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양의 프로필
[함께하는 교육] 기획 /
3인의 멘토를 만나다
3인의 멘토를 만나다
영남중1 김한나양
“제가 선정된 건가요? 아…그런데 10분만 있다가 전화 다시 주시겠어요?” 1월의 ‘3인의멘토를 만나다’ 신청자 김한나(영남중 1년)양은 유독 바쁜 학생이었다. 방과 후 일정은 예습하기, 학원 가기, 인강 듣기, 엄마가 내준 한문 숙제 하기로 끝나지 않았다. 어린이집에 들러 동생 데려오기, 밥 챙기기, 씻기기 등 누나 구실도 해야 했다. 동생 챙기느라 이렇게 전화 통화가 어려울 때도 있다. 교우관계가 좋아 친구들 연락도 잦다. 직장생활을 하는 어머니 안영미씨는 “혼자 시간관리 등이 어려울 것 같아 얼마 전에 공부 계획표는 직접 만들어줬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에 들어와서 떨어진 성적을 보고 내린 결단이었다. 요즘 김양은 이 계획표 아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근데 지금 만들어둔 계획표에 문제는 없을까요?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안씨가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이었다. 김양은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외고 진학하면 좋은데 갈 수 있을지 알고 싶다”고 했다. 지난 11일 김양과 안씨는 방학 계획표를 들고 3인의 멘토(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 유성룡 입시분석가)를 만났다.
패션디자이너, 아나운서 등을 꿈꿔본 적 있다. 가장 최근에는 대통령이 해보고 싶어졌다. 이유? “나라를 바꾸고 싶어서요.(웃음)”
김양이 잠깐이라도 꿈꿔본 직업들은 분야가 참 다양했다. 흥미나 적성과 관련해서 어머니 안씨는 초교 때 딸이 실시한 이름 모를 검사의 결과를 보고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 있었다. “무슨 검사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정말 모든 부분에서 최상위 점수가 나온 거예요. 뭐든 자기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중학교 오니까 정말 불안해집니다.” 고정민씨는 “점수 자체를 볼 것만이 아니라 그 검사가 능력을 판단하는 건지 흥미를 판단하는 건지를 잘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잘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지만 흥미는 열정을 갖는 분야를 말해주고, 적성은 능력을 의미한다.
적성·흥미 모르겠어요 관계 잘 맺는 진취·사회형 정서적 지지와 격려 필요해 초교 졸업 뒤 처음 해본 직업흥미검사 결과, 김양은 사회형과 진취형이 두드러졌다. 희망직업은 감독 그리고 마케팅 및 여론조사 전문가로 적었다. 얼핏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런 건 아니었다. 고씨는 “지금 나온 직업들이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사회형과 진취형의 성향을 많이 보여준다”고 했다. “이런 성향은 어떤 기술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잘하는 게 눈에 딱 보이지 않아요. 일상에서 묻어나는 거죠. 한나가 성실하고 착실한 성격에다 친구가 많은 걸 보면 사회성이 무척 강하다는 얘기거든요. 특히 마케팅 여론조사 분야는 중학생 수준에서는 잘 선택 안 하는 분야인데 그만큼 관계 맺는 걸 좋아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두 웃고 넘어갔지만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추진력이 있고, 혼자보다는 여럿이 하는 걸 좋아하는 리더 스타일이죠.”
문제는 김양이 어머니의 지나치게 꼼꼼한 지도 아래 공부하고 생활하고 있다는 데 있었다. 고씨는 “사회형, 진취형은 누군가 위에서 끌어주는 것보다는 뒤에서 격려하고 지지해줄 때 힘을 얻는다”고 했다. “잘하는 게 있으면 더 잘한다고 격려해줘야 힘을 얻고 에너지를 내는 스타일이죠. 한나 스스로 탐색해보게 하고,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게 좋다는 얘기입니다.”
모녀는 “갈 수 있다면 외고에 진학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중학교 들어와서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성적표를 본 엄마는 마음이 급해져 학원을 보냈다. 2학기 성적은 많이 올랐다. 암기를 무척 싫어하지만 한문의 경우는 밤늦게까지 외우며 공부한다. 어머니는 밤늦게 들어와서도 그날그날 딸이 한자를 잘 외웠는지 테스트를 해준다. 어머니도 김양도 여러모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중이다.
외고 갈 수 있을까요
어학 분야 목표 뚜렷해야
학교보다 ‘진로탐색’ 먼저
중요한 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금 하는 공부 방식이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는 데 있었다. 유성룡씨는 “외고에 가려면 영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영어를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게 좋고, 인문계고나 다른 학교를 가더라도 한문에 치중하기보다는 국,영, 수 위주로 공부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외고는 2, 3학년 영어성적만 반영하거든요. 보통 전교 성적 4% 이내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전교 400명이라고 치면 16등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리고 고교 진학 때 교과 성적은 국, 영, 수, 사, 과가 중요해요. 그런 점에서 성적을 전반적으로 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양한테 추천할 만한 학교는 자율고, 자사고, 일반계고 등이다. 자사고의 경우는 전교 성적 50% 안에 들면 되는데 지원자가 많을 경우 보통 20% 안에서 학생을 가른다. 전교 400명 가운데 80등 안에 들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어렵다고요? 사실 외고에 가려면 공부 잘해야 하니까 외고를 목표로 삼고 성적을 올리라고 했었거든요.” 안씨는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한숨을 내쉴 일은 아니었다. 현재 입시정책으로 봐서 진로탐색이 안 된 상태에서 외고에 진학했다가는 오히려 대학 진학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지은씨는 “‘외고는 곧 공부 잘하는 애들이 가는 학교’라는 이미지가 깨지고 있다”고 했다. “진학해서 특정 외국어만 전문적으로 해야 하니까 이 시간에 수능 공부를 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들도 합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과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스스로 학습동기가 없으면 이 공부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기 쉽거든요. 요새는 성적 좋은 친구들도 일반계고, 자사고 등에 많이 가는 분위기입니다.” 유씨는 “목표가 있을 때 성취가 높아지는 건 맞지만 목표를 외고로 설정하기보다는 진로를 먼저 설정해놓고 여기에 맞는 학교로 진학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마침 김양처럼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고1이 될 때는 교과과정이 달라져 국, 영, 수 외에는 선택과목을 공부해야 한다. 중학교 때 차분하게 진로선택을 미리 해둬야 한다는 의미다.
