정을 다 안다고 간주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고등 과정의 쉬운 내용을 반복 설명하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은 채 멍하니 앉아서 공부를 한다. 이때는 짧은 시간에 이전 과정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이라면 수학 초등과정을 소화하는 데 1~2달, 중등과정은 3~6달이면 가능할 것이다.” 아이의 수준이나 상태, 공부환경에 따라 다양한 공부전략이 있을 것 같다. “지금 곧바로 효과를 보는 건 시간이나 분량을 중시하는 전략이지만 장기간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학습능력이다. 기본 실력이 있어야 예습과 복습을 시도할 수 있다. 선행학습을 하려면 현재 성적이 상위권에 속해야 하고, 자기주도학습을 하려면 체계적이고 정리하는 성격이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공부 의지를 중시하려면 놀 때는 잘 놀지만 공부할 때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성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시간’을 중시하는 전략은 고2~3년 또는 고3 후반기부터 강조해야 한다. 공부방법은 부모가 큰 방향을 정하고 아이가 그 세부사항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추상적인 사고틀이 형성되는 중학생 이후에 가능하다. 학습능력은 처음에는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고 힘이 들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할 수는 없고 부모나 교사의 지도가 필요하다. 학습능력이 떨어지면 나중에 회복이 쉽지 않다. 학원이나 과외를 바꾸는 식으로 대응하기보단 기초를 다시 다지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초등학교 축구 선수들이 시합만 하려고 하고 연습이나 체력 훈련은 소홀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구체적으로 12년 공부계획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궁금하다.
“초등학교 때는 기억력, 사고력, 독해력을 중심으로 한 학습능력에 초점을 두고, 중학교 때는 자기만의 공부방법을 연습하는 시기로 보면 된다. 세부적으로는 전략 부재를 자각하고,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을 분명히 한 다음에 시험공부와 평소공부를 어떻게 하는 게 효과적인지 여러 방법으로 실험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때는 기초능력(학습능력+공부방법)을 바탕으로 실전대비 연습을 해야 한다. 이때에는 자신의 수준을 파악하고 내가 얼마만큼 열심히 할 수 있고 수능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고3 여름, 가을에 긴장이 풀리면서 실패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는 초반에 자기 능력보다 무리하게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초등학교 때는 학습능력이, 중학교 때는 공부방법이 충분치 못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부족하더라도 실전 대비로 들어가 기출문제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목표에 필요한 만큼의 학습능력과 공부방법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학교공부와 집공부, 평소공부와 시험공부 계획은 각각 어떻게 세워야 하나?
“학교공부의 핵심은 교사와의 관계이다. 좋아하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에 따라 공부 집중도와 흥미는 크게 달라진다. 그리고 학교공부를 모두 집중해서 들으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다. 강한 집중을 요구하는 수업과 그렇지 않은 수업을 조절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집에서 하는 공부는 엄마와의 관계가 중요한데 학교나 학원 숙제 등 다른 교육의 부속물처럼 대응하는 것보다는 그런 곳에서 놓친 것, 아이한테 부족한데 다른 곳에서 주목하지 않은 것 등에 집중하는 게 좋다.
시험공부 기간은 최소로 해서 평소공부와 다르게 해야 한다. 평소에는 실력을 쌓는 방향으로 잡아야 하고 시험은 평소 쌓은 실력을 점검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요새는 평소공부도 시험공부처럼 당장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암기하고 설명을 들으면서 문제를 풀려고 한다. 그리고 당장 문제집 4권, 5권을 풀려고 한다. 평소공부는 한권의 문제집을 서너번 이상 푸는 것이고, 풀지 못한 문제는 일주일이나 혹은 한달 뒤에 다시 스스로 푸는 것이다.
시험공부는 실력을 올리는 것보단 자신의 실력보다 성적이 더 좋게 나오기 위해선 어떤 전략을 써야 하는지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결과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면 공부방법을 바꾸든가 부족한 과목에 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아이에게 맞는 공부전략을 짜기 전 성장시기별 특징을 잘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초등학생 때는 이해력보다 기억력이 뛰어나다. 이 시기 학교 성적은 거의 기억력으로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기억력보다는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잘 이해하길 바란다. 아이들의 기억력 향상에 노력하기보단 부족한 이해력을 채우려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의 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힌트를 주면서 조급해한다. 이 시기의 특징을 안다면, 아이들에게 제대로 이해했냐고 묻기보다는 정확하고 길게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게 좋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와는 다른 낯선 학교생활에 무척 긴장한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성적으로 아이들 간의 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 그래서 아이들 대부분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다. 부모도 성적 경쟁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생각하면서 최적의 전략과 방법 등을 알려주고 지시한다. 하지만 성적이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부모가 너무 몰아치면 아이는 무기력에 빠지거나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된다. 1학기 때는 아이 옆에서 지지만 해주다가 2학기에 들어서 조언을 하고 다른 공부방법을 알려주는 게 좋다. 계속 아이에게 공부만 열심히 하기를 요구하면, 아이는 다른 공부방법이나 학습능력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고등학교 때 가장 큰 문제는 교사나 학부모 모두 아이가 초중등 과정을 다 안다고 간주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고등 과정의 쉬운 내용을 반복 설명하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은 채 멍하니 앉아서 공부를 한다. 이때는 짧은 시간에 이전 과정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이라면 수학 초등과정을 소화하는 데 1~2달, 중등과정은 3~6달이면 가능할 것이다.” 아이의 수준이나 상태, 공부환경에 따라 다양한 공부전략이 있을 것 같다. “지금 곧바로 효과를 보는 건 시간이나 분량을 중시하는 전략이지만 장기간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학습능력이다. 기본 실력이 있어야 예습과 복습을 시도할 수 있다. 선행학습을 하려면 현재 성적이 상위권에 속해야 하고, 자기주도학습을 하려면 체계적이고 정리하는 성격이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공부 의지를 중시하려면 놀 때는 잘 놀지만 공부할 때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성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시간’을 중시하는 전략은 고2~3년 또는 고3 후반기부터 강조해야 한다. 공부방법은 부모가 큰 방향을 정하고 아이가 그 세부사항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추상적인 사고틀이 형성되는 중학생 이후에 가능하다. 학습능력은 처음에는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고 힘이 들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할 수는 없고 부모나 교사의 지도가 필요하다. 학습능력이 떨어지면 나중에 회복이 쉽지 않다. 학원이나 과외를 바꾸는 식으로 대응하기보단 기초를 다시 다지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초등학교 축구 선수들이 시합만 하려고 하고 연습이나 체력 훈련은 소홀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12년 공부계획 세울 때 참고할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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