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디고서원 제공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
인터뷰 /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과 김민아씨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 인권교육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주체들의 인권의식은 어느 수준일까? 어떤 인권교육이 필요할까?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과 김민아씨에게 질문해봤다. 김씨는 지난해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인권교육과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인권에 대한 이해와 가치를 새롭게 해줄 각종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재를 만들고 있다. 초·중·고교생부터 대학생, 성인들까지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인권교육도 한다. 해마다 인권영화도 만들고 있는데 최근에는 책 <불편해도 괜찮아> 발간을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인권의식의 변화 등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클 것 같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인권의식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나?
“인권의식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흔히 도덕이나 사회 교과서의 일부 단원에서 인권을 다루는 것으로 인권교육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인권의식은 몇 번의 수업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인권에 대한 지식과 가치, 신념은 가정 및 학교, 사회 안에서의 오랜 인권 문화적인 경험들이 공유되고 전수되는 과정을 통해 쌓여가기 때문에 인권친화적인 문화가 형성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님, 선생님들도 학교교육에서 이렇다할 인권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타인의 인권을 침해한다기보다 몰라서, 배운 적이 없어서 차별하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청소년들의 인권의식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학교교육이 내용상 과거와 비교해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학교의 형식이나 사회적 요구는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이제는 학교만이 교육의 장이라고 보지 않는다. 대안학교, 탈학교 운동, 홈스쿨링 등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 속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은 더 이상 강요된 삶을 살려 하지 않는다.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 이들의 욕구를 잘 수용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를 썼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표지 부제에 보면 ‘나이가 어려도, 공부를 못해도, 대학을 가지 않아도 나는 지금 여기에서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쓰여 있다. 이 책은 학창 시절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10대들을 위한 것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는 좋은 의미로 배웠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는 부정적인 의미로 배웠다. 그러나 지금 내게 고진감래는 정말 고생 끝에 낙이 오는가를 자꾸 의심하게 하는 성어가 됐고, 감탄고토는 인간의 주어진 조건과 본성을 자꾸 돌아보게 하는 성어가 됐다. 현재가 너무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당장 쓰다고 뱉어내면 큰 사람이 못 된다는 식의 사회적 요구에 갇힌 10대들은 쓴 걸 입안에 잔뜩 넣고 힘든 시간을 참고 또 참고만 있다. 그러니 현재가 행복할 리 없다. 현재를 한없이 유예하고 사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담보로 걸어야 하는 지금의 삶에 제동을 걸어보고 싶었다. 공부를 좀 못해도, 잘나지 못했어도 스스로 존엄하다는 생각이 발붙일 수 없는 우리 문화 속에서는 타인의 고통에 감응하는 감수성을 키울 수 없고, 세계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인문과 소양을 쌓을 수도 없다. ” -지난해 10월부터 경기도에서는 학생인권조례안이 실행되고 있다. 교권침해 등 여러 우려도 있는데 조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인권교육 수업을 해보면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례가 통과되자 많은 사람들이 교권이 침해될까 우려하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는 체벌이 없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 조례가 제정됐다고 학생인권이 바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조례를 제정해놓고도 조례와는 다르게 학교가 운영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오히려 조례가 제정됨으로써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싹트게 된 계기가 마련됐다고 봐야 할 거다.” -학생, 학부모, 교사 3주체한테 각각 어떤 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서로의 입장과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자면 교육권과 학습권, 교권과 학생인권이 배치 대립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무엇을 위해 학교가 존재하는가를 먼저 묻는 계기가 돼야 한다. 집안 형편에 따라 정해지는 사교육의 정도, 성적의 높고 낮음, 장애의 있고 없음이라는 저마다 다른 조건이 차별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만들어내지 않게끔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신진아(양운고), 신혜연(동두천외고) 학생수습기자
“인권의식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흔히 도덕이나 사회 교과서의 일부 단원에서 인권을 다루는 것으로 인권교육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인권의식은 몇 번의 수업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인권에 대한 지식과 가치, 신념은 가정 및 학교, 사회 안에서의 오랜 인권 문화적인 경험들이 공유되고 전수되는 과정을 통해 쌓여가기 때문에 인권친화적인 문화가 형성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님, 선생님들도 학교교육에서 이렇다할 인권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타인의 인권을 침해한다기보다 몰라서, 배운 적이 없어서 차별하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청소년들의 인권의식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학교교육이 내용상 과거와 비교해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학교의 형식이나 사회적 요구는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이제는 학교만이 교육의 장이라고 보지 않는다. 대안학교, 탈학교 운동, 홈스쿨링 등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 속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은 더 이상 강요된 삶을 살려 하지 않는다.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 이들의 욕구를 잘 수용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를 썼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표지 부제에 보면 ‘나이가 어려도, 공부를 못해도, 대학을 가지 않아도 나는 지금 여기에서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쓰여 있다. 이 책은 학창 시절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10대들을 위한 것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는 좋은 의미로 배웠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는 부정적인 의미로 배웠다. 그러나 지금 내게 고진감래는 정말 고생 끝에 낙이 오는가를 자꾸 의심하게 하는 성어가 됐고, 감탄고토는 인간의 주어진 조건과 본성을 자꾸 돌아보게 하는 성어가 됐다. 현재가 너무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당장 쓰다고 뱉어내면 큰 사람이 못 된다는 식의 사회적 요구에 갇힌 10대들은 쓴 걸 입안에 잔뜩 넣고 힘든 시간을 참고 또 참고만 있다. 그러니 현재가 행복할 리 없다. 현재를 한없이 유예하고 사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담보로 걸어야 하는 지금의 삶에 제동을 걸어보고 싶었다. 공부를 좀 못해도, 잘나지 못했어도 스스로 존엄하다는 생각이 발붙일 수 없는 우리 문화 속에서는 타인의 고통에 감응하는 감수성을 키울 수 없고, 세계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인문과 소양을 쌓을 수도 없다. ” -지난해 10월부터 경기도에서는 학생인권조례안이 실행되고 있다. 교권침해 등 여러 우려도 있는데 조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인권교육 수업을 해보면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례가 통과되자 많은 사람들이 교권이 침해될까 우려하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는 체벌이 없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 조례가 제정됐다고 학생인권이 바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조례를 제정해놓고도 조례와는 다르게 학교가 운영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오히려 조례가 제정됨으로써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싹트게 된 계기가 마련됐다고 봐야 할 거다.” -학생, 학부모, 교사 3주체한테 각각 어떤 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서로의 입장과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자면 교육권과 학습권, 교권과 학생인권이 배치 대립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무엇을 위해 학교가 존재하는가를 먼저 묻는 계기가 돼야 한다. 집안 형편에 따라 정해지는 사교육의 정도, 성적의 높고 낮음, 장애의 있고 없음이라는 저마다 다른 조건이 차별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만들어내지 않게끔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신진아(양운고), 신혜연(동두천외고) 학생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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