계획표 잘 짰나요
스스로 정리한 일정 아냐
본인 생각 담아 고쳐보길
김양의 하루 공부 계획표는 꽤 촘촘하게 짜여 있었다. 영어, 수학 학원에 다니고, 인강도 듣는다. 안씨는 “이 정도로 바쁘면 되냐?”고 물었지만 이지은씨는 “얼마나 바쁘게 공부만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계획표가 한나가 의도한 계획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획표를 보면 칭찬할 것들이 많아요. 일단, 계획표를 세웠다는 건 정말 잘한 겁니다. 또 여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도 칭찬할 만하죠. 그리고 일요일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무조건 푹 쉬고 노는 걸 원칙으로 삼은 것도 좋습니다. 학생들도 하루는 이렇게 쉬어야 해요. 그런데 여기에 한나가 무슨 공부를 해야겠다고 스스로 판단해서 넣은 게 있나요?”
성적표를 받고 불안해진 엄마가 열심히 짜놓은 방학시간표는 딱 한 장이었지만 이씨는 “계획표나 시간표는 매일 달라야 하고, 살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일단, 손으로 쓰지 말고 컴퓨터로 저장해서 틀을 만들어두세요. 그리고 계속 수정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영어를 한 시간 한다면 어떤 단원을 얼마나 공부할지도 간략히 적으세요. 메모를 보고 그날 할 것을 예상할 수 있겠죠. 실천 못 했을 때 이유를 적는 칸도 넣으세요. 동생 돌보느라 못했고, 낮잠 자다가 못했고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런 것들이 지속되면 이걸 바탕으로 다시 수정을 해야 합니다. 또 오후 4시30분 이후 시간은 방학이나 학기중이나 똑같이 하세요. 그래야 일관성 있게 지키죠.” 혹 시간표를 지키지 못할 경우, 못한 공부는 그 다음날 하지 말고 토요일 등 날을 잡아 몰아 하는 게 좋다. 전체 일정이 밀리기 때문이다. 이씨는 “형광펜으로 체크해뒀다가 토요일 등에 패자부활전처럼 몰아서 하라”고 설명했다. 이때 원칙은 이 모든 일과가 김양 스스로 계획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김양이 이렇게 어머니가 ‘잘 차려준 공부 밥상’ 앞에서 공부하게 된 데는 딸을 향한 ‘직장맘’의 미안함과 걱정스러움이 한몫을 했다. “제가 일을 하고 있어서 혹시 못 챙긴 게 있을까 싶어서 관심을 갖다 보니 이것저것 다 해주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계획표도 좀 무리해서 짜줬죠.” 이씨는 “모든 중학교 1학년 학생과 어머니가 통과의례처럼 이런 경험을 하고 지나간다”고 했다. “그렇죠. 불안하실 겁니다. 아직까지는 한나가 혼자 공부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엄마가 안 해주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도 드실 거예요. 근데 아이들한테도 시행착오가 필요해요. 본인이 겪어봐서 이런 시간표는 나한테 안 맞는구나, 나는 학원보다는 혼자가 맞는구나, 이렇게 경험치를 쌓으면서 자기 방법을 찾는 거죠. 아이들 성장 속도처럼 공부 성장 속도도 한 번에 자라지 않습니다. 어머니, 한나 모두 너무 쫓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적성·흥미 모르겠어요 관계 잘 맺는 진취·사회형 정서적 지지와 격려 필요해 초교 졸업 뒤 처음 해본 직업흥미검사 결과, 김양은 사회형과 진취형이 두드러졌다. 희망직업은 감독 그리고 마케팅 및 여론조사 전문가로 적었다. 얼핏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런 건 아니었다. 고씨는 “지금 나온 직업들이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사회형과 진취형의 성향을 많이 보여준다”고 했다. “이런 성향은 어떤 기술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잘하는 게 눈에 딱 보이지 않아요. 일상에서 묻어나는 거죠. 한나가 성실하고 착실한 성격에다 친구가 많은 걸 보면 사회성이 무척 강하다는 얘기거든요. 특히 마케팅 여론조사 분야는 중학생 수준에서는 잘 선택 안 하는 분야인데 그만큼 관계 맺는 걸 좋아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두 웃고 넘어갔지만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추진력이 있고, 혼자보다는 여럿이 하는 걸 좋아하는 리더 스타일이죠.”
3인의 멘토는 김한나양과 어머니 안영미씨에게 “중1 때는 새로운 변화들이 많아 누구나 서툰 부분이 있다”며 “내가 편안해하는 공부 방법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탐색하는 시간으로 삼아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멘토 유성룡씨, 김한나양, 어머니 안영미씨, 멘토 고정민씨, 이지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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