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졸업식을 위해 발산중 학생들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발산중학교 제공
[함께하는 교육] 기획/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졸업식 준비
새로운 ‘졸업식 문화’ 만드는 보람 커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졸업식 준비
새로운 ‘졸업식 문화’ 만드는 보람 커
2월이면 학교는 졸업식으로 분주하다. 신입생을 맞는 설렘과 함께 졸업생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입학식과 달리 졸업식이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한 시기를 마무리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다짐해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졸업식은 없는 게 대부분이다. 교장 선생님의 훈계조 연설은 지루하고 공부 잘하는 소수의 학생만 상을 받는다. 많은 학생들이 졸업식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졸업식 알몸 뒤풀이’가 문제가 됐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모두 함께하는 졸업식 행사가 없다 보니 학생들끼리 어울려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올해에는 ‘고육지책’ 끝에 학교 주변에 경찰까지 배치돼 살벌한 풍경마저 연출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졸업식 문화를 만들어나갈 시범학교로 지난해 선정된 경기 고양시 발산중학교의 졸업식이 주목받고 있다. 발산중학교는 지난 10일에 졸업식을 했다.
“자, 입으로 먼저 따라해 봐요! 둥~둥 딱 짝! 둥~둥 딱 짝!” 지난 1월31일 발산중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난타 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이번 졸업식에서 ‘두드림’이라는 팀을 이뤄 난타 공연을 할 예정이다. 낯선 공연 연습이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이젠 제법 북을 두드리는 모양새가 난다. 특별한 졸업식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연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다.
안규진(16)군도 난타 공연에 참여한다. 하루에 2~3시간씩 연습하며 졸업식을 준비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16명이 연습하고 있어요. 선생님들의 새로운 모습도 보게 되고 몰랐던 친구들과도 친해지게 됐어요. 4분 정도의 공연을 위해 모두 한마음이 되어 열심히 하고 있죠. 이런 졸업식이 처음이라 무척 떨리네요.” 안군은 평범한 졸업식이 아닌 색다른 졸업식 행사에 기대가 크다. 문제가 됐던 ‘졸업식 알몸 뒤풀이’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표출하는 것 같아요. 중학교 때도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 심하거든요. 공부를 강요했던 학교에서 벗어난다는 일시적인 해방감을 느끼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과격한 방법으로 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한국에 온 심혜지(17)양은 이번 졸업식 공연에서 드럼을 친다. 처음 겪는 졸업식이라 더 열심히 연습중이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음악을 연주해요. 클래식 버전으로 바꿔서 공연을 하는데 일주일에 3번씩 모여서 연습하고 있죠. 초등학교에 다니다 미국에 갔는데 바로 중학교를 다니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 졸업식이 처음이에요. 졸업식은 ‘조회’처럼 졸업장 받고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이런 공연을 해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심양은 졸업식장을 장식할 걸개그림을 그렸던 시간도 잊을 수 없다.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의 얼굴을 그리며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부모님께 드리는 표창장도 정성껏 썼다. “중학교 때 사춘기가 심하게 와서 엄마와 사이가 멀어졌어요. 말도 잘 안 들어서 부모님이 좀 힘들어했죠. 이제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면 부모님 말씀도 잘 들으려고요. 미안한 마음을 편지에 담아서 졸업식날에 드릴 거예요.”
발산중학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졸업식을 저녁 6시에 한다. 일하느라 참석이 힘든 부모님을 배려해서다. 덕분에 오전에 참석이 힘들었던 부모님과 친척들도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졸업생이 직접 초청장도 만들어서 전달했다. 학교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졸업식이 아닌 학생이 주체가 되는 졸업식이라 가능한 일이다. 김준영(16)군은 졸업식이 끝나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예정이다. “저는 뮤지컬 공연을 해요. ‘이런 졸업식도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 말씀 듣고 그냥 졸업장 받으면서 끝났거든요. 저녁에 하니까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까지 친구들과는 특별한 약속은 없네요.”
교사들도 떠나는 제자들을 위해 공연을 준비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댄스 음악을 골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학부모도 졸업식 행사에 참여한다. 아들딸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대화할 시간조차 없었던 이들에겐 이번 졸업식이 주는 의미가 크다. 고양시 주엽동에 사는 이나나(43)씨는 아들인 이건우(16)군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부모는 자식들 사진찍어주고 집에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죠. 학부모도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기뻤어요. 십대인 아들과 함께 짧은 기간이나마 같이 연습도 하고 한 무대에서 공연도 해서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이군도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졸업식 준비에서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모두 땀 흘리며 힘들게 준비한 공연들이라 보람도 있고요. 아쉬움도 클 것 같아요. 이번이 처음이라 아직까진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 같아요. 선생님의 도움이 컸죠. 다음 졸업식 때는 후배들이 더 적극적으로 기획도 하고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밖에 졸업식 사전행사의 하나로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주는 바자회도 열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교복을 사기 힘든 후배들을 위해 졸업생 선배들이 교복을 기증한 것이다. 졸업식 당일에는 선생님께 감사패도 드리고, 3년 동안의 중학교 생활을 정리한 ‘추억의 사진첩’도 영상으로 감상할 예정이다.
이란 기자, 김지희 학생기자(발산중) rani@hanedui.com
색다른 졸업식을 위해 발산중 학생들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발산중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